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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리더십, LG에서 볼 수 없었던 두 가지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10-08 13:05 | 최종수정 2013-10-08 13:04



사실 시즌 전 LG가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드물었다. 그들의 야구 지식이 부족한 이유가 아니었다. 전력, 분위기상 다른 팀들의 4강 진입 가능성이 더욱 높았던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LG는 보란 듯이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따냈다. 그 중심에는 모래알팀으로 불리우던 LG 선수단을 똘똘 뭉치게 한 김기태 감독 만의 철학이 있었다. 올시즌 김기태 야구를 설명하는 두 장면이 있으니 소개한다.

반바지 훈련? 절대 안된다

LG가 아닌 다른 프로구단 선수들은 무더운 여름철, 홈 훈련시 종종 반바지 훈련복을 입고 경기 전 훈련을 진행한다. 너무 더운 날씨에 정식 유니폼을 입고 훈련을 하면 선수들이 금방 지쳐버리기 때문. 물론, 홈팀 선수들 훈련시간에는 팬들이 경기장에 입장하기 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품위없이 반바지 만을 입는게 아니라 꼭 스타킹을 착용하게 돼있다.

하지만 LG 선수들은 한여름에도 반바지를 입을 수 없었다. 원정이 아닌 홈에서 말이다. 사실, 고참 선수들을 중심으로 "반바지를 입고 훈련을 하게 해달라"라고 김기태 감독에게 요청을 했다고 한다. 평소 선수들이 건의하는 내용에는 모두 OK 사인을 내리는 김 감독이다. 정규시즌 막판 부산에서 서울로 이동할 때 비행기 이동을 한 것도 선수들의 요청 사항이었다. 하지만 이런 김 감독도 반바지 훈련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NO를 외쳤다.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닌 일일 수 있다. 왜 김 감독은 단호했을까.

김 감독 만의 철학이다. 김 감독은 "일본 요미우리에서 코치를 하며 배운 건 하나다. 야구에 대한 그들의 진지한 자세와 야구에 대한 존경심"이라며 "선수라면 항상 그라운드 위에서 단정하게 유니폼을 입고 있어야 한다. 누가 보고, 보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다. 프로선수로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그래서 반바지 훈련은 안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LG 선수들은 아무도 보지 않는 훈련 시간에도 더욱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훈련을 할 수 있었다.

나 좋자고 동료 힘빠지게 할건가

또 하나 LG 경기에서 볼 수 없는 장면.


다른 구단 선수들의 경우 팀 공격이 끝날 때쯤 일찌감치 경기장 한켠에 나와 몸을 푼다. 특히, 투수들이 2아웃 정도에 나와 캐치볼을 하며 어깨를 푸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고, 수비에 나서는 선수들도 캐치볼을 하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LG 선수들은 이 워밍업을 할 수 없다. 덕아웃 옆 불펜이 있는 잠실구장에서는 그나마 몸을 풀 수 있지만 여건이 되지 않는 원정구장에서는 절대 팀 공격중 몸을 풀지 않는다. 김 감독의 지시 때문이다.

김 감독은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라. 내가 타석에 들어서 있는데, 동료들이 수비를 하겠다며 나와 몸을 푼다. 내가 아웃될 것이라고 동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름없다. 얼마나 힘이 빠지겠나"라며 "큰 점수 차이로 지고 있어도, 안타가 나올 확률이 적은 순간이라도 절대 동료가 타석에 있을 때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지 못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 역시 "이게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 원칙이다. 하지만 김 감독의 철학은 확고했다. 이런 작은 장면들이 하나하나 모여 LG 야구를 바꿨놨다. 지난 10년의 암흑기, LG 선수들의 능력이 부족한게 아니었다. 선수 면면은 다른 팀에 비해 매우 화려했다. 하지만 그 역량을 펼치지 못했을 뿐이다. 팀이 하나로 뭉치지 못했다. 그 난제를 풀 수 있었던 해답은 어려운게 아니었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게 김 감독의 생각이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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