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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의 영웅 오재영, 야구는 내게 희열이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3-09-24 09:56 | 최종수정 2013-09-24 09:57


22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롯데와 넥센의 경기가 열렸다. 넥센 선발투수 오재영이 롯데 타자들을 상대로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목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9.22.

팀 창단 후 6년 만에 첫 포스트 시즌 진출을 눈앞에 둔 넥센 히어로즈. 4,5월 고공비행을 하던 히어로즈는 6월 중순부터 두달 가까이 앞으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뒷걸음질을 했다. 정체의 이유를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선발투수들의 부진. 선발 투수들이 경기 초반에 대량실점을 하고 무너지면서 마운드 전체에 악영향을 줬고, 팀 전체의 동력 저하로 이어졌다. 선발투수들의 동반 부진이 이어지고, 이런 상황에서 대체 선발자원을 찾지 못했다면 히어로즈의 4강권 수성은 힘들었을 수도 있다.

부침이 심했던 올시즌 가장 어려운 시기에 힘이 됐던 선수가 좌완투수 오재영(28)이다. 지난달 초 1군에 합류한 오재영은 8경기에 등판해 3승1홀드,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했다. 선발투수로 출발한 김병현 강윤구 김영민이 부진으로 인해 2군으로 강등되고, 중간계투로 보직이 바뀐 시기. 외국인 투수 브랜든 나이트, 밴헤켄이 들쭉날쭉할 때 오재영은 슈퍼히어로 처럼 나타나 팀을 구했다.팔꿈치 수술을 받고 복귀한 오재영은 뒤늦게 선발진에 합류한 문성현과 함께 히어로즈의 반전카드였다.

염경엽 감독은 기회가 될 때마다 문성현과 함께 오재영을 칭찬하고 고맙다는 말을 한다. 그러나 오재영은 "감독님이 언론을 통해 제 칭찬을 자주하시고,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오히려 제가 몇배 더 감사하죠. 쉬운 일이 아니었을텐데도 제게 기회를 주신 거잖아요"라고 했다. 1군 선발진이 흔들리자 염 감독은 부상에서 돌아와 2군에 머물고 있던 오재영과 2군 코칭스태프에게 선발 준비를 주문했다. 예열을 거쳐 1군에 올라오면 바로 선발진에 투입하겠다는 구상이었다. 2군에서 오재영은 선발투수 모드, 선발투수의 마음으로 공을 던지며 각오를 다졌다.


11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프로야구 넥센과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넥센 오재영이 3회 선발 문성현에 이어 마운드에 올라 역투를 펼치고 있다. 목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9.11
선발투수. 투수라면 누구나 원하는, 가장 주목받는 보직. 오재영의 가슴 속에서 오랜만에 불꽃이 타올랐다. 2006년 이후 7년 만의 선발 기회였다. 프로 10년차인 오재영은 "경력이 쌓이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보게 되는데, 이번 기회가 내 야구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두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이기에 무조건 잡아야겠다고 다짐을 했어요"라고 말했다.

2004년 청원고를 졸업하고 히어로즈의 전신인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한 오재영. 그해 10승9패, 평균자책점 3.99를 기록하고 신인왕에 올랐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에는 3차례 등판(선발 2번)해 1승을 거두며 우승에 기여했다. 중고 신인왕이 대세인 지금같은 시기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고졸 루키의 대활약이었다. 화려하게 프로 첫 시즌을 보낸 오재영은 이후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2006년 잠시 선발로 나섰다가 군에 입대했고, 2009년 팀에 복귀한 후에는 왼손 원포인트, 중간계투로 뛰었다. 경기 운영능력이 좋고 제구력이 뛰어난 오재영에게 왼손 원포인트, 중간계투는 몸에 맞지 않는 옷처럼 조금 어색했다. 그렇다고 주어진 역할에 소홀했던 것은 아니다.

"데뷔 첫 시즌에 대한 인상이 강해서 그런지 제가 그동안 부진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절대 아닙니다. 저는 그동안 왼손 원포인트, 중간계투로 최선을 다해 던졌습니다. 선발투수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했을 뿐이죠."


넥센 오재영이 선발 등판 NC 타선을 상대로 역투를 하고 있다. 목동=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3.08.22/
그는 이전에 비해 구질이나 구위가 크게 달라진 건 아니라고 했다. 다만 중간계투로 있을 때는 타자 1명, 1이닝을 보고 던졌는데, 이제는 여유를 갖고 타자를 상대하고 경기를 끌어갈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히어로즈는 이제 4강을 넘어 더 높은 목표를 염두에 두고 있다. 당연히 오재영이 그만큼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는 송신영과 함께 2004년에 우승을 경험한 그때 멤버다. 히어로즈 코칭스태프가 포스트 시즌에서 오재영의 활약을 기대하는 이유다. 그는 "우리 팀은 지금 최고의 팀입니다. 공수주에서 모두 최고의 선수가 모여 있어요. 앞으로 질 것 같지가 않아요"라고 했다.

'오재영 선수에게 야구는 무엇인가요'라고 묻자 그는 "제게 야구란 '희열'입니다. 마운드에서 무엇인가를 해냈을 때의 성취감, 희열은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것입니다"고 했다. 오재영은 히어로즈가 팀 이름처럼 영웅들의 집합소라고 했다. 그동안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지금 둘러보니 모두 영웅이 되어 있더란다. 누구인가 힘들어 할 때면 다른 누군가가 영웅처럼 등장해 공백을 채웠다는 의미일 것이다. 물론, 오재영도 그 영웅 중 한명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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