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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남 야구 명가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같은 명암 대비는 특히 선발진이 거둔 성적에서 확연히 나타난다. 삼성은 무려 14년 만에 4명의 10승 선발 투수를 탄생시킨 반면, 한때 '선발 왕국'으로 불렸던 KIA는 어쩌면 올해 단 한 명의 '10승 선발'도 배출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짙다. 2002년과 2007년에 이어 팀 역사상 세 번째 '無 10승 투수 시즌'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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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김진우의 시련 일지를 보자. 김진우는 50일 전인 지난 8월 4일 광주 넥센전에서 일찌감치 9승을 찍었다. 이 시점이라면 시즌 종료까지 꾸준히 선발 등판을 소화해서 승리 페이스를 이어갈 경우 '2년 연속 10승'은 물론, 자신의 개인 최다승(12승) 기록을 바꿀 수도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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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이 사실 가장 안타까운 경우다. 양현종은 이미 전반기에 9승을 찍었다. 특히 9승째는 6월 20일 대전 한화전에서 깜짝 구원 등판해 거둘만큼 승운도 좋았다. 무엇보다 올해 전반기까지 양현종의 구위는 리그 최상급이었다. 다승과 평균자책점에서 1위를 기록했을 정도다.
현 상황에서 10승에 도전이라도 해볼 수 있는 인물은 소사와 양현종 밖에 없다. 김진우는 복귀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이 남은 경기에 출격한다고 해도 과연 승리를 따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우선 구위와 제구력 자체가 많이 떨어졌다. 양현종은 부상 후유증이 아직 남아있고, 소사는 고질적인 제구력 난조가 최근 더 심각해졌다.
더불어 현재 팀 전력도 이들의 승수 추가에 큰 도움을 못 주고 있다. 시즌 막판 리빌딩 차원에서 2군급 선수들을 많이 기용하고 있는데, 공격이나 수비에서 기량이 떨어지고, 경험도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투수가 잘 던지더라도 승리와 인연을 맺기 어렵다. 결국 KIA는 올해 10승 투수가 한 명도 안나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 2007년 이후 6년 만이자, 팀 역사상 세 번째 수모를 겪게되는 셈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