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역대 세번째 '10승 투수 없는 시즌' 되나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09-24 13:53 | 최종수정 2013-09-24 13:53


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KIA와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5회말 1사 1루서 두산 오재일에게 우월 2점 홈런을 허용한 KIA 김진우가 아쉬워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9.05.

영호남 야구 명가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같은 명암 대비는 특히 선발진이 거둔 성적에서 확연히 나타난다. 삼성은 무려 14년 만에 4명의 10승 선발 투수를 탄생시킨 반면, 한때 '선발 왕국'으로 불렸던 KIA는 어쩌면 올해 단 한 명의 '10승 선발'도 배출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짙다. 2002년과 2007년에 이어 팀 역사상 세 번째 '無 10승 투수 시즌'이 될 수도 있다.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삼성과 LG의 프로야구 경기가 8일 잠실에서 펼쳐졌다. 삼성 차우찬이 선발 등판 LG 타선을 상대로 역투를 하고 있다. 차우찬은 올시즌 불펜과 선발로 39경기에 나와 8승 5패를 기록하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3.09.08/
삼성은 지난 23일 좌완 차우찬이 대구 한화전에서 승리를 거둔 덕분에 지난 99년 이후 14년 만에 4명의 10승 투수를 보유하게 됐다. 차우찬에 앞서 배영수(14승)와 장원삼(12승) 윤성환(11승)이 이미 10승 고지를 밟았었다. 삼성 토종 선발진의 힘이 얼마나 탄탄한 지 여실히 드러나는 결과다. 더불어 삼성이 왜 최근 수 년간 최강팀으로 군림하고 있는 지를 알려주기도 한다. 탄탄한 선발진에서 나오는 힘이야말로 강팀의 조건이다.

이게 안될 때 팀이 어떻게 휘청이는 지가 올해 KIA의 모습에서 나타난다. KIA는 현재 7위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여러 요인이 이런 몰락을 불러일으켰는데, 그 가운데에서는 선발의 붕괴도 들 수 있다. 현재 선발진 중에 10승 투수가 한 명도 없다. 게다가 앞으로 남은 시즌 잔여기간 동안 10승 투수가 탄생할 가능성도 매우 낮다.

현재 KIA에는 소사와 김진우 그리고 양현종이 9승 고지에 올라 있다. '1승'만 더 하면 10승 투수가 되지만 '아홉수의 벽'은 도무지 무너지지 않는다. 소사는 지난 3일 대구 삼성전에서 9승째를 거둔 뒤 세 번의 도전에서 2패만을 남겼다. 이 정도는 김진우와 양현종에 비하면 사실 그다지 큰 시련도 아니다.

우선 김진우의 시련 일지를 보자. 김진우는 50일 전인 지난 8월 4일 광주 넥센전에서 일찌감치 9승을 찍었다. 이 시점이라면 시즌 종료까지 꾸준히 선발 등판을 소화해서 승리 페이스를 이어갈 경우 '2년 연속 10승'은 물론, 자신의 개인 최다승(12승) 기록을 바꿀 수도 있을 것 같았다.
3일 대구야구장에서 프로야구 삼성과 KIA의 경기가 열렸다. 3회 2사 3루에서 KIA 소사가 삼성 정형식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9.3
하지만 이후 갑작스러운 난조가 이어졌다. 이후 무려 4번의 선발 등판에서 승리를 챙기기는 커녕, 내리 4연패를 기록하고 말았다. 더불어 어깨 통증까지 생겨 현재는 재활군에 내려간 상태다. 시즌 종료때까지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돌아온다고 해도 구위를 회복해 승리를 챙길 가능성은 희박하다.

양현종이 사실 가장 안타까운 경우다. 양현종은 이미 전반기에 9승을 찍었다. 특히 9승째는 6월 20일 대전 한화전에서 깜짝 구원 등판해 거둘만큼 승운도 좋았다. 무엇보다 올해 전반기까지 양현종의 구위는 리그 최상급이었다. 다승과 평균자책점에서 1위를 기록했을 정도다.

하지만 6월 28일 대구 삼성전에서 투구 도중 왼쪽 늑간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하며 불행이 시작됐다. 재활을 마치고 8월 7일 부산 롯데전에 선발로 복귀했으나 구위가 전만 못했다. 결국 양현종은 9승 이후 무려 3개월이 넘도록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10승에 도전이라도 해볼 수 있는 인물은 소사와 양현종 밖에 없다. 김진우는 복귀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이 남은 경기에 출격한다고 해도 과연 승리를 따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우선 구위와 제구력 자체가 많이 떨어졌다. 양현종은 부상 후유증이 아직 남아있고, 소사는 고질적인 제구력 난조가 최근 더 심각해졌다.

더불어 현재 팀 전력도 이들의 승수 추가에 큰 도움을 못 주고 있다. 시즌 막판 리빌딩 차원에서 2군급 선수들을 많이 기용하고 있는데, 공격이나 수비에서 기량이 떨어지고, 경험도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투수가 잘 던지더라도 승리와 인연을 맺기 어렵다. 결국 KIA는 올해 10승 투수가 한 명도 안나올 가능성이 매우 크다. 2007년 이후 6년 만이자, 팀 역사상 세 번째 수모를 겪게되는 셈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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