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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책 하나로 하룻만에 울고 웃은 넥센 이택근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3-09-22 21:33


22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롯데와 넥센의 경기가 열렸다. 9회말 2사 2루서 2루주자 이택근이 3루 도루를 시도하다 볼이 빠진 틈을 타 홈으로 뛰어들고 있다.
목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9.22.

넥센 주장 이택근이 실책 때문에 하룻만에 울고 웃었다.

이택근은 21일 목동 삼성전에서 5-4로 앞선 6회 2사 1,2루에서 박한이의 중견수 앞 안타 타구를 잡아 홈으로 뿌리려다 공을 그대로 흘리는 바람에 박한이까지 홈에 들어가는 장내 홈런을 허용했다. 순식간에 점수는 5-7로 역전이 됐고, 결국 팀은 6대8로 패했다. 팀이 시즌 최다인 7연승을 노리고 있는데다, 1위 삼성과 2위 LG를 맹추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에 그 충격은 더욱 컸다.

22일 목동구장서 만난 이택근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주장으로서 팀원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평소보다 많은 빵을 사와 동료들에게 나눠주며 은근히 사과를 하기도 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경기를 하다보면 실책도 할 수 있다. 당연히 질책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지만, 이택근의 충격을 달래주기 위해 이날 롯데전에 앞서 중견수 수비를 빼주고 지명타자로 기용했다.

이택근은 전날의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1회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 나간 후 박병호의 볼넷과 김민성의 적시타로 팀의 첫 득점을 올렸다. 이어 3회 두번째 타석에선 중견수와 우익수 옆을 빠지는 2루타를 날린데 이어 5회 첫 타석에도 볼넷을 골라 나가 박병호의 투런포 때 두번째 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이택근의 허슬 플레이가 빛을 발한 것은 9회 마지막 공격에서였다. 3-2로 이기고 있다가 9회초 마무리 손승락이 연이은 폭투 2개로 동점을 허용하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9회말 투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나온 이택근은 정대현을 상대로 중전 안타를 날린 후 2루 도루까지 성공시키며 스스로 찬스를 이어갔다.

이어 박병호의 타석 때 3루 도루를 감행했다. 상대팀이 도루 견제가 허술한 틈을 노린 과감한 플레이. 이를 간파한 정대현은 3루로 공을 급하게 뿌렸지만 악송구가 됐고, 그 사이 이택근은 홈까지 파고들며 결승점을 올렸다. 공교롭게 실책 때문에 하루만에 죽다 살아난 셈이다.

경기 후 이택근은 "견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데다, 2루보다는 3루에 있으면 아무래도 상대투수가 낮은 볼을 던지기 힘들 것으로 봐서 도루를 감행했다"며 "사실 나 때문에 전날 경기를 져서 동료들에게 무척 미안했다. 그래서 더욱 미친 척하고 열심히 뛰었다. 마인드 콘트롤이 쉽지 않았지만, 분위기를 죽이지 않기 위해 애썼는데 승리를 거둬 다행"이라며 밝게 웃었다.

그러면서 "더욱 높은 순위로 오르고 싶기는 하지만 팀원들이 오히려 마음을 비우고 경기를 즐기고 있는 것이 요즘 좋은 성적의 비결이라 본다"며 "젊은 선수들 위주라 포스트시즌 경험은 적지만 우리는 빅볼이나 스몰볼 모두 가능한 팀이다. 그래서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목동=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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