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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경쟁 지고, 다승경쟁 뜨는 이유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3-09-22 03:03 | 최종수정 2013-09-22 06:41


21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삼성과 넥센의 경기가 열렸다. 삼성 선발투수 배영수가 넥센 타자들을 상대로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목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9.21.



'자존심이 걸렸다.'

한동안 올시즌 홈런 레이스는 뜨거웠다. 치열하게 전개중인 정규리그 선두경쟁과 비슷했다.

넥센 박병호가 선두를 유지하는 가운데 SK 최 정과 삼성 최형우가 간발의 추격전을 벌였다.

후반기 한때 이들 3총사의 추격전은 최고의 흥미거리였다. 최 정과 최형우가 1개 차이로 추격하는 듯 하면 박병호는 약이라도 올리는 듯 다시 달아나는 판도가 계속됐다.

하지만 박병호가 지난 20일 KIA전에서 31, 32호 홈런을 몰아치면서 대세를 갈랐다.

21일 현재 최 정(28개)과 최형우(26개)의 홈런 실적을 토대로 남은 경기수(10∼11경기)를 감안할 때 이변이 없는 한 박병호의 2년 연속 홈런왕이 확실시된다.

홈런 레이스의 열기도 서서히 사그라들기 시작하는 분위기다. 그러자 새로운 볼거리가 생겼다. 다승왕 경쟁이다.

자존심이 걸린 대결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 다승왕의 유력한 후보는 삼성 배영수(14승)가 가장 유리하고 롯데 유먼(이상 13승)이 추격하는 형국이다.


여기에 후보군을 억지로 넓힌다면 삼성 장원삼과 SK 세든(이상 12승)이 포함될 수 있다. 남은 경기 일정을 감안하면 이들 4명의 후보 모두 앞으로 2차례 정도 더 선발 등판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타이틀을 결정짓는 후반에 와서 흔들리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유력한 다승왕 후보인 배영수는 21일 넥센전에서 1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5이닝 동안 8안타(1홈런) 5실점으로 불안했다가 타선의 지원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유먼은 14경기 연속 무패행진(7승)을 달리다가 지난 10일 NC전에서 7이닝 3실점으로 패한 뒤 15일 두산전서도 6실점을 하고도 패전을 면한 것에 만족했다. 10경기 연속 무패(5승)를 하던 세든도 14일 넥센전(패전), 20일 한화전(승패없음)에서 주춤했다. 그만큼 막판 다승왕 판도는 섣불리 예측하기 힘든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다승 선두인 배영수의 행보가 유독 눈길을 끄는 이유가 따로 있다. 지난 2004년(17승) 이후 9년 만의 다승왕 탈환을 노리는 배영수에게는 토종과 팀의 자존심이 걸려 있다.

우선 투수 일색인 외국인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토종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 지난 2009년 로페즈(KIA)가 조정훈(롯데), 윤성환(삼성·이상 14승))과 함께 공동 다승왕이 된 이후 3년 연속 국내 투수들이 다승왕을 차지해왔다. 2010년 김광현(SK), 2011년 윤석민(KIA), 2012년 장원삼(삼성·이상 17승)이 주인공이다.

외국인 투수 비중이 크게 높아진 2000년대 들어 토종 투수들의 3시즌 연속 다승왕은 처음이자 최장 기록이다. 배영수가 이번에 다승왕을 차지한다면 외국인 선수가 도입(1998년) 이후 최다 연속 토종 다승왕 타이기록(1998∼2001년)을 수립하게 된다.

여기에 배영수는 지난해 장원삼의 바통을 이어받는데 성공하면 다승왕을 연속 배출한 우승팀 삼성의 자존심도 살릴 수 있다. 특정팀이 2시즌 연속으로 다승왕을 배출하는 것은 1999∼2000년 현대 이후 2000년 들어서는 처음으로 기록되는 작은 쾌거다. 배영수가 '자존심 수호신'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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