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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해라.'
박경태는 최근 색다른 경험을 했다. 지난 11일 군산 월명구장에서 열린 SK전. 선발 등판한 박경태는 환상적인 피칭을 했다. 7⅔이닝 동안 4피안타 1실점(비자책). 고질이던 볼넷은 3개 뿐이었다.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그 이상의 값진 투구였다.
16일 한화전을 앞둔 대전구장. 올시즌 후 군입대 선수들을 묻자 선동열 감독은 "나지완 홍재호 이준호 박경태 정도가 가야할 나이가 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박경태는 아직 확실히 모르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말 끝에 "일단 모레(18일 사직 롯데전)에 던진다"고 했다. 남은 시즌, 지켜본 뒤 최종 결정하겠다는 뉘앙스다.
당사자를 만났다. 우선 최근 호투의 비결을 물었다. "(군대 가기 전) 마지막 선발 등판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이날 못 던지면 남은 시즌 다시 불펜으로 갈 테니까…. 하루살이라고 해야하나? 어차피 군대가야 하니까 하고 싶은대로 해보자고 생각했죠. 경기 전 포수 (백)용환이한테 (결과에) 신경쓰지 말고 재미있게 해보자고 했어요. 편하게 던지니까 포크볼도 잘 떨어지더라구요." 어떤 마음이었을까. "김정수 코치님께서 '어떻게 던질래?'하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코치님처럼 던질래요. 볼 던진다고 뭐라고 하지 마세요'라고 농담 했어요.(웃음)" 현역 시절 '까치'로 불렸던 김 코치. 제구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타자를 위축시키는 와일드한 피칭으로 포스트시즌을 지배했던 좌완 투수. 박경태로선 틀에 박힌 얌전한 투구의 틀을 깨는 순간이었다.
매 시즌 전지훈련에서 마법같은 피칭으로 기대감을 높이지만 실망으로 끝났던 만년 좌완 유망주. '군 입대'란 벼랑 끝에 선 박경태의 마음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남은 시즌 등판 결과에 따라 1년 더 그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KIA의 새로운 좌완 에이스로….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