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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타석 채운 강민호다.' vs '양의지의 성적이 더 좋지 않느냐.'
롯데와 두산의 팬들이라면 궁금증을 가지고 지켜볼 만한 내용이 있다. 바로 올시즌 마치고 시행될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관한 것이다. 아직 정규시즌 종료 전이기 때문에 언급하기 이른 감도 없지 않지만, 포수 부문은 확실히 롯데 강민호와 두산 양의지의 2파전으로 압축되고 있는 분위기다. 문제는, 예년 기준으로 후보를 선정할 때 두 사람 모두 후보 등록조차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프로야구 무대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두 포수가 후보에 등록되지도 못할 정도라면, 다른 포수들도 얘기를 다 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올시즌에는 이런 기준이라면 후보조차 선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강민호의 경우 규정타석은 충분하지만 타율이 2할3푼3리에 그치고 있다. 양의지는 타율은 2할6푼4리인데 올시즌 규정타석을 채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두산이 22경기를 남긴 상황에서 95타석을 더 채워야 한다. 경기 당 4.31타석을 채워야 하는데 양의지는 주로 하위타선에 배치되는데다, 포수로서 모든 경기를 소화하기 어려워 규정타석 진입은 사실상 힘들어 보인다. 여기에 두 사람의 홈런-타점이 비슷해 상황은 더욱 애매해진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 일단, 강민호의 경우는 예외다. 안타깝게도 예년과 같은 폭발적인 타력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는 케이스다. 반면, 다른 포수들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올시즌 팀을 막론하고 딱 주전 포수를 집어낼 수 있는 팀들이 거의 없다. 부상, 체력 안배 등 여러 이유들로 인해 2~3명의 포수들이 번갈아가며 마스크를 쓴다. 삼성의 경우 진갑용-이지영, 두산은 양의지-최재훈, SK는 조인성-정상호, LG는 윤요섭-현재윤이 번갈아 경기에 나선다. 넥센의 경우 최근 주전은 허도환이지만 전반기에는 박동원에 자리를 내줬었다. NC도 전반기에는 김태군이 주전이었지만 후반기에는 이태원이 많은 경기에 나섰다. KIA의 경우에는 기존 김상훈-차일목에 최근에는 이홍구까지 가세했다. 한화는 시즌 초반 신인 한승택을 키우려다 실패하며 시즌 전체 포수 기용이 어지러워졌다.
이런 일이 발생하니 후보를 선정해야 하는 KBO는 머리가 아프다. 사실, 이런 징후는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확실한 주전포수가 있는 팀이 줄어드는 추세에 지난해에는 규정타석 기준을 적용하면 후보는 강민호와 양의지 뿐이었다. 후보가 초라하게 2명 뿐인 것을 떠나, 우승팀 포수 진갑용(삼성)이 빠지는 것도 모양새가 이상했다. 결국, KBO는 2012 시즌 골든글러브 포수 부문 후보 기준을 포수 출전 88경기, 타율 2할7푼 이상으로 수정했다. 그렇게 최종 세 사람이 후보에 올라 강민호가 2연패를 달성했다.
올시즌은 더욱 골치가 아프게 됐다. 실질적으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포수가 강민호, 양의지인데 타율 기준을 적용시키자니 강민호가 걸리고, 규정타석 기준을 적용시키자니 양의지가 걸린다. 또, 두 사람 만을 후보로도 둘 수 없는데 다른 후보들을 선정할 기준도 애매하다.
그렇다고 골든글러브 시상을 주먹구구식으로 할 수도 없다. 골든글러브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받을 수 있는 가장 영예로운 상이다. 한 시즌 동안 수고한 선수들에게 시상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시상식은 열려야 한다. KBO가 모두가 공감하고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 방안을 마련하는게 최선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