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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 NC 김경문 감독은 "기싸움이지. 기가 센 사람이 이길거야"라고 흥미롭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프로 5년차 중고신인인 유희관은 올해 31경기에 나서 7승3패 1세이브, 3홀드, 평균 자책점 3.22를 기록하고 있다. 130㎞ 중반대의 패스트볼을 가졌지만, 6가지의 변화구와 정확한 제구력으로 '느림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NC 차세대 에이스 이재학은 올해 19경기 출전, 6승5패 1세이브, 평균 자책점 3.50을 기록하고 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 서클 체인지업은 알고도 못치는 리그 대표적인 구종으로 자리매김했다.
극과 극 초반
유희관은 이상호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NC의 중심타자 나성범과 이호준을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이재학은 초반 컨트롤이 말을 듣지 않았다. 부담을 많이 느낀 듯 보였다. 선두 타자 민병헌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줬다. 정수빈의 1루수 앞 땅볼 타구를 처리하다 악송구, 무사 2, 3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김현수를 맞아 중견수 앞 텍사스 안타를 내줬다. 오재일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까지 허용하며 1회에만 2실점했다. 다행인 것은 이후 특유의 위력적인 투구가 살아났다는 점. 홍성흔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이원석과 오재원을 연속 삼진 처리하면서 실점을 최소화했다.
그러나 이재학은 3회 또 다시 임재철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한 뒤 오재일에게 우중월 2루타로 추가실점했다. 반면 유희관은 2회 모창민에게 솔로홈런을 맞긴 했지만, 3, 4회 모두 세 타자를 노련하게 처리했다. 3-1 두산의 리드. 경기 초반은 확실히 유희관의 페이스였다.
이재학은 안정을 찾아갔다. 확실히 그의 서클 체인지업은 위력적이었다. 초구부터 서클 체인지업을 뿌리면서 두산 타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4회 오재원 양의지에게 연거푸 삼진을 잡아냈다.
유희관은 특유의 위기관리능력이 계속되는 듯 했다. 4회 선두 타자 안타를 내줬지만,모창민에게 병살타를 유도했다. 5회에도 선두타자 조영훈에게 1루수 강습안타를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권희동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은 뒤 포수 양의지가 도루하던 조영훈을 2루에서 아웃시켰다. 5회도 그렇게 잘 넘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노진혁 김태군에게 연속 안타를 맞은 뒤 김종호에게 중월 2타점 적시 3루타를 허용했다. 스코어는 3-3. 갑작스럽게 원점으로 돌아왔다. 오히려 심리적으로 이재학이 우위에 있었다. 게다가 두산은 중심타자 김현수가 갑작스러운 왼무릎 통증으로 임재철로 교체된 상황이었다.
이호준이 가른 희비쌍곡선
6회 유희관으로서는 뼈아픈 장면이 나왔다.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NC 이호준에게 좌월 솔로홈런을 허용했다. 123㎞의 서클 체인지업이 가운데 높은 곳으로 들어간 실투였다. 노련했던 이호준은 놓치지 않고 그대로 홈런으로 연결했다. 4-3 NC의 리드.
이재학은 여전히 견고했다. 6회 선두타자 홍성흔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오재원에게 병살타를 유도하며 깔끔하게 이닝을 끝냈다. 그런데 투구수가 좀 많았다. 힘이 조금씩 떨어진 듯 했다. 7회 선두 타자 양의지에게 큼지막한 타구를 허용했다. 다행히 좌익수 김종호가 펜스 바로 앞에서 잡았다. 하지만 김재호에게 다시 볼넷을 내줬다. NC 벤치는 결국 움직였다.
이재학은 6⅓이닝 3피안타 4볼넷 7삼진, 3실점(2자책점)으로 호투했다.
유희관은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왔다. 투구수가 적었다. 그런데 선두타자 김종호에게 기습번트 안타를 허용했다. 내야진의 실책이었다. 그리고 나성범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 결국 1사 1, 2루 상황에서 내려왔다. 그런데 이어 던진 오현택이 곧바로 이호준에게 스리런 홈런을 허용했다. 7-3 NC의 리드. 결국 유희관은 7⅓이닝 9피안타 4삼진, 6실점을 기록하게 됐다.
투구내용은 이재학이 미세하게 앞섰다. 기록은 그것보다 좀 더 확연히 차이가 났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