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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에 손아섭이 한명만 더 있었더라면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3-08-21 11:05 | 최종수정 2013-08-21 11:05


7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KIA와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3회말 무사서 롯데 손아섭이 좌중간 안타를 친 후 힘차게 뛰어나가고 있다.
부산=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 08.07.

'롯데에 손아섭 같은 타자가 한 명만 더 있었더라면~.'

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2013시즌을 보면서 강타자 손아섭(25)의 매력에 푹 빠졌다. 슬러거가 사라진 롯데 '소총부대'에서 손아섭 혼자 눈에 띄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손아섭이 규정타석을 채운 롯데 선수 중 유일하게 타율 3할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시즌 시작부터 지금까지 꾸준하다. 시즌 초반 대타로 딱 한 타석 9번 타순에 들어간 걸 빼고는 전부 타순 3번 자리를 지켰다. 20일까지 손아섭은 타자 3개 부문에서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최다 안타 1위(130개), 타율 2위(0.349), 도루 3위(30개)다.

그는 올해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손아섭은 2007년 신인 2차 4라운드 전체 29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계약금 8000만원. 요즘 억대 계약금을 받는 선수가 수두룩한 상황에서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프로무대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 그랬던 손아섭은 올해 3할 타율을 유지할 경우 4년 연속으로 타율 3할 이상을 치게 된다. 무엇보다 자신의 2012년 타율(0.326)을 뛰어 넘는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게 된다. 지금의 타격 페이스라면 지난해 최다 안타(158개) 기록도 갈아 치울 수 있다. 이미 30도루로 개인 최다 기록을 수립했다.

손아섭은 올초 롯데 구단과 연봉 2억1000만원에 계약했다. 몇 차례 밀고 당긴 끝에 사인했다. 손아섭이 원했던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는 서운했던 부분이 있지만 미련을 빨리 털었다. 시즌 초 그는 이렇게 말했다. "더이상 연봉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 올해 끝나고 얘기하면 그만이다."

손아섭은 이번 시즌을 통해 롯데의 간판 타자로 커가고 있다. 손아섭이 롯데에 입단했을 때 롯데에는 한국 최고의 타자 이대호(오릭스)가 군림하고 있었다. 그 누구도 이대호를 타넘을 수 없었다. 2011시즌을 끝으로 이대호는 일본 오릭스로 무대를 옮겼고, 그 다음 차례는 강민호였다.

강민호는 포수라는 특수 포지션의 프리미엄을 갖고 있다. 또 롯데 구단이 2000년대 후반부터 전략적으로 키워 만들어낸 선수다. 강민호는 지난해부터 롯데의 대표 얼굴이다. 롯데 선수 중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리며 광고 출연도 잦다. 올시즌이 끝나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 강민호는 이번 시즌 성적이 기대이하다. 30여경기 남았지만 타율(0.239) 홈런(7개) 타점(45개) 모두 기대치에 모자란다. 그렇지만 여전히 팬들은 손아섭 보다 강민호에게 더 큰 응원을 보낸다. 이게 대중적 인기다.

하지만 팬들은 냉정하고, 인기는 옮겨 다니게 된다. 그 출발점이 바로 성적이다. 좋은 성적을 꾸준히 내지 못하면 팬들은 멀어진다.


현재의 손아섭은 롯데의 다른 타자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가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집중력과 욕심은 보는 사람들을 놀라게 만든다. 손아섭은 20일 대전 한화전 8회초, 선두 타자로 나와 한화 구원 투수 박정진에게 삼진을 당했다. 손아섭은 돌아서며 괴성을 질렀다. 1-0으로 근소하게 앞선 상황이라 반드시 출루가 필요했다.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자 스스로에게 화를 냈다. 그리고 9회 득점 찬스에서 승리에 쐐기를 박는 2타점 우전 적시타를 뽑았다.

손아섭은 지난 17일 사직 NC전에서 승리한 후 "우리는 지난 5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나갔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다 해봤다. 이번 시즌에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해서 3번 타자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롯데는 요즘 피말리는 4강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손아섭의 이상은 한국시리즈에까지 가 있다. 그는 "우리 롯데는 4강에 갈 수 있다"고 말하는 보통의 선수들과는 꿈이 한 차원 다른 선수다. 이게 손아섭이 나쁜 공에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휘둘러도 마치 안타를 쳐줄 것만 같은 이유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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