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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성적, 팀 성적과 정비례하지 않았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3-07-25 16:19


외국인 투수들이 2013시즌 국내야구 팀 성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까.
대전=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7.23/

최근 외국인 투수 올슨(전 두산), 앤서니(전 KIA), 로드리게스(전 삼성)가 방출됐다. 두산은 올슨 대신 핸킨스를 새로 영입했다. KIA와 삼성은 대체 선수 물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후반기가 시작됐고 본격적인 4강 순위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이렇다보니 구단 수뇌부와 감독은 선수를 방출시키고 새로 영입하는 문제에 무척 신중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 마운드에서 선발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를 바꾸는 문제는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국내 9개팀은 이번 시즌을 시작하면서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2명, NC만 3명)를 모두 투수로 채웠다. 이 19명의 외국인 투수들은 2013시즌 팀 성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까. 24일까지 외국인 투수들의 등판 횟수와 승수가 팀 전체 성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봤다.

외국인 성적은 팀 성적과 정비례 하지 않는다

그 결과 유먼(19경기에서 10승), 옥스프링(19경기에서 7승)이 원투펀치로 나선 롯데가 외국인 선수 의존 비율과 승리 비율이 가장 높았다. 롯데가 치른 76경기 중 두 외국인 선수가 절반에 해당하는 38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둘이 합작한 17승은 롯데 전체 승수(39승)의 44%를 차지했다. 롯데는 외국인 선수 농사를 가장 잘 지었다고 볼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토종 선수들의 활약이 미약하면서 팀 순위는 6위에 머물렀다.

세든(18경기에서 8승)과 레이예스(19경기에서 6승)가 37경기(50%)에 등판 14승(41%)을 차지한 SK(7위)도 외국인 선수 활약에 비해 팀 성적은 부진했다. 3명의 외국인 선수를 쓴 NC도 아담(15경기에서 4승) 찰리(18경기에서 6승) 에릭(16경기에서 2승)의 등판 비중(63%)과 승수 비중(43%)에 비해 팀 성적은 8위로 기대이하였다.

선두권을 달린 1위 삼성, 2위 LG의 경우는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미약했다. 삼성의 경우 밴덴헐크(13경기에서 3승) 로드리게스(11경기에서 3승)의 출전 비중(32%)과 승수 비중(13%)이 낮았다. LG도 리즈(20경기에서 7승) 주키치(14경기에서 4승)의 출전 비중은 44%, 승수 비중은 24%로 나타났다. 삼성은 토종 선발 윤성환 배영수(이상 7승) 장원삼(8승)이 버텨주었기 때문에 선두를 달릴 수 있었다. 삼성은 결국 부상까지 겹친 로드리게스의 퇴출 결정을 내렸다. LG는 부진한 주키치의 방출을 고려했지만 더 이상의 카드가 없다고 판단, 잔류시키기로 했다.

이번 시즌 9구단 체제가 되면서 불규칙한 경기 일정 때문에 1~3선발에 등판 기회가 더 많이 돌아가게 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외국인 선수들이 선발 등판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하지만 외국인 투수만의 호투가 바로 좋은 팀 성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삼성과 LG는 부실한 외국인 선수의 빈자리를 토종들이 기대이상으로 잘 메워주었다. 결국 후반기도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에 기대를 걸기 보다는 토종 선수들과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외국인 선수 제도가 처음 시작된 1998년 이후 국내야구를 경험한 외국인 선수는 총 246명이다. 98년 이후 외국인 선수의 맹활약으로 우승한 팀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다. 대표적인 우승이 2009년 KIA다. 당시 KIA는 로페스(29경기에서 14승)와 구톰슨(26경기에서 13승)으로 총 27승을 합작했다. 로페스는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호투, 맹활약했다. 강타자 우즈는 2002년 두산, 브룸바는 2004년 현대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시리즈 스윕 위기에 몰린 1위 삼성과 상승세의 두산이 7일 잠실에서 만났다. 두산 올슨이 선발 등판 삼성 타선을 상대로 역투를 하고 있다. 올슨은 올시즌 8경기에 나와 1승만을 기록하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3.07.07/
기량 미달 외국인 선수 많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즌 종료 이후 현재 외국인 선수의 다수가 물갈이될 것으로 보고 있다. 리즈(LG) 니퍼트(두산) 유먼 옥스프링(이상 롯데) 세든(SK) 찰리(NC) 정도가 인정을 받고 있다.

국내 구단들은 대부분 영입 가능한 외국인 선수 리스트를 갖고 있다. 시즌 중에도 꾸준히 그들의 동향을 체크하고 있다. 국내팀들끼리 한 선수를 놓고 영입전을 벌일 때도 있다. 국내팀들이 접촉하는 해외 선수 에이전트들은 국내 구단의 이런 경쟁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다보니 국내에 들어오는 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고 구단 관계자들은 불평한다. 이게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를 늘리지 못하는 반대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기량미달 선수에게 외화를 낭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구단 수뇌부는 외국인 선수 영입 실패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다. 구단들은 후원금을 받기 때문에 모기업의 눈치를 보게 돼 있다. 올해 국내에 들어온 선수 중 최고가 몸값은 10억원(계약금+연봉)을 훌쩍 넘는다. 주택 등의 부대비용까지 고려하면 외국인 선수 한명에게 1년에 최대 20억원까지 쓸 수 있다. 이런 선수를 데려와서 선발 10승 이상을 기록하지 못할 경우 그 책임은 고스란히 구단 수뇌부와 감독에게 돌아간다.

이러다보니 외국인 선수의 보유 한도를 현행 2명에서 3명으로 늘려 팀수가 늘어나면서 생기는 떨어지는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KBO(한국야구위원회) 이사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SK 와이번즈와 KIA 타이거스의 2013프로야구 경기가 2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렸다.
SK선발투수 세든이 힘차게 볼을 뿌리고 있다.
인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7.02/
KBO 이사회는 보유한도를 풀어라

2015년부터는 10구단 KT가 1군 무대에 합류한다. 저변이 약한 토종 선수들만으로는 경기 수준이 떨어지는 걸 막을 방법이 없다.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외국인 보유 한도를 늘리기 어렵다는 논리는 팀들의 1년 예산(평균 300억원, 추정)과 모그룹의 기업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반대 논리다.

또 이번 시즌 전반기 현황에서 처럼 외국인 투수들에게 주어진 기회에 비해 그들이 팀 성적에 미친 영향력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무엇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외국인 투수들이 제법 있었다.

이런 문제를 푸는 차원에서 외국인 보유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 보유 한도를 2명에서 3명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1군에 외국인 선수 등록수를 제안하더라도 2군에서 자유롭게 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토종과 외국인 선수의 기량이 동시에 발전한다. 또 보유한도를 3명으로 늘릴 경우 반드시 외국인 타자도 1명 이상 보유하도록 해 투수와 타자 비율이 지금 처럼 투수 한쪽으로 치우치는 걸 막야야 한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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