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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전력으로 꼽혔던 KIA 타이거즈의 고전과 중하위권 전력으로 평가됐던 LG 트윈스의 약진. 다크호스로 지목됐던 넥센 히어로즈는 전반기 내내 최상위권에서 위력을 떨쳤다. 매년 그랬던 것처럼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문가들이 전망했던 것과 조금 다른 그림이다. 물론, 전반기 성적이 시즌 성적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예상과는 다른 구도다. 1위 삼성 라이온즈와 6위 롯데 자이언츠의 승차가 불과 6.5경기이다. 롯데는 4위 두산 베어스에 2게임 뒤져 있다. 3연전 결과에 따라 순위표가 요동일 칠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과연 LG와 히어로즈, 두산이 처음으로 동시에 4강에 오를 수 있을까. 서울팬들에게는 동화같은 스토리가 될 것 같다. 동반 4강이 이뤄지면 포스트시즌 경기의 절반 이상이 서울에서 열린다. 만일 세 팀이 모두 가을잔치에 나간다면,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후 처음으로 서울팀 간의 한국시리즈까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세 팀 간의 미묘한 관계가 있기에 더 흥미로운 레이스다. 잠실구장을 함께 홈 그라운드로 쓰고 있는 LG와 두산은 국내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라이벌. 모든 면에서 늘 비교가 되는 두 팀이다. 그런데 지난 10년 간 두 팀 간의 경쟁은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두산이 꾸준히 중상위권을 유지한 반면, LG는 최근 10년 간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다. 성적 부진으로 LG가 홍역을 치르는 동안, 옆집 두산은 지난 10년 동안 7번이나 가을잔치에 나갔다. 두산이 LG를 압도하면서 서울을 대표하는 팀이 됐다. 그런데 지난 10년 간 두산이 주도했던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이번 시즌 두산이 전반기 다소 주춤할 때 LG가 무섭게 치고 올라 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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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출범한 서울팀 막내 히어로즈가 LG를 압박하면서 양 팀 간에 확실한 라이벌 구도가 형성됐다. 2011년 LG를 12승7패로 눌렀던 히어로즈는 지난해 13승6패를 기록하며 우세를 이어갔다. 올해도 히어로즈는 7승4패로 우위를 지켰다. 승패만 보면 히어로즈가 일방적으로 앞선 것처럼 보이지만, 매 경기 팽팽한 승부가 펼쳐졌다. 올해도 양 팀은 한 차례씩 스윕을 주고 받았다. 김기태 LG 감독과 염경엽 히어로즈 감독이 절친한 광주일고 동기생이라는 점도 재미있다. 트윈스 코치, 운영팀장을 거친 염 감독은 누구보다 LG 사정에 밝은 지도자다.
아직 히어로즈-LG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히어로즈-두산 관계도 흥미롭다. 2010년 6승1무12패, 2011년 8승11패로 두산에 밀렸던 히어로즈는 지난해 10승9패를 거두며, 서울 세팀 간의 맞대결에서 모두 우위를 보였다. 올해는 4승4패로 맞섰다. 히어로즈 전력이 상승하면서 전통의 LG-두산 라이벌 구도가 세 팀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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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서울팀들이 동시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려면 몇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LG의 경우 최근 몇 년 간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다가 급격히 추락한 경험이 있다. 레이스를 끝까지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꾸준함이 필요하다. 히어로즈는 지난해에 비해 구위가 떨어진 외국인 선발 브랜드 나이트, 앤디 밴헤켄이 걱정스럽고, 중심타선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두산은 마운드 안정이 관건인데, 최근 영입한 외국인 투수 데릭 핸킨스이 제 몫을 해줘야 한다.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은 "전력 평준화로 순위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가 정말 중요하다. 최약체 전력인 한화와 하위권에 처져 있지만 전력이 알찬 NC전 성적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