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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세 최고령 불펜 신화 류택현 "제 몸관리 비결요?"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07-17 22:15 | 최종수정 2013-07-18 08:07


LG가 1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전에서 11회 연장전 끝에 5대3으로 승리를 거두며 5연승을 달렸다. 최다 홀드를 기록한 류택현이 11회 2사에서 마운드를 내려오며 동료들과 하이하이브를 나누고 있다.
부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7.16

LG 좌완투수 류택현. 올시즌 신바람을 내고 있는 LG 불펜의 든든한 맏형이다. 71년생으로 한국나이 43세. 은퇴를 넘어 코치, 감독직을 맡아야할 나이에 정정하게(?)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류택현은 리그를 대표해온 좌완 불펜투수다. 그렇게 홀드 기록을 쌓아 올리더니 16일 부산 LG전에서 개인통산 118번째 홀드를 기록했다. 개인통산 홀드 신기록. 43세의 나이에 멀쩡하게 공을 던지는 것도 모자라 기록까지 갈아치우고 있는 프로 최고령 투수의 야구 얘기를 들어봤다.

"몸관리? 다이어트와 비교하면…"

가장 궁금한게 몸관리다. 최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1군 무대에서 체력, 구위 면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을까.

류택현은 일반인들이 하는 다이어트에 비유를 했다. 그는 "다이어트를 하자는 마음은 누구나 먹어봤을 것이다. 그 방법도 안다. 그런데 잘 안된다. 그건 그 방법의 몇 퍼센트 만큼 자신이 충실하게 노력을 했느냐에 달려있다"며 "야구도 마찬가지다. 선수들 모두 몸관리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 알고 있다. 다만, 실천이 쉽지 않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류택현 본인의 예를 들면, 시즌 중에는 술을 입에 거의 대지 않는다고 한다. 시즌 중에는 전반기를 마친 후 한 번 정도 날을 정해 스트레스를 푼다고 한다. 사람인지라 술 한잔이 너무 간절하면 참았다가 다음날 경기가 없는 일요일에 가볍게 마신다. 류택현은 "먹고, 자고, 운동하고 매일 비슷한 패턴으로 생활 하는게 야구선수에게는 좋다. 하지만 그 패턴이 한 번 깨지면 전체 생활에 악순환이 된다"며 "내 경우를 생각하자면 100% 중 70~80% 정도는 항상 지키며 사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경기에 힘을 쏟아야 하기 때문에 평소 너무 무리한 운동은 삼가고, 경기가 없는 월요일 웨이트트레이닝을 집중적으로 한다는 운동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1000경기 출전? 경쟁력이 더욱 중요"

류택현은 16일 경기 출전 기록을 포함해 통산 875경기에 나섰다. 현역 최고 기록. 류택현이 등판할 때 마다 역사가 바뀌는 것이다.

프로선수라면 기록에 욕심을 내는게 당연하다. 홀드 기록은 물론, 개인통산 1000경기 출전 기록도 욕심을 내볼 만 하다. 향후 어느 선수라도 쉽게 깰 수 없는 대기록임이 분명하다. 그 기록까지 남은 경기수는 125경기. 빠르게는 2년, 그리고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3년 안에 충분히 기록을 세울 수 있다.


류택현은 "기록은 실력으로만 되는게 아니다. 팀도 잘 만나고 운도 따라야 한다"며 "지금의 LG, 그리고 김기태 감독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홀드 기록도 세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00경기 기록에 대해서는 "기록보다 중요한게 팀 내에서 경쟁력을 갖고 마운드에 오를 자격을 갖추는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이 실력을 유지해 마운드에 계속 오를 수 있다면 기록은 자연히 따라오는 것이라는 뜻이었다.

류택현은 "사실 어제(16일) 등판 상황이 세이브 상황이었다. 홀드는 언제든 기록할 수 있지만 세이브 상황은 자주 찾아오지 않는 기회였는데, 첫 타자에게 안타를 맞아 아쉬웠다"고 밝혔다. 만약 류택현이 세이브를 기록했다면 KIA 최향남이 갖고 있던 최고령 세이브 기록(41세 1년 5개월 9일)을 경신해 또 다른 기록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아역들이 분위기 조성하고, 주연들이 히트시킨 드라마"

정말 적절한 비유였다. 베테랑의 눈에 비친 소속팀 LG의 2013 시즌은 어떨까.

류택현은 올시즌 LG 야구에 대해 "신구조화가 잘됐다는 평가가 많은데 아역 배우들이 초반 시청률을 많이 끌어올려준 뒤, 중간부터 주연 배우들이 나와 그 인기를 더욱 끌어올린 드라마로 비유하면 딱이다"라고 설명했다. LG는 시즌 초반 정의윤, 김용의, 문선재, 정주현 등 그동안 감춰져왔던 유망주들이 폭발하며 기세를 탔다. 그러던 중 이들의 페이스가 떨어지며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 때 등장한 것이 캡틴 이병규. 이병규가 복귀해 팀의 중심을 잡자 팀이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병규 뿐 아니라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 봉중근 등 기존 LG의 주축 선수들도 동시에 힘을 내기 시작하며 반전의 신호탄을 쐈다.

류택현은 "20년 야구를 하며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라며 "질 것 같지 않다. 야구를 하는게 즐겁고 재밌다. 이렇게 효율적으로 팀이 운영되는 것은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일어나지 않을 상황 미리 생각하지 말라."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 후배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조언은 무엇일까.

류택현은 투수들, 특히 자신과 같은 보직은 불펜투수들을 위한 조언을 남겼다. 그는 "나도 젊었을 때 그랬다. 선수들이 일어나지 않을 상황을 미리 걱정한다. 예를 들면 2B, 2B1S일 때다. '3B이 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한다. 공을 던질 때 힘이 들어간다. 다음 타순에 강타자들이 대기하고 있으면 타석에 있는 타자와의 승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무너진다"며 "시범경기라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냉정함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인급 투수들이 당장 따라하기에는 힘들겠지만 마운드 위에서의 자신 만의 노하우도 공개했다. 류택현은 "마음이 급해지면 동료 수비수들을 한 번 보기도 하고, 덕아웃을 쳐다보기도 한다. 가끔은 나도 긴장이 돼 정신이 없다 전광판을 바라봤을 때 상대타자의 타율이 낮으면 자신감을 찾아 공을 던지기도 한다"며 "낮게만 던진다고 생각하며 자신있게 던지면 어떤 타자와의 승부에서라도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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