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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수'로 판명난 박용택 톱타자 카드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3-07-18 10:24 | 최종수정 2013-07-18 10:24


1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프로야구 롯데와 LG가 경기를 펼쳤다. 1번타자로 나서는 LG 박용택이 1회 타석에 나서기 전 방망이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부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7.16

2013 프로야구 LG와 NC의 주중 3연전 두번째 경기가 10일 잠실 야구장에서 펼쳐 졌다. LG 7회말 2사 1,2루에서 2타점 3루타를 친 박용택이 최태원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3.07.10/



"똑같아요."

'/번 타순은 어때요?'라고 물었을 때 심상한 표정과 함께 돌아오는 타자들의 흔한 답변. 솔직한 대답을 듣기 힘든 질문 중 하나다. 이유는 크게 두가지. 우선, 타순은 본인이 정하는게 아닌 부여받는 것이다. 윗 사람(감독과 타격코치)의 결정이다. 자칫 그 결정에 대한 호불호로 비치지는 않을까 싶어 조심스럽다. 두번째, 솔직한 마음을 감추고 싶은 심리가 있다. 통상 타순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은 4번 등 주요 타순에 배치됐을 때 늘어난다. 부담감을 숨기고 싶은 마음도 있고, 상대 투수와의 전쟁에 앞서 기가 꺾이고 싶지도 않다.

말과는 달리 실제 타자들에게 타순은 무척 중요하다. 해야할 역할이 달라지고 상대 투수들의 승부 패턴이 달라진다. 당연히 퍼포먼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말은 하지 않아도 대부분 타자들은 자신의 위치에 꽤 많은 신경을 쓴다. 이 때문에 결정권자도 많이 고민한다. 감독은 매 경기 가장 효율적인 타순을 짜기 위해 머리를 싸맨다. 김성근 감독이 시합 전날 열개가 넘는 오더를 놓고 고민하다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일화도 있다.

선봉에서 LG의 신바람 타선을 이끌고 있는 베테랑 박용택(34). 그에게 1번 타순은 어떤 의미일까. 프로경력 12년차, 통산 1300경기, 5000타석을 훌쩍 넘게 경험한 백전노장. 그 역시 처음에는 모범 답안을 내밀었다.

"똑같아요." 하지만 잠시 후 속내를 살짝 이야기 한다. "글쎄, 저한테는 5번 같은 타선보다는 1,3번 타순이 조금 더 편한 것 같긴 해요."

기록이 입증한다. 박용택은 톱타자로 나선 경기에서 4할3푼3리(30타수13안타)의 타율로 펄펄 날고 있다. 사실 최근 박용택의 1번 배치는 벤치로선 고육지책이었다. 오지환이 일시적인 슬럼프에 빠지자 김용의를 임시로 배치했다. 하지만 김용의 역시 최근 타격페이스가 썩 좋지 않았다. 지난 10일 NC의 노련한 선발 손민한에 맞서 꺼내든 카드가 바로 1번 박용택.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3타수2안타2타점2득점으로 손민한 저격의 선봉에 섰다. 서막에 불과했다. 박용택은 1번으로 나선 최근 5경기 모두 멀티히트와 매경기 득점을 올리며 만점 리드오프로서 연승을 이끌고 있다. 톱타자로 나선 최근 5경기 타율이 무려 5할7푼1리. 신들린듯한 타격 페이스다. 이쯤되면 딱 1번 체질이다. 박용택은 지난 시즌에도 1번타순에서 3할2푼의 높은 타율을 기록했다. 그가 리드오프로 적합한 이유는 상대 투수 유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 왼손 타자임에도 불구, 좌투수 상대 3할3푼1리의 타율과 2홈런으로 우투수(0.358, 2홈런) 못지 않게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풍부한 경험으로 볼카운트 싸움도 탁월하다. 박용택은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도 3할4리(125타수38안타)의 타율을 기록중이다. 수싸움 능력에 장타력까지 갖추고 있어 상대 투수들로선 상대하기 까다로운 타자다.

톱타자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는 '용암택'. 그의 맹활약에 팀 타선도 밸런스를 회복하며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다. 하위타선으로 잠시 이동한 오지환은 부담감을 내려놓고 특유의 장타력을 뽐내고 있다. 전반기 마지막 2연전이었던 16,17일 부산 롯데전에서 이틀 연속 결정적인 순간마다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절묘한 신의 한 수로 판명난 박용택 톱타자 카드. 후반기에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박용택이 이끌고 갈 LG 타선의 힘. 장마 후 여름승부를 앞둔 평균자책 1위 LG 투수진에게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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