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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왕 판도 중간점검, 91년 쌍방울 집안싸움 재현?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3-07-10 11:45



어느새 2013 프로야구가 절반 넘게 시즌을 치렀다. 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왕' 레이스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지난 2008년부터 신인왕은 모두 '중고 신인'의 몫이었다. 프로의 벽은 높아졌고, 데뷔 첫 해부터 두각을 드러내는 신인들은 자취를 감췄다. 그 결과, 이젠 순수 신인에 대한 기대치도 많이 낮아졌다. 한 차례 방출된 뒤 군제대 후 다시 성공신화를 쓴 2008년 삼성 최형우나 지난해 넥센 서건창처럼 '스토리'를 가진 이들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2013년은 어떨까. 올해는 프로야구 아홉번째 구단 NC 다이노스가 프로에 첫 선을 보인 시즌이다. 신인왕 판도에도 모처럼 변화가 생겼다. NC 선수들이 대거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역대로 신생팀은 신인왕과 가까웠다. 지난 91년 1군 무대에 진입한 쌍방울은 52승3무71패 승률 4할2푼5리로 공동 6위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신생팀의 선전에 신인왕 맞대결도 집안싸움이 됐다. 투타의 중심에 있던 조규제(현 KIA 투수코치)와 김기태(현 LG 감독)이 접전을 펼쳤고, 구원왕 조규제가 팀의 4번타자 김기태를 제치고 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왕 타이틀을 품에 안았다. 조규제는 구원왕에 평균자책점 2위, 김기태는 홈런과 타점 2위였다.

신생팀 신인왕 배출 사례는 SK가 이었다. SK는 해체된 쌍방울 선수단을 기반으로 2000년 인천에서 창단했다. 그해 신인왕은 군산상고 출신의 쌍방울 마지막 1차지명자 이승호(현 NC)의 몫이었다. 이승호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창단 후 수년간 고독한 에이스로 활약했다.

신생팀은 왜 신인왕과 가까울까?

신생팀이 신인왕과 가까운 이유는 분명하다. 일단 창단 특전으로 많은 아마추어 선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른바 '선점 효과'다. 될 성 부를 떡잎을 최대한 많이 데려오기에 신인왕 수상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쌍방울의 경우가 그랬다. 쌍방울은 90년과 91년 2년간 10명의 선수를 우선지명할 수 있었다. 조규제는 91년 1차지명, 김기태는 91년 특별우선지명으로 쌍방울의 선택을 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신생팀의 경우, 다른 팀에 비해 신인들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 기존 선수들이 전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팀들과 달리, 신생팀은 신인들이 주전을 꿰차는 사례가 많다.


쌍방울의 마지막 1차 지명자 이승호는 2000년 SK에서 데뷔한 뒤, 그해 신인왕을 차지했다. 스포츠조선DB
NC 역시 기존팀에서 특별지명하거나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곤 있지만, 모든 자리를 이들로 채울 수는 없는 법이다. 게다가 이들보다 실력이 뛰어난 신인들은 경쟁을 통해 주전 자리를 꿰찼다.

2000년 SK 이승호의 케이스가 이에 들어맞는다. 당시 이승호는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며 42경기서 10승12패 9세이브 평균자책점 4.51을 기록했다.

어느 정도 마운드 분업화가 이뤄진 시점이었지만, SK는 믿음직스러운 투수 자원이 부족했다. 당시 SK가 기존구단에서 데려온 선수들은 대부분 베테랑으로 선수생활 말년에 기량저하가 뚜렷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이승호가 마운드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신생팀 집안싸움 재현? NC 투타 듀오 이재학-나성범 눈에 띄네!

올시즌 신인왕 레이스에선 예상대로 신생팀 NC가 선전중이다. 후보도 많다.

가장 먼저 김경문 감독이 점찍은 '대형 신인' 나성범이 있다. 나성범은 시즌 전 손바닥 수술로 5월이 되서야 팀에 합류했지만, 9일 현재 타율 2할6푼7리 6홈런 37타점으로 팀의 붙박이 3번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최근 초반 보여준 괴물 같은 페이스는 떨어졌지만, 향후 한국프로야구를 이끌어갈 만한 인재임은 분명하다. 나성범은 지난해 입단한 NC의 창단멤버로, 2년차지만 1군 무대는 처음이다.


팀 동료 나성범과 신인왕 레이스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NC의 사이드암투수 이재학.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6.15
토종에이스 이재학도 빼놓을 수 없다. 사이드암투수 이재학은 외국인선수 찰리와 함께 팀내 최다승(5승) 투수다. 14경기(11경기 선발)서 5승3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90을 기록중이다. 이재학의 경우, 지난 2010년 두산에 2라운드 전체 10순위로 지명된 '중고 신인'이다. '데뷔 후 5년 이내', '투수는 30이닝 이내'라는 신인왕 수상 요건에 부합한다.

지난해까지 이재학의 1군 기록은 2010년 16경기서 23⅓이닝을 던진 게 전부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2011년 말 NC로 이적했고, NC에서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안정된 기회를 통해 성장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나성범과 이재학은 지난해 퓨처스리그(2군)을 지배하며, 올시즌 활약을 기대케 한 신인이다. 순수 신인도 있다. 대졸 신인 권희동은 하위라운드인 9라운드에 지명됐음에도 첫 해부터 1군 외야수 자리를 꿰찼다. 67경기서 타율 2할1푼6리 5홈런 25타점을 기록중. 이외에도 NC의 또다른 창단멤버인 마무리 이민호나, 주전 유격수 노진혁도 있다.

'신인왕 집안싸움' 판도로 흘러가고 있지만, 기존 구단 신인들도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LG의 신바람야구 한 가운데 있는 문선재나 KIA의 스윙맨 임준섭이 그 주인공이다.

문선재는 지난 2009년 2차 7라운드 전체 52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2010년 7경기에 나선 게 1군 기록의 전부다. 이후 상무에서 군복무하면서 눈에 띄게 성장세를 보였다. 52경기서 타율 2할9푼3리 3홈런 22타점을 기록중이다.

좌완 임준섭은 지난해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KIA에 입단한 뒤, 팔꿈치 수술로 1년을 통째로 쉬었다. 때문에 한국야구위원회(KBO) 가이드북에도 신인으로 분류돼있다. 올시즌 선발투수가 구멍날 때마다 임시선발로 활약하는 스윙맨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24경기서 2승2패 1홀드 평균자책점 4.60을 기록중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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