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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일일 롯데 감독 한 번 해봤지. 이번엔 서군이 LG네."
올스타전 팬투표는 최근 들어 '팬심의 경연장'이 됐다. 팬투표는 1일 1회가 가능하다. 여기에 동군과 서군 모두 포지션별 1명씩을 선택해야 한다. 한 명이라도 선택하지 않으면 투표가 종료되지 않는다. 이를 두고, 수년간 특정팀 팬들끼리 '연합'하는 촌극도 빚어졌다. 우리가 동군에선 너희를 찍어줄테니, 서군에서 밀어달라는 식이다. 혹은 포지션별로 우리 팀과 나눠먹자는 식도 있다.
몰표는 이 모든 걸 무력화시키는 무기다. 팬심을 과시하는 수단이 됐다. 최근 수년간 좋은 성적을 낸 롯데가 올스타전 팬투표를 싹쓸이했다. 이번엔 그 현상이 LG로 넘어갔다. LG 팬들로선 "우리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 롯데와 마찬가지로 전국구 구단으로 불리지만, 10년간 가을야구를 하지 못하면서 생긴 '한'과 같은 것이다.
류 감독은 지난해 올스타전을 떠올리며 "내가 롯데 선수들 데리고 올스타전에 나갔다. '내가 롯데 감독이었으면…'하는 생각으로 라인업을 짰다. 나중에 롯데에선 그 라인업이 안 나오더라"며 웃었다.
이번엔 지난해 5위로 서군 5팀(KIA 넥센 LG 한화 NC)중 지난해 성적이 가장 좋은 KIA의 선동열 감독이 서군 감독을 맡게 됐다. 올스타 팬투표가 이대로 끝나면 선 감독이 LG 감독을 맡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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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감독은 올스타전이 특정팀 선수로 도배되는 데 대해선 조심스레 반대 의견을 보였다. 과거 올스타전의 진풍경 중 하나는 그라운드에 통일되지 않은, 여러 구단 유니폼이 골고루 배치된 것이었다.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하나가 돼 뛰는 데 분명 의미가 있다.
류 감독은 "내가 현역 시절 땐 올스타전 투표에서 전 포지션을 투표하지 않았다. 그냥 '유격수 아무개'식으로 1명만 뽑는 식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다양하게 뽑혔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온라인투표의 편의성상 전 포지션을 투표하는 것과 달리, 오직 현장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를 꼽았다는 것. 결국 전체 프로야구를 통틀어 그 팬의 마음을 얻은 이가 소중한 1표를 얻게 된 것이다.
류 감독은 취재진과 대화 도중 새로운 투표방식 도입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가요 순위프로그램'의 예를 들었다. 가요 순위프로그램의 '순위제' 역시 매번 뭇매를 맞아온 방식이다. 그런 과정에서 나름 단점이 많이 보완됐다.
최근엔 방송사별로 서로 다른 순위제를 도입해 운영중이다. 예를 들면, 디지털 음원판매, 음반판매, 방송횟수, 유튜브 동영상 조회수, SNS 점수, 생방송 모바일 투표 등을 모두 순위에 반영하는 것이다. 방송사별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곳에 많은 비율을 줘 합산한다. 한 방송사의 경우 디지털 음원판매 65%에 음반판매 5%, 방송횟수 20%, 시청자 선호도 조사 10%의 비율로 점수를 집계한다. 디지털음원이 '대세'인 상황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주고, 다른 지표로 허점을 보완하는 식이다.
류 감독이 가요 순위프로그램의 예를 든 건, 온라인 팬투표 외에 창구를 다양화하자는 의견이었다. 일본처럼 선수간 투표를 도입하고, 더 나아가 코칭스태프의 투표도 실시했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올해 사라진 현장투표도 부활시켜, 직접 야구장을 찾는 팬들의 팬심도 반영하자고 했다.
류 감독은 "매일 야구장을 찾는 팬들은 정작 투표하지 못하고 있다. 젊은 세대를 위한 온라인투표 방식도 좋지만, 다양화할 필요성이 있다. 각각의 투표별로 비율을 정하면, 특정팀 집중 현상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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