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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화, 독이 된 5회 이브랜드 조기 강판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07-04 06:47



결과론 적인 얘기가 되겠지만, 성급한 투수교체가 화를 부른 한화였다.

한화는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초반 확실한 승기를 잡고도 8대9 충격의 역전패를 당했다. 1패 이상의 충격이 가해질 수밖에 없는 뼈아픈 패배였다.

이날 경기 양팀의 안타수는 18대9였다. 승리팀 LG가 18이었을까. 아니었다. 전광판 18이 새겨진 곳은 한화쪽이었다. 한화는 1회말 수비에서 LG에 2점을 내줬지만 2회 곧바로 안타 9개를 몰아치며 대거 7점을 뽑아냈다. 1번 고동진만 안타를 때려냈다면 한이닝 선발 전원안타가 될 뻔했다. 4회에도 김태완의 적시타로 1점을 보탰다. 어쨌든 한화의 타선은 무시무시했다. LG 선발 신정락의 컨디션이 안좋았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유독 컨디션이 좋아보였다.

매경기 그래왔지만 문제는 마운드였다. 선발 이브랜드가 초반 타선의 지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가지 못했다. 2회말, 그리고 4회말 1점씩을 준 것은 괜찮았지만 5회 또다시 흔들리면서 김응용 감독의 신뢰를 잃었다. 선두 오지환에게 안타를 내줬다. 문선재를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박용택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8-4 리드 상황서 1사 1, 3루의 위기. 김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투수교체. 예상하기 힘든 타이밍의 교체였다. 일단 4점의 점수차이가 있었다. 단순히 선발투수의 승리요건을 만들어주기 위한 것을 떠나 이브랜드보다 구위가 좋은, 그리고 이 압박 상황을 이겨낼 만한 불펜 자원이 없는 것이 문제였다.

김 감독의 선택은 신인 조지훈이었다. 장충고를 졸업하고 올해 한화에 드래프트 1순위로 입단한 조지훈은 지난달 20일 1군에 처음 등록돼 이날 경기 전까지 4경기에 나선 경험을 갖고 있었다. 4⅔이닝을 던지면 단 1실점 만을 내줘 성공적으로 1군 무대에 연착륙 중이었다. 하지만 이날 LG전은 상황이 달랐다. 비교적 편안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이전 경기와 달랐다. 상승세의 LG. 여기에 상대는 중심타순이었다. 신인으로서 이겨내기 힘든 압박감이 어깨를 짓눌렀을 것이다.

첫 타자 정의윤을 상대로 초구에 몸에 맞는 볼을 내줬다. 1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여기서 신인투수가 상대한 타자는 프로야구 최고의 베테랑 이병규(9번)였다. 조지훈은 최선을 다해 던졌지만 이병규의 벽을 넘지 못했다. 싹쓸이 2루타. 8-7 스코어가 됐다. 조지훈은 정성훈에게 또다시 볼넷을 내준 뒤 윤근영과 교체됐다.

물론, 한화로서는 아쉬운 장면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7회 1사 상황서 포수 정범모가 정의윤의 평범한 포수플라이를 잡지 못해 정의윤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역전 점수의 빌미를 제공했다. 또, 불펜 운용이 빨라지며 7회 1사 상황서 마무리 송창식이 일찌감치 등장해야 했다. 송창식이 역전 적시타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경기가 리드 상황이나 동점으로 흘렀어도, 이후 나올 투수가 없었다. 공격에서는 8회초 1사 1, 3루의 역전 찬스를 잡고도 이학준의 병살타가 터지며 동점조차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사실상 이날 경기는 5회 분위기가 LG쪽으로 넘어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브랜드가 6개의 안타를 허용하고 많은 점수를 내줬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구위를 보여줬던 것을 감안하면 5회 1, 2점 정도 내주는 것을 감안해 이브랜드를 마운드에 두고, 2~3점차 리드로 6회부터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면 경기 내용은 또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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