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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은 6월 한달간 급격한 내리막을 탔다.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킨 넥센은 5월 들어 처음 1위에 올랐다. 승승장구였다. 하루나 이틀씩 2위로 내려간 적은 있었지만, 1위 자리는 굳건했다. 디펜딩챔피언 삼성의 아성을 넘는 듯 했다.
염경엽 감독은 7월 첫 경기였던 2일 창원 NC전을 앞두고 "최악의 한 달이었던 것 같은데 결과를 보니까 8승13패로 -5였다. 그렇게 못한 것 같은데…"라며 "하지만 팀이 원하는 성적을 내려면 한 달에 최소한 -3 이내로 지켜야 한다는 걸 알았다"고 밝혔다.
잊고 싶다던 6월이었지만, 그 속에서 교훈을 얻었다. 염 감독은 "안 좋을 때 최대한 패수를 줄여야 한다. 6월엔 그걸 못 했다. 여러 사건, 사고는 어쩔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패수를 줄이는 게 코칭스태프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래서 -5를 찍었다. 부수적인 건 전부 핑계다. 내가 잘못했다. 이겨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프로야구는 '장기 레이스'다. 넥센에게 온 위기는 지나갔다. 다시 반등의 기회를 잡으면 된다. 다행히 염 감독은 시즌을 길게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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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현은 1군 복귀전이었던 지난달 25일 목동 SK전서 6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더니, 30일 대전 한화전에선 6⅓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좌완 영건 강윤구 역시 26일 SK전서 5⅓이닝 1실점으로 좋아진 모습을 보였고, 2일 NC전에서 6⅔이닝 무실점으로 올시즌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시즌 첫 무실점 피칭이었다.
염 감독은 "선발이 살아나서 다행이다. 조금씩 좋았을 때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찾아올 것으로 믿었다"며 웃었다.
그는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여야 한다. 싸울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볼카운트에서 우선권을 잡느냐, 못 잡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며 "지금 나이트나 밴헤켄이 부진한 이유도 그것이다. 너무 잘 던지려 하다보니, 초구는 물론 볼이 많아진다. 하지만 볼카운트가 몰리면 스트라이크를 넣을 수 밖에 없다. 그때 안쪽으로 몰려 실투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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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선엔 아직 제 컨디션이 아닌 선수들이 있다. 강정호 김민성 유한준 등이 그렇다. 염 감독은 이들을 철저히 배려하고 있다. 그는 "정호가 좀더 좋아질 때까지 3번 강정호, 5번 이택근으로 기용하려 한다. 정호가 타점 부담을 갖는 건 아니다. 타점 5위 아닌가. 하지만 현재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염 감독은 시즌이 계속 되면서 지친 기색이 보이거나, 컨디션이 떨어진 선수들에게 휴식을 줬다. 이날도 유한준을 라인업에서 제외시킨 대신, 훈련량을 좀더 늘리게 해 감각을 유지하도록 했다.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시즌을 길게 보고 선수단을 운영하고 있다.
6월 부진으로 인해 조급할 수도 있었다. 여느 초보사령탑이 흔히 겪는 문제다. 갑작스레 닥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넘어지는 일이 많다. 하지만 염 감독의 원칙은 확고하다. 서두르지 않는 게 그의 원칙이다. 그의 "좋아지고 있다"는 말은 '길게 봤을 때 문제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