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김기태 감독은 왜 김용의를 2루수로 투입했을까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07-01 09:11



왜 기존 2루수를 두고 김용의에게 2루를 맡겼을까.

LG와 SK의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열린 30일 잠실구장. 경기가 열리기 전 진행된 LG의 훈련 때 평소 볼 수 없었던 장면이 연출됐다. 주포지션은 1루수, 그리고 서브포지션은 3루수인 김용의가 2루에서 쉴 새 없이 펑고를 받고 있었다. 단순한 훈련이 아니었다. 포구는 기본이고 병살 플레이 연습까지 실전 준비 태세를 갖추는 모습이었다. 1루와 3루보다는 움직임이 많은 자리. 큰 키에 긴 다리로 껑충껑충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이 어색하기도 했지만, 곧잘 펑고타구들을 받아냈다. 그렇게 김용의는 이날 경기 1번-2루수로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김용의의 2루수 기용 이유는 두 가지 측면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일단, 주전 2루수인 손주인의 체력 안배다. 지난해까지 삼성에서 주로 백업으로만 뛰어온 손주인은 올시즌 LG에서 처음 주전으로 풀타임을 소화중이다. 안그래도 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무더위까지 겹쳤다. LG 김기태 감독은 "손주인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김용의를 2루에 투입했다. 자기 포지션은 아니지만 수비에서도 잘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상승세를 탄 선수를 빼기도 힘들었다. 김용의는 1번 타순에 계속 나서 체력적 부담을 안은 오지환을 대신해 29일 경기에 1번 타순으로 출전했다. 시즌 첫 1번타순. 그런데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냈다.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공격의 물꼬를 텄다. 그 상승세를 몰아 김용의는 30일 경기 SK 선발이 좌완 레이예스임에도 불구하고 이틀 연속 1번 자리를 지켰다.

평소 1루를 번갈아보던 문선재와 김용의가 나란히 1-2번타자로 선발출전했다. 자연스럽게 둘 중 1명이 1루 아닌 다른 포지션을 맡아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생기는 궁금증 하나. 왜 문선재 2루, 김용의 1루로 교통정리가 되지 않았을까. 고교시절 유격수를 봤던 문선재는 올시즌 1루 아니면 2루수로 출전해왔다. 다시 말해, 처음으로 2루 수비를 보는 김용의에 비해 문선재가 2루에 투입되는게 객관적으로 더 안정감있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실제, 김용의는 1회 병살이 유력했던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타자주자를 살려줬다. 직접 2루 베이스를 밟고 곧바로 1루에 송구했다면 시간을 벌 수 있었는데, 베이스커버를 들어오는 오지환에게 토스를 해 병살기회를 놓쳤다. 또, 6회 최 정의 플라이타구를 처리하는 장면도 불안했다. 결국, 2-0으로 앞서던 7회 1점 추격을 허용하고 위기가 이어지자 김 감독은 김용의를 대신해 손주인을 2루에 내보냈다.

이에 대한 김 감독의 의도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유지현 수비코치가 시키는대로 했다"며 웃어 넘겼다. 유 코치는 "주키치의 투구 스타일상 센터 방면으로 땅볼 타구가 많이 굴러간다. 이에 대비해 상대적으로 상대적으로 어깨가 강한 김용의를 2루에 배치하고 문선재를 1루에 뒀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김용의는 큰 실수 없이 경기를 했고, 김용의의 대수비로 나온 손주인이 아슬아슬한 1점차 리드를 이어가던 7회 쐐기 1타점 2루타를 터뜨렸고, 8회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한박자 빠른 송구로 김강민 병살 처리의 1등공신이 되기까지 했으니 김 감독의 용병술은 성공이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