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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심판위원들 다수를 대상으로 '심판들이 가장 뿌듯한 순간은 언제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완전한 주관식임에도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이 있었다. '심판이 누구였는지 이름조차 모르게 경기가 끝났을 때'였다.
팬들은 공분했다. 자질을 갖추지 못했는데 심판의 권위나 수고만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 내부에선 어떤 노력이 있을까.
2군행 징계, 심판들에겐 가장 큰 중징계
지난 2010년 6월 오훈규 심판위원은 6월 22일 두산-삼성전에서 애매한 타구를 1루수 인필드플라이로 선언한 뒤 2군행 징계를 받았다. 이미 한 달 전 한 차례 판정 문제로 인해 심판조 조정이 이뤄진 상황이라 더욱 강한 징계를 받았다. 오 위원은 그해 더이상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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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해 시즌만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다. 향후 심판위원장이 1,2군 심판조 배정시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징계는 인사고과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오심이 잦을 경우, 한국시리즈 심판조엔 포함될 수 없다. 20년차 베테랑 심판위원도 몇 년 전 포스트시즌에서 저지른 애매한 판정 탓에 한국시리즈 심판조에서 배제됐다.
심판위원회와 별도로 움직이는 KBO, 심판 목줄 쥐고 있다
판정에 문제가 있을 경우, 일차적으로 움직이는 건 심판위원회다. 하지만 자체징계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경우가 있다. 야구규칙을 몰라 잘못 적용했을 경우, KBO 상벌위원회에 회부된다.
지난 23일 SK-롯데전에서 나온 잘못된 투수교체가 그랬다. 당시 윤상원 주심은 투수교체에 있어 시즌 전 야구규칙에 신설된 항목을 인지하지 못하고, 롯데의 잘못된 투수교체를 용인했다. SK 이만수 감독의 항의 후에도 잘못을 인정만 하고, 부정교체를 바로잡을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결국 윤상원 심판위원은 야구규칙을 인지하지 못하고 허용되지 않은 투수를 출전시켰음을 근거로 제재금 100만원을 부과받았다. 심판원에게 바로잡을 것을 조언해야할 의무를 준수하지 못한 김상영 기록위원 역시 제재금 50만원을 물게 됐다. 당시 윤 위원과 같은 심판조였던 나머지 4명의 심판위원 역시 엄중 경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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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위원회에서 매기는 인사고과 외에 오심성 판정을 계속해서 모니터링한다. 판정 뿐만 아니라, 경기 중 심판의 위치 등 세밀한 부분까지 모니터링 대상이다. KBO는 이를 토대로 심판위원회와 별도의 인사고과를 매겨, 심판위원회 고과와 합산한다. 이는 연봉은 물론, 재계약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1년 단위 계약직인 심판에겐 고과는 목숨과도 같다.
KBO는 계속해서 심판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와 마찬가지로 투구추적시스템을 근거로 심판들에게 자신의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복기하게끔 하고 있다. 그 결과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대한 문제는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는 게 KBO 내부의 판단이다.
과학의 발달로 가능해진 일이지만, 심판들은 그만큼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중계기술의 발달로 조금만 애매해도 질타를 받는 현재 상황에서 전문성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심판, 어떻게 하면 될 수 있나요? 여전히 비야구인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심판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채용될까. 매년 시즌이 종료되면 KBO는 야구심판학교를 연다. 지난 2009년부터 명지전문대학 평생교육원에 교육과정으로 신설됐다. 이전까지 심판학교는 '강습회' 수준이었다. 때문에 비야구인 출신의 심판 채용이 불가능하고, 파벌화가 심화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래서 보다 틀을 갖춘 교육과정을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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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 인원은 매년 다르다. 수습심판들의 실력이 부족하거나, 심판위원이 포화상태일 경우 채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수습기간 중 경쟁률은 2대1에서 3대1 가량이다. 전문과정에 참여하는 인원이 100여명이라고 보면, 많아야 2~3명만이 바늘구멍을 통과하게 된다.
일각에선 비야구인 출신 심판들이 적은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선수 출신 야구인들이 심판으로 나서면서, 선후배 문화가 엄격한 국내 엘리트체육 문화 탓에 경기 외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후배 감독이나 선수를 향한 고압적인 태도를 들 수 있다.
하지만 비야구인 출신이 심판에 임용되기 어려운 이유는 분명하다. 보는 눈 자체가 다르다는 게 현장의 평가다. 심판학교에서부터 선수 출신과 비선수 출신의 차이는 극명히 갈린다. 신체적 능력은 물론, 공이나 발을 따라가는 눈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