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투수 기용 시기 점점 빨라지는 이유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3-06-25 12:24 | 최종수정 2013-06-25 12:24


삼성 마무리 오승환은 올시즌 1점대 평균자책점에 블론세이브는 1개 밖에 범하지 않았지만, 1이닝을 초과해 던진 경기가 8번이나 된다. 메이저리그 세이브 1위를 달리고 있는 투수들은 단 한 번도 1이닝을 넘게 던진 적이 없다. 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

관점의 차이인가, 아니면 습관인가. 마무리 투수의 투입 시점을 곰곰이 생각해 볼 때가 됐다.

올시즌 마무리 보직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구단이 많다. 붙박이 마무리가 버티고 있는 삼성과 넥센도 처지는 마찬가지다. 올시즌처럼 마무리 투수들이 수난을 당한 적도 없었다. 24일 현재 세이브 1위는 20세이브를 올린 KIA 앤서니다. 2위는 19세이브의 넥센 손승락이고, 롯데 김성배와 LG 봉중근이 각각 16세이브로 공동 3위다. 최고의 마무리 투수라고 일컫는 삼성 오승환은 14세이브로 한참 처져 있다.

이들의 마무리 능력은 과연 어떨까. 블론세이브와 평균자책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앤서니는 블론세이브 3개에 평균자책점은 3.74에 이른다. 손승락 역시 평균자책점은 3점대인 3.20이며, 블론세이브는 2개다. 김성배는 평균자책점 3.03에 블론세이브는 3개나 된다. LG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봉중근은 평균자책점 0.98에 블론세이브는 2개이며, 오승환은 평균자책점 0.40, 블론세이브 1개다. 시즌이 절반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블론세이브가 3개 이상이고, 평균자책점이 3점대라면 마무리 투수로는 낙제점이다. 지금까지의 성적만 놓고 본다면 오승환과 봉중근 정도가 가장 믿을만한 마무리라는 이야기다.

왜 이렇게 마무리 투수들의 수준이 떨어졌을까. 부담이 많고 할 일이 많은 상황에서 깨끗한 내용의 투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마무리=1이닝' 등식이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외면받는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8회 1사 또는 2사후 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하는 마무리 투수가 많다. 승부처에서 믿음이 가는 투수를 내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올시즌의 경우 정도가 지나치다. 어쩔 수 없는 승리에 대한 집착이다.

오승환의 경우 올시즌 22경기 가운데 8번이나 이같은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물론 성적은 좋았다. 앤서니는 27경기중 무려 16경기에서 8회 위기 상황에서 등판했다. 봉중근은 25경기 가운데 10경기에서 1이닝을 초과해 던졌다. 올시즌 25경기 등판중에 8회 이전 마운드에 오른 것이 5번으로 적은 편에 속하는 손승락도 최근에는 3경기 연속 1이닝을 넘게 던졌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이에 대해 "오승환의 경우 보통은 1이닝을 기준으로 던지게 하지만, 등판 간격이 길거나 상황이 불가피할 때는 8회 2사후 등판시키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한다. 넥센 염경엽 감독도 마무리는 1이닝만 던지게 하는 것이 길게 봤을 때 현명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같은 판단 기준은 다른 감독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경기 상황이 몰리게 되면 마무리 투수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메이저리그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날 현재 내셔널리그 세이브 1위를 달리고 있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제이슨 그릴리는 올시즌 37경기에 나가 26세이브를 올리는 동안 단 한 번도 1이닝을 초과해 던진 적이 없다. 블론세이브는 1번 밖에 없고, 평균자책점도 1.82로 수준급이다. 26세이브로 아메리칸리그 공동 1위인 뉴욕 양키스의 마리아노 리베라는 평균자책점 1.61, 블론세이브는 하나 밖에 없다. 리베라 역시 세이브 상황에서 8회에 등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리베라는 통산 634세이브로 역대 1위 기록 보유자이기도 하다. 리베라와 공동 1위인 볼티모어의 짐 존슨도 1이닝을 넘게 던진 적이 한 경기도 없다.

메이저리그의 마무리 기용법이 절대 진리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매일 등판대기를 해야 하는 마무리 투수의 부담은 덜어줄 필요가 있다. 국내 마무리 투수의 수명이 짧고 부상이 잦은 이유는 다른 것이 없다. 경기의 질과 선수 보호도 생각해야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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