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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의 차이인가, 아니면 습관인가. 마무리 투수의 투입 시점을 곰곰이 생각해 볼 때가 됐다.
왜 이렇게 마무리 투수들의 수준이 떨어졌을까. 부담이 많고 할 일이 많은 상황에서 깨끗한 내용의 투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마무리=1이닝' 등식이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외면받는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8회 1사 또는 2사후 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하는 마무리 투수가 많다. 승부처에서 믿음이 가는 투수를 내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올시즌의 경우 정도가 지나치다. 어쩔 수 없는 승리에 대한 집착이다.
오승환의 경우 올시즌 22경기 가운데 8번이나 이같은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물론 성적은 좋았다. 앤서니는 27경기중 무려 16경기에서 8회 위기 상황에서 등판했다. 봉중근은 25경기 가운데 10경기에서 1이닝을 초과해 던졌다. 올시즌 25경기 등판중에 8회 이전 마운드에 오른 것이 5번으로 적은 편에 속하는 손승락도 최근에는 3경기 연속 1이닝을 넘게 던졌다.
메이저리그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날 현재 내셔널리그 세이브 1위를 달리고 있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제이슨 그릴리는 올시즌 37경기에 나가 26세이브를 올리는 동안 단 한 번도 1이닝을 초과해 던진 적이 없다. 블론세이브는 1번 밖에 없고, 평균자책점도 1.82로 수준급이다. 26세이브로 아메리칸리그 공동 1위인 뉴욕 양키스의 마리아노 리베라는 평균자책점 1.61, 블론세이브는 하나 밖에 없다. 리베라 역시 세이브 상황에서 8회에 등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리베라는 통산 634세이브로 역대 1위 기록 보유자이기도 하다. 리베라와 공동 1위인 볼티모어의 짐 존슨도 1이닝을 넘게 던진 적이 한 경기도 없다.
메이저리그의 마무리 기용법이 절대 진리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매일 등판대기를 해야 하는 마무리 투수의 부담은 덜어줄 필요가 있다. 국내 마무리 투수의 수명이 짧고 부상이 잦은 이유는 다른 것이 없다. 경기의 질과 선수 보호도 생각해야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