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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야구를 잘하니…삼성-LG, 장외 팬심 대결도 후끈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06-24 06:06


◇팬에게 선물받은 시계를 차고 포즈를 취한 삼성 류중일 감독.
 대구=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감독님, 기죽지 마십시오.'

삼성과 LG의 경기가 열린 23일 대구구장. 경기 전 덕아웃에 나타난 삼성 류중일 감독은 싱글벙글이었다. 그러면서 왼팔에 찬 시계를 자랑스럽게 내보였다. 깔끔한 디자인의 시계에는 삼성 라이온즈의 로고가 선명히 박혀있었다. 류 감독은 "팬분께 선물 받은 값진 시계"라고 설명했다.

시계를 선물받게 된 사연이 재밌다. 류 감독에게 시계 선물을 보낸 팬은 서울에서 시계를 제작하는 김한뫼씨. 삼성의 열성팬이다. 김씨가 류 감독에게 직접 만든 시계를 선물하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LG 김기태 감독 때문이다. 김 씨는 지난 15일 김 감독이 팬들루부터 시계를 선물받았다는 보도를 접하고 자신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자신의 직업 특성을 살려 직접 시계 제작에 들어갔다. 삼성의 상징색인 파란색과 유사한 남색 가죽 줄에 구단 로고를 선명하게 박았다. 시계 알 뒷면은 투명하게 처리해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이게 해 특색을 줬다. 류 감독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시계 아닌가. 팬께서 주신 선물이라 감사한 것도 있지만 디자인도 예쁘고 고급스러워 너무 마음에 든다"고 밝혔다. 류 감독은 시계를 받자마자 김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감사인사를 전했다.

김씨는 LG와의 주말 3연전이 시작된 21일 장문의 편지와 함께 시계를 보내왔다고 한다. 편지의 주된 내용은 '감독님, 삼성팬들도 감독님을 열심히 응원합니다. 기죽지 마십시오'였다는 류 감독의 귀띔. 나란히 상위권에 위치해 치열한 야구 전쟁을 벌이고 있는 두 팀의 장외 팬심 대결도 후끈 달아올랐다는 증거였다.

삼성과 LG는 익히 알려진대로 오래전부터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라이벌 기업으로 경쟁해 왔다. 하지만 야구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2002년 드라마와 같았던 극적인 한국시리즈를 벌였던 양팀의 뜨거웠던 관계는 이후 10년 동안 차갑게 식어버리고 말았다. 삼성은 2005년, 2006년, 2011년, 2012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전통의 강호로서 면모를 지켜갔지만 LG는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며 오랜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양팀의 맞대결 결과, 14승5패로 삼성의 압도적인 우위였다.

하지만 올시즌 얘기가 달라졌다. LG의 신바람 야구가 부활하며 삼성을 위협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 5월 21일부터 대구에서 열린 양팀의 3연전에서 LG가 위닝시리즈를 장식하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선두 삼성을 위협할 정도로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그래서 양팀의 주말 3연전에 많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삼성 이승엽의 홈런 신기록이 이미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22일 양팀의 경기 입장권은 매진됐다. 1루측 LG 덕아웃 위에는 약 150여명의 LG팬들이 원정을 와 열띤 응원전을 벌였다. 대구구장의 파도타기 응원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LG 관중들만 참여하지 않자 홈 관중들이 야유를 보내는 등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23일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LG가 승리를 거두며 LG는 삼성을 상대로 다시 한 번 위닝시리즈를 만들어냈다. 시즌 상대전적도 4승4패로 균형을 맞췄다. LG팬들은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짐을 꾸려 구단 버스로 향하는 선수들에게 환호를 보냈다.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삼성과 LG의 라이벌 의식. 장내외에서 제대로 불붙었다.


대구=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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