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는 아마 야구 최강국으로 꼽힌다.
역대 쿠바 출신으로 가장 뛰어난 성적을 올린 선수는 라파엘 팔메이로다. 팔메이로는 15세에 쿠바를 떠나 미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나왔다. 두 차례의 신인드래프트를 거쳐 미시시피 주립대 시절인 85년 시카고 컵스의 1라운드 지명을 받아 입단해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정작 그가 전성기를 보낸 팀은 컵스가 아니라 텍사스 레인저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였다. 특히 볼티모어에서는 칼 립켄 주니어와 함께 팀의 리더로서 팀을 두 차례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까지 올려놓으며 쿠바 야구의 저력을 보여줬다. 텍사스 시절에는 이반 로드리게스, 후안 곤잘레스 등과 함께 강타선을 구축하기도 했다. 그는 메이저리그 통산 569홈런, 3020안타를 기록하며 역대 4번째로 500홈런-3000안타 클럽에 가입했다. 하지만 텍사스 시절 그의 동료였던 호세 칸세코가 은퇴 후 자서전에서 스테로이드를 사용했던 선수들 명단에 팔메이로를 포함시키는 바람에 모든 명예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칸세코의 자서전 파문이 일어난 뒤인 2010년 팔메이로는 명예의 전당 헌액 자격이 생겼지만, 기자단 투표에서 11%의 득표율에 그쳐 입성에 실패했다.
투수 중에서는 리반 에르난데스가 대표적인 쿠바 출신 메이저리거였다. 에르난데스처럼 여러 팀을 돌아다니며 꾸준한 활약을 펼친 쿠바 출신 선수도 없다. 95년 쿠바를 탈출해 미국에 입성한 에르난데스는 96년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와 계약을 하며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그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97년이다. 당시 플로리다의 주축 선발투수로 활약하며 정규시즌서 9승을 올린 에르난데스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 2승을 따내며 MVP에 올랐다. 그는 메이저리그 17시즌 동안 샌프란시스코, 몬트리올, 애리조나, 미네소타 등 9개 팀 소속으로 통산 178승을 기록하며 쿠바 출신 투수로는 최다승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밀워키에서 3승을 거둔 뒤 FA 자격을 얻었지만, 새 팀을 얻지 못하고 사실상 은퇴를 한 상황이다.
현재 메이저리그 엔트리에 올라 있는 쿠바 출신 선수는 모두 14명으로 90년대 후반에 이어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