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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반전의 시작은 5월 19일 잠실 KIA전부터였다. 선발로 깜짝 등판해 값진 승리를 따냈던 선발 류제국의 활약도 돋보였지만, 더욱 고무적이었던 것은 캡틴 이병규의 맹활약이었다. 부상 복귀 후 계속해서 안타를 1개씩 밖에 때려내지 못했던 이병규가 3안타 2타점으로 타선을 이끌자 팀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특히, 햄스트링 부상을 완벽하게 털어내지 못하고 복귀했지만 기습번트를 대고 전력질주하는 주장의 모습에 후배들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후 LG가 승승장구 하고 있다. 이날 경기 포함, 2일 KIA전 승리까지 10승3패를 기록하며 5할 승률을 넘어섰다. 4강 진출의 희망이 보인다.
장타는 중요치 않다.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득점권 타율이다. 15타수 9안타 6할의 타율이다. 타점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병규는 이에 대해 "시즌 시작 후 급하게 1군에 올라왔기 때문에 경기 감각을 100%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무리"라며 "무조건 누상에 있는 주자를 불러들이고, 출루를 해 찬스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그러다보니 컨택트 위주의 스윙을 하고 있다. 결과가 좋아 다행이다. 장타 욕심은 완전히 버렸다"고 설명했다. 프로 17년차의 관록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부상 걱정을 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최근 경기에서 이병규의 화끈한 주루플레이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 대역전극을 이뤄낸 지난 5월 30일 잠실 한화전에서 전력 질주 이후 포수 박노민의 태그를 피해 홈을 터치하며 극적인 결승점을 뽑아냈다. 2일 KIA전도 마찬가지. 10회초 연장 공격에서 1루에 출루해 문선재의 좌익선상 2루타가 터졌을 때 홈까지 내달려 극적인 결승점을 만들어냈다. 아웃 타이밍이었지만 중심이 뒤로 무너진 KIA 포수 차일목을 피해 손으로 살짝 홈을 터치했다. 경험이 왜 중요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이병규는 "사실 타이밍이 늦어 과감히 슬라이딩을 하거나, 보디체킹을 할 생각도 했다. 그런데 순간 상대포수의 자세가 흐트러지는 모습이 보였고 재빨리 상체를 숙여 손으로 홈을 터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짧은 시간이지만 정말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병규는 "햄스트링 부상은 재발 가능성이 높다고들 하고 걱정의 시선을 보내주신다. 하지만 지금은 부상 걱정을 하며 플레이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확실한건 지금은 부상 부위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라며 베테랑다운 모습을 보였다.
"팀 분위기? 선수들 즐기는 모습 봐달라."
많은 전문가들이 "이병규가 1군에 복귀한 뒤 LG 선수단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선수들이 하고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끈끈한 팀플레이를 펼치고 있다는 것. 이병규는 이에 대해 자신의 역할을 애써 축소하며 "선수들은 시즌 전부터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최선을 다해 플레이 해왔다. 다만 성적이 조금 안좋았을 뿐이다. 선수들이 준비한 결과물이 나오고 있는 것이고 나는 운떼가 좋아 칭찬을 받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단, 이병규는 "후배들에게 항상 즐기자고 강조하는데, 최근 그런 모습이 내 눈에도 보이는 것 같다. 또,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 뿐 아니라 덕아웃에 있는 선수들도 하나가 돼 경기를 치르는 모습이 상승세의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최고의 상승세로 4강 진출의 분위기가 모락모락 피어나오고 있는 지금. 팀 분위기가 매우 궁금했다. 이병규는 웃으며 "내가 어떻게 그걸 말로 설명할 수 있겠느냐"며 "우리 선수들이 정말 야구를 즐기고 있다는 것, 나 말고 최근 LG 야구를 지켜보시는 모든 분들께서 느끼시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느껴지신다면 우리 팀 분위기는 매우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