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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자는 마음으로 올라왔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왔다,"
경기 전 이순철 수석코치는 프리배팅 때 호쾌한 장타를 날리는 김주형의 모습을 보면서 "경기 때 저렇게 해야 되는데…"라며 입맛을 다셨다. 김주형이 막상 경기 때만 들어가면 '타이밍'이 전혀 안 맞는다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2013시즌 첫 경기는 달랐다. 김주형은 23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홈경기에 9번-1루수로 선발출전했다. 전날 올시즌 처음 1군에 올라온 김주형은 이날 경기가 시즌 첫 출전이었다.
4-1로 앞선 4회말 1사 1루서 타석에 들어선 김주형은 한화 두번째 투수 안승민의 140㎞짜리 초구 직구를 잡아당겨 투런홈런을 날렸다. 바깥쪽 높은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완벽한 타이밍에 배트 중심에 맞아 나간 공은 좌측 담장을 넘어갔다. 비거리는 105m.
6회 세번째 타석에서도 방망이는 식지 않았다. 선두타자로 나서 한화의 세번째 투수 이태양의 3구째 높은 141㎞짜리 직구를 잡아당겨 또 한 번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마찬가지로 비거리는 105m였다. 연타석 홈런.
김주형의 마지막 홈런은 지난해 9월 7일 광주 SK전이었다. 이날 연타석 홈런은 시즌 5번째이자 통산 700호. 김주형 개인 통산 두번째 연타석 홈런이었다.
경기 후 김주형은 "1군에 올라오면서 즐기자는 마음으로 올라왔다. 혹시 안 되더라도 준비하면 기회가 올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왔다. 오늘 홈런 2개 친 것 보다 팀이 이겼기 때문에 기쁘다"며 웃었다.
자신의 현실에 대해서도 냉정히 인정했다. 김주형은 "냉정하게 난 주전이 아닌, 백업이다. 벤치에 있을 때 선수들을 응원하고, 경기에 나갈 땐 최선을 다하고 집중해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만년 유망주'란 타이틀은 더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김주형은 "그 말은 사실 좋지 않은 것 아닌가. 이젠 더이상 듣지 않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광주=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