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이병규의 살신성인 플레이에 LG는 달라진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05-23 10:52


삼성과 LG의 2013 프로야구 주중 3연전 두번째날 경기가 22일 대구구장에서 열렸다. 9대1 경기를 승리로 이끈 LG 이병규가 김기태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5.22/

프로야구팀의 주장. 단순히 팀 미팅을 주도하고, 후배들에게 싫은 소리 정도를 하는 존재일까. 축구, 농구처럼 팀 조직력이 발휘되기 보다는 그라운드 위에서 개인이 풀어가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야구팀에서의 주장은 그 역할이 매우 제한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상은 아니다. 잘뽑은 주장 한 명에 팀 분위기가 왔다갔다 한다. 선후배, 그리고 선수와 코칭스태프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며 선수들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울 뿐 아니라 주장이 얼마나 팀을 생각하느냐에 따라 후배 선수들의 성향도 바뀔 수 있다.

특히, 한마디의 말보다 혼신을 다한 플레이 하나로 선수들을 뭉치게 하는 일이 많다. 최근에는 LG의 캡틴 이병규(9번)가 그 모습을 잘보여주고 있다. 주장의 몸을 던지는 플레이에 후배들은 타석에서, 그리고 그라운드 위에서 더욱 집중하게 된다. 이병규는 22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 우익수로 선발출전했다. 팀이 3-0으로 앞서던 3회말 2사 2루 위기서 이승엽이 친 날카로운 타구를 몸을 던져 잡아냈다. 이 수비가 중요했던 이유가 있다. 최근 LG는 매경기 초반 리드를 잡으면서도 중반을 넘기지 못하고 상대에게 추격을 허용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21일 경기도 마찬가지. 초반 3-1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볼넷, 실책 등이 연달아 나오며 경기가 뒤집혔다. 만약, 이 타구가 빠져 1점이 들어오고 삼성의 찬스가 이어졌다면 경기 분위기는 어떻게 달라질지 몰랐다.

재밌는건 팬들, 동료들이 평소 볼 수 없는 진귀한 장면을 봤다는 것. 대개의 타구는 설렁설렁 따라가 잡아내는 모습에 동네 슈퍼에 라면을 사러가는 모습과 비슷하다해 '라뱅'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이병규가 다이빙캐치까지 하는건 매우 드문일이다. 물론, 진짜 대충 플레이하는 것이었다면 프로선수로서 자격이 없는 일. 수비 실력이 워낙 뛰어나기에 가능한 일이다. 외야수의 경우 타구음 만으로도 낙구지점을 파악하는데, 이병규의 경우 그 능력이 특출나다고 한다. 공이 타자 배트에 맞는 순간 이미 거리와 방향을 계산하고 있기에 여유있게 타구를 처리하는 것일 뿐이다. 이병규는 경기 후 "빠져도 1점이라는 생각에 과감하게 수비를 시도했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병규의 멋진 수비 하나로 LG 덕아웃의 분위기는 고조됐고, 선수들의 나사는 더욱 조여졌다. 그렇게 9대1 완승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냈다.


삼성과 LG의 2013 프로야구 주중 3연전 두번째날 경기가 22일 대구구장에서 열렸다. 7회초 무사 1루 LG 문선재가 좌측담장을 넘어가는 2점홈런을 날렸다. 선행주자 이병규와 기쁨을 나누는 문선재의 모습.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5.22/
이날 경기 뿐 아니다. 이병규는 4연패의 늪에서 탈출한 19일 잠실 KIA전에서도 베테랑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LG 타선이 상대선발 김진우를 완벽하게 제압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 이병규는 첫 두 타석 찬스에서 모두 좌전안타를 때려내며 타점 2개를 올렸다. LG 선발이 한국무대 첫 등판인 류제국임을 감안해을 때 1회 선취타점, 그리고 1-2로 뒤지던 3회 동점을 만드는 타점은 영양가 만점이었다. 두 타석 모두 김진우와 끈질긴 승부를 이어가며 커브를 욕심없이 밀어쳤다. 팀을 위한 배팅이었다. 압권은 세 번째 타석. 3-2로 역전에 성공한 후 이어진 무사 1, 2루의 찬스서 타석에 들어선 이병규는 허를 찌르는 기습번트 안타로 무사 만루의 찬스를 후속타자들에게 만들어줬다. 햄스트링이 좋지 않아 1군 합류도 늦었기에, 이병규의 번트 후 전력질주를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부상 위험을 무릅쓴 노련한 플레이에 힘입어 LG는 5회에만 5점을 냈고, 길었던 연패를 끊어낼 수 있었다.

개성강한 서울팀 선수들이라는 이미지에, 오랜 시간 성적이 좋지 않다보니 LG의 팀 분위기를 끈끈하지 않다고 평가하는 시선이 많다. 평소 조용한 성격의 이병규이기에 파이팅 넘치는 다른 주장들에 비해 그 역할이 부족해보인다고 지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평소 이병규와 절친한 타구단의 한 선수는 "이병규가 주장으로서 겪는 마음고생은 누구도 모를 것이다. 그만큼 팀을 위해 이것저것 해보려 애쓰고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이병규는 삼성전 승리 후 "후배들에게 항상 즐기자는 말을 한다"며 "5월만 잘 버티면 6월에는 반전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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