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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투수 손승락(31)은 올시즌 초반 가장 주목받은 마무리다.
종전 조용준(2003년·현대), 오승환(2006, 2011년·삼성), 스콧 프록터(2012·두산)가 갖고 있던 12경기를 1경기 단축시킨 것이다.
그랬던 그가 1일 이어진 삼성전에서도 세이브를 또 추가하며 압도적인 세이브 단독선두를 지켰다.
지난해 53경기에 출전해 33세이브로 세이브 4위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종전 2년 연속 세이브왕 오승환을 제치고 3년 만에 세이브왕을 탈환할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
하지만 손승락의 자신만만은 여기까지였다. 잘나가는 세이브 전문가답지 않게 익은 벼처럼 고개를 숙였다. '네탓이오'를 외쳤다.
손승락이 현재 자신의 활약을 도와준 공로자로 지목한 대상은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았다.
손승락이 고맙다고 감사의 뜻을 전한 이는 우선 팀 동료와 코칭스태프, 구단이었다.
마무리 투수로서 앞에서 잘 버텨준 불펜 투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생기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코칭스태프와 구단 고위층에 대해서는 같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와서 좋은 환경에서 편안하게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게 너무 고맙다"는 것이다.
도대체 구단과 코칭스태프가 손승락에게 어떻게 대해줬기에 그런 말을 할까. 그렇다고 다른 선수들 몰래 편애를 한 것도 아니었다.
넥센 김기영 홍보팀장은 "딱히 물질적인 지원이라기 보다는 구단 사장과 단장님이 손승락을 비롯한 선수들과 자주 면담을 하며 스킨십을 이어온 게 손승락에게는 인상적이었던 같다"고 말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따뜻한 격려와 칭찬이 손승락에게는 큰 힘이 되었던 것이다.
손승락은 마무리 투수 라이벌이자 동갑 친구인 오승환에 대해서도 엄지손락을 들어올렸다.
마무리 투수로서 새로운 가치관을 갖고 다시 출발할 수 있도록 자극을 준 선의의 라이벌이라는 것이다. 대학 시절부터 손승락과 오승환은 국가대표에서 동고동락을 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오승환을 딱히 의식하지 않았단다. 자신은 선발이었고, 오승환은 마무리 전문이었으니 서로 경쟁할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에 들어와 2010년 마무리로 보직을 변경하면서 오승환의 고충을 제대로 이해하게 됐단다.
누구나 그렇듯 자신이 맡고 있는 가장 힘들고 고단한 줄 알았는데 막상 남이 하던 일을 해보고 나서야 역지사지의 교훈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같은 마무리라고 해서 오승환을 경쟁자로 생각하지는 않았단다. 오히려 자신이 따르고 배워가야 할 모범사례로 삼고 지금까지 달려왔다.
손승락은 "승환이는 마무리 투수로서 어떻게 성공해야 하는지 길을 보여준 친구이고, 나에게 목표의식을 심어준 고마운 대상"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손승락의 올해 소망은 최단경기 세이브나 세이브왕 같은 의미있는 기록이 아니다. 다만 아프지 않고 롱런하고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단다.
오승환이 그렇게 해왔던 것처럼 말이다.
대구=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