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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까지 노히트노런으로 호투하던 LG 선발 신정락이 손가락 끝의 피부가 갈라지는 증상으로 인해 일찍 마운드를 내려왔다.
LG측은 이에 대해 "신정락이 투구 도중 오른쪽 중지 끝부분의 피부가 갈라졌다. 그래서 선수보호 차원에서 교체하게 됐다"고 밝혔다.
오른손 중지 끝부분의 피부가 갈라지거나 벗겨지는 현상은 컨디션이 좋은 우완투수들에게 흔히 생기는 증세다. 좌완투수는 왼손 중지에 이런 증세가 생길 수 있다. 투구 매커니즘 때문이다. 투수들은 공을 던질 때 검지와 중지를 이용해 실밥을 순간적으로 강하게 채어 회전력을 부여한다.
하지만 간혹 이 과정에서 검지나 중지 끝의 피부에 물집이 잡히거나 갈라질 수 있다. 두툼한 실밥을 순간적으로 강하게 긁으며 발생하는 마찰력이 피부의 허용치를 넘어서는 경우다. 심할 경우 손가락 끝의 표피가 벗겨지기도 한다.
투수들의 손가락 끝에는 이런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며 생긴 굳은 살이 있다. 그래서 일반인보다 더 강한 마찰력을 공에 가하고, 이를 견뎌낼 수 있다. 하지만 가끔 운이 없는 경우 굳은 살이 자리잡은 부분의 피부도 갈라지거나 벗겨진다. 신정락이 바로 그런 케이스였다. 이날 신정락은 거의 직구만으로 롯데 타자들을 제압했다. 5회까지 총 투구수 47개 중에 변화구는 겨우 15개(커브 5개, 슬라이더 4개, 싱커 6개)밖에 던지지 않았다. 직구 자체의 제구력과 볼끝, 그리고 무브먼트가 워낙 좋았기 때문이다. 롯데 타자들은 신정락의 회전력이 강한 직구에 단 1개의 안타도 쳐내지 못하며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신정락이 만약 이 기세를 그대로 이어갔다면 노히트노런까지는 몰라도 최소한 완투는 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구위가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투구수 조절 역시 5회까지 이닝당 채 10개가 안 될 정도로 대단히 뛰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정락은 전혀 예상치 못한 손가락 끝의 찰과상으로 인해 선발투수의 최소 승리요건인 5이닝만 마친 채 예상보다 일찍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신정락 개인은 물론, LG로서도 운이 없는 상황이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