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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까지 노히트노런 LG 신정락, 조기강판 이유는?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04-28 16:01


1승 1패로 맞서고 있는 LG와 롯데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가 28일 잠실 야구장에서 열렸다. LG 신정락이 선발 등판 위닝시리즈를 위해 롯데 타선을 상대로 역투를 하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3.04.28/

5회까지 노히트노런으로 호투하던 LG 선발 신정락이 손가락 끝의 피부가 갈라지는 증상으로 인해 일찍 마운드를 내려왔다.

신정락은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이번 시즌 가장 위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최고구속 146㎞의 직구를 앞세운 공격적인 피칭으로 5회까지 롯데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4회까지 12명의 타자를 연속으로 범타 처리한 신정락은 3-0으로 앞선 5회초 롯데 선두타자 김대우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퍼펙트 기록이 중단됐다. 그러나 이후 전준우를 유격수 앞 병살타로 돌려세운 뒤 후속 박종윤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5회까지 노히트 노런으로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그러나 3-0으로 앞선 LG의 6회초 수비 때 마운드에 올라온 것은 신정락이 아니라 이동현이었다. 신정락이 5회까지 노히트노런으로 올 시즌 가장 좋은 피칭을 기록한데다 투구수도 47개 밖에 되지 않아 갑작스러운 투수 교체에 대한 의문점이 제기됐다.

LG측은 이에 대해 "신정락이 투구 도중 오른쪽 중지 끝부분의 피부가 갈라졌다. 그래서 선수보호 차원에서 교체하게 됐다"고 밝혔다.

오른손 중지 끝부분의 피부가 갈라지거나 벗겨지는 현상은 컨디션이 좋은 우완투수들에게 흔히 생기는 증세다. 좌완투수는 왼손 중지에 이런 증세가 생길 수 있다. 투구 매커니즘 때문이다. 투수들은 공을 던질 때 검지와 중지를 이용해 실밥을 순간적으로 강하게 채어 회전력을 부여한다.

그런데 컨디션이 좋은 투수는 한층 강하게 실밥을 긁게 되어 보다 강한 구위를 만들곤 한다. 이 경우 투수가 던진 공이 포수 미트에 도달하는 순간까지 강한 회전력을 유지하게 된다. 해설자들이 흔히 "오늘은 공이 좀 긁히는 것 같다"고 표현하는 케이스다.

하지만 간혹 이 과정에서 검지나 중지 끝의 피부에 물집이 잡히거나 갈라질 수 있다. 두툼한 실밥을 순간적으로 강하게 긁으며 발생하는 마찰력이 피부의 허용치를 넘어서는 경우다. 심할 경우 손가락 끝의 표피가 벗겨지기도 한다.

투수들의 손가락 끝에는 이런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며 생긴 굳은 살이 있다. 그래서 일반인보다 더 강한 마찰력을 공에 가하고, 이를 견뎌낼 수 있다. 하지만 가끔 운이 없는 경우 굳은 살이 자리잡은 부분의 피부도 갈라지거나 벗겨진다. 신정락이 바로 그런 케이스였다. 이날 신정락은 거의 직구만으로 롯데 타자들을 제압했다. 5회까지 총 투구수 47개 중에 변화구는 겨우 15개(커브 5개, 슬라이더 4개, 싱커 6개)밖에 던지지 않았다. 직구 자체의 제구력과 볼끝, 그리고 무브먼트가 워낙 좋았기 때문이다. 롯데 타자들은 신정락의 회전력이 강한 직구에 단 1개의 안타도 쳐내지 못하며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신정락이 만약 이 기세를 그대로 이어갔다면 노히트노런까지는 몰라도 최소한 완투는 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구위가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투구수 조절 역시 5회까지 이닝당 채 10개가 안 될 정도로 대단히 뛰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정락은 전혀 예상치 못한 손가락 끝의 찰과상으로 인해 선발투수의 최소 승리요건인 5이닝만 마친 채 예상보다 일찍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신정락 개인은 물론, LG로서도 운이 없는 상황이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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