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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잘 나가는 집안의 가장 큰 적은?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3-04-25 09:57 | 최종수정 2013-04-25 09:58


'KIA의 가장 큰 적은?'

전날까지 1위를 질주중인 KIA와 최하위 NC가 24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1군 정규시즌 처음으로 맞붙었다.

사실 이날의 경기 관전 포인트는 두 팀의 승패보다는 한창 불붙는 KIA의 타선이 이날도 폭발할지의 여부였다. 부상으로 빠져있던 나지완까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연습 타격을 실시했다.

직전 경기인 SK전에서 동반 홈런포를 합작한 이범호, 최희섭, 김상현 등 이른바 'LCK포'에다 나지완까지 합세한다면 그야말로 공포의 타선이 완성될 수 있다. 경기를 앞두고 KIA 선동열 감독은 나지완을 향해 "네가 빠져 있으니 김상현이 더 힘을 내는 것 같다"며 농반진반을 던지자 나지완은 "'위기의식'을 느껴야겠죠"라고 응수했다. 그만큼 눈에 보이지 않는 포시션 경쟁이 치열하다.

게다가 KIA는 이 경기에 1선발이라 할 수 있는 소사까지 투입했다. 승패는 애초부터 한쪽으로 기운듯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의외의 대혈전이 펼쳐졌다. 선취점도 NC가 1회에 먼저 냈다.

NC는 1회 1사 2,3루에서 이호준의 유격수 땅볼로 첫 득점을 올렸다. 2회에 KIA 차일목의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내줬지만, 3회에는 김종호의 안타에 지석훈과 이호준의 2루타 2개가 더 터지며 2점을 더 달아났다.

우천 순연으로 인해 하루 늦은 등판 때문일지, 아니면 최하위팀에 대한 방심 때문인지 소사는 4회에도 위기를 자초했다. 선두 타자인 이상호에게 볼넷을 내주고 하위 타선인 노진혁과 김태군에게 연달아 안타를 맞으며 무사 만루를 허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 감독도 더 이상 소사를 계속 기용할 수는 없었다. 소사는 올 시즌 5번 선발 등판에서 최소 투구인 71개와 최다 자책점인 4점을 내주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선발이 4회도 못 버티고 일찌감치 무너지자 어쩔 수 없는 물량공세가 시작됐다.


박경태를 NC 좌타자 김종호 한 명만을 처리하는 원포인트로 활용한 후, 박준표를 올려 추가 실점을 막았다. 이후 5회부터는 올 시즌 선발요원으로도 활용하고 있는 임준섭을 투입했다. 5명의 타자를 내리 범타로 처리했지만 6회 2사에서 김종호에게 3루타를 허용하자 곧바로 유동훈으로 교체, 또 다시 불을 컸다.

이후 진해수와 최향남까지 줄줄이 투입됐고, 5-4로 역전에 성공한 8회 2사 1,2루의 위기를 맞자 마무리 앤서니를 조기 투입해 경기를 매조지하려 했다. 하지만 앤서니는 9회 NC 조평호에게 통한의 동점타를 허용,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는 동시에 승부는 연장전까지 접어들었다.

문제는 앤서니까지 무려 9명의 투수를 짧게 끊어서 투입하다보니 서재응 양현종 김진우 등 선발 투수 3명을 제외하곤 불펜에 이대환 한 명밖에 남아있지 않았던 것. 이대환은 주로 경기 승패와 상관없는 상황에서 투입되는 이른바 패전조 투수였다. 어쩔 수 없이 10회부터 투입된 이대환은 타자들이 추가점을 내는데 실패하면서 12회까지 3이닝이나 책임질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잘 막으며 그나마 무승부로 경기를 끝냈지만, 위기를 맞았을 경우에도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벼랑끝 카드였던 셈이다.

선 감독은 경기 후 "방심하면 안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는 짧은 경기 소감을 남겼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 있었다. 1군 경험이 별로 없던 조평호에게 믿었던 마무리 앤서니가 안타를 맞은 것을 비롯해 신생구단으로서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NC도 1위팀과 충분히 대거리를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미처 못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투수 물량전에서도 계산 착오를 일으켰다.

타자들도 전반적으로 팀 배팅보다는 NC의 젊은 투수를 상대로 한방을 노리겠다며 큰 스윙으로 일관했다. 타격감이 좋은 것도 있었지만, 그만큼 얕잡아본 것도 있었다. 이 경기를 지켜본 한 야구인은 "사실상 처음으로 상대한 팀이다보니 낯설었던 것도 있지만, 그건 NC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며 "아무래도 당연히 1승을 챙길 수 있다는 방심이 화를 부를 수도 있었다"고 진단했다.

어쨌든 이날 무승부로 KIA는 아슬아슬하게 1위를 지켜냈다. 올 시즌 우승에 도전하고 있는 KIA의 가장 큰 적은 다른 팀이 아닌 바로 방심인 셈이다.
창원=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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