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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향남, '위기' KIA 불펜의 수호신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3-04-17 10:19 | 최종수정 2013-04-17 10:20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16일 광주구장에서 열렸다. 6회초 2사 1,2루 LG 정주현 타석에서 KIA 최향남이 선발 양현종에 이어 등판해 공을 뿌리고 있다. 광주 =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4.16/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16일 광주구장에서 열렸다. 6회초 2사 1,2루 KIA 선발 양현종이 LG 정주현과 상대하던 도중에 최향남으로 교체되자 아쉬워하고 있다. 광주 =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4.16/

"(박)지훈이? 한참 걸릴 것 같아."

16일 광주 LG전을 앞둔 KIA 선동열 감독. 시즌 첫 나흘 휴식 후 맞는 경기임에도 표정이 썩 밝지 않았다. 그라운드로 나서기 무섭게 조규제 투수코치를 찾는다. 급하게 상의할 사안이 있다는 건 썩 좋지 못한 징조. 덕아웃으로 돌아와 취재진을 만난 선 감독은 "어이쿠, 쉬고 나오니 더 골치가 아프네"라며 얼굴을 찡그린다.

선 감독의 고민은 마운드. 앞문도 뒷문도 살짝 불안하다. 선발로테이션에는 윤석민 김진우가 여전히 여전히 없다. 거의 회복됐지만 아직은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 불펜 걱정은 더 심하다. 마무리까지 이어주는 필승조가 붕괴 직전이다. 셋업맨 박지훈이 없다. 자신의 밸런스를 찾지 못해 엔트리에서 빠져 있다. 그나마 경험 있고 믿을만한 선수는 백전노장 최향남, 유동훈 뿐이다. 박지훈이 정상 밸런스로 돌아올 때까지 KIA 불펜은 위기다.

최악의 상황. 하지만 쓰러지란 법은 없다. 위기엔 늘 구세주가 나타난다. 현 시점에서 KIA 불펜의 구원투수는 최고령 투수 최향남(42)이다. 연일 임팩트 있는 투구로 뒷문을 단단히 떠받치고 있다. 6게임에서 7⅓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단 1실점(1.23). 16일 광주 LG전은 백미였다. 존재감이 반짝 반짝 빛났다. 2-1로 살얼음판 리드를 지키던 6회. 2사 1,2루에서 정주현 타석. 선발 양현종이 초구 스트라이크 후 볼 2개를 잇달아 던지자 선동열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최향남 카드를 빼들었다. 2B1S에서 볼 하나를 던지며 정주현의 반응을 체크한 최향남은 패스트볼 2개를 던져 타자를 스탠딩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136㎞ → 137㎞에 불과했던 패스트볼. 하지만 정주현은 그대로 보고 있었다. 최향남은 7회에도 3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1⅓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냈다. 최향남이 LG 타선의 물줄기를 잠그고 있는 동안 KIA 타선은 7회말 3점을 보태 쐐기를 박았다. 상승세 LG 타선을 결정적 순간 잠재운 최향남은 이날 승리의 으뜸 수훈갑이었다.

불같은 강속구 없이도 성공하는 비결? 제구력과 볼끝 힘에 있다. 이날 최향남은 몸쪽과 바깥쪽을 오가는 피칭을 했다. 가운데 몰린 실투는 7회 이진영에게 허용한 큼직한 중견수 플라이 정도 뿐이었다. 탈삼진 6개를 잡는 동안 볼넷은 단 1개 뿐이다. 칼날 제구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피칭을 했다는 방증이다. 로케이션과 스피드를 넘는 볼끝 힘으로 정타를 피해가고 있다.

불혹이 훌쩍 넘은 현역 최고령 투수. 여전히 마운드 위에서 자신의 공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 "마운드에 올라가 몇개를 던져보면 내 공에 대해 내 스스로 안다. (손가락 끝에) 걸린다 싶으면 가급적 빠르게 승부를 건다. 결과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안타나 홈런을 맞고 싶은 투수는 없다. 하지만 피해가서는 답이 안나온다. 그저 내 공에 대해 타자가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해하며 승부를 즐기려고 노력할 뿐이다."

150㎞를 던지는 젊은 후배들보다 마운드 위에서 더 당당하게 정면 승부를 즐기는 40대 노장 투수. '투수로 사는 법'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살아 있는 귀감이다.

광주=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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