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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이? 한참 걸릴 것 같아."
최악의 상황. 하지만 쓰러지란 법은 없다. 위기엔 늘 구세주가 나타난다. 현 시점에서 KIA 불펜의 구원투수는 최고령 투수 최향남(42)이다. 연일 임팩트 있는 투구로 뒷문을 단단히 떠받치고 있다. 6게임에서 7⅓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단 1실점(1.23). 16일 광주 LG전은 백미였다. 존재감이 반짝 반짝 빛났다. 2-1로 살얼음판 리드를 지키던 6회. 2사 1,2루에서 정주현 타석. 선발 양현종이 초구 스트라이크 후 볼 2개를 잇달아 던지자 선동열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최향남 카드를 빼들었다. 2B1S에서 볼 하나를 던지며 정주현의 반응을 체크한 최향남은 패스트볼 2개를 던져 타자를 스탠딩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136㎞ → 137㎞에 불과했던 패스트볼. 하지만 정주현은 그대로 보고 있었다. 최향남은 7회에도 3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1⅓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냈다. 최향남이 LG 타선의 물줄기를 잠그고 있는 동안 KIA 타선은 7회말 3점을 보태 쐐기를 박았다. 상승세 LG 타선을 결정적 순간 잠재운 최향남은 이날 승리의 으뜸 수훈갑이었다.
불같은 강속구 없이도 성공하는 비결? 제구력과 볼끝 힘에 있다. 이날 최향남은 몸쪽과 바깥쪽을 오가는 피칭을 했다. 가운데 몰린 실투는 7회 이진영에게 허용한 큼직한 중견수 플라이 정도 뿐이었다. 탈삼진 6개를 잡는 동안 볼넷은 단 1개 뿐이다. 칼날 제구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피칭을 했다는 방증이다. 로케이션과 스피드를 넘는 볼끝 힘으로 정타를 피해가고 있다.
150㎞를 던지는 젊은 후배들보다 마운드 위에서 더 당당하게 정면 승부를 즐기는 40대 노장 투수. '투수로 사는 법'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살아 있는 귀감이다.
광주=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