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주도 동양발 태풍 미대륙 점령하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3-04-16 09:57


LA 다저스 류현진이 시즌초 아시아 투수들의 돌풍을 이끌고 있다. 피닉스(미국 애리조나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시즌초 '동양발 태풍'이 태평양 건너 미국 대륙에 거세게 불고 있다.

16일(이하 한국시각) 현재 메이저리그 엔트리에 등록된 한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출신 선수는 총 12명이다. 이 가운데 선발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는 류현진(26·LA 다저스)을 비롯해 다르빗슈 유(27·텍사스 레인저스), 이와쿠마 히사시(32·시애틀 매리너스), 구로다 히로키(38·뉴욕 양키스), 천웨이인(28·볼티모어) 등 5명이다. 류현진이 올해 메이저리그 루키이고, 나머지 4명은 2년차 이상의 경력을 지녔다. 약속이나 한듯 이들이 시즌 초부터 소속팀의 주축 선발로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6승을 올린 다르빗슈는 올해도 순조로운 출발을 하고 있다. 이날 현재 성적은 3경기서 2승1패, 평균자책점 2.75. 지난 3일 휴스턴전에서 8⅔이닝 1안타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으로 시즌 첫 승을 따낸데 이어 8일 LA 에인절스전에서도 5이닝 3실점으로 호투하며 2연승을 달렸다. 특히 휴스턴전에서는 9회 2사까지 퍼펙트 투구를 하며 팬들의 주목을 받았었다. 13일 시애틀전에서는 같은 일본인 출신 이와쿠마와의 맞대결에서 6이닝 3실점을 기록, 패전을 안았다. 그러나 이날 다르빗슈는 손가락 통증으로 1회에만 3점을 내줬을 뿐, 이후 6회까지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다. 다르빗슈는 올해도 다양한 레퍼토리로 타자를 상대하고 있다. 올해는 90마일대 초반의 직구 대신 슬라이더와 커터의 비율을 높였다.

지난해 데뷔해 후반기 붙박이 선발로 발탁된 이와쿠마는 올해 더욱 안정적인 투구를 펼치고 있다. 13일 다르빗슈와의 맞대결에서 6⅔이닝 3안타 1실점으로 시즌 2승째를 따낸 것을 비롯해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에 평균자책점 2.18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 다만 3경기서 홈런을 4개나 허용한 것이 흠이다. 주무기인 포크볼을 비롯해 싱커, 슬라이더, 커브 등 변화구가 가끔 제구가 되지 않아 장타로 연결되고 있다. 올시즌 실점 5개 모두 홈런을 맞고 기록한 것이다.

메이저리그 6년차인 구로다는 시즌 첫 경기였던 지난 4일 보스턴전에서 셰인 빅토리노의 타구에 손가락을 맞는 아찔한 순간을 겪고도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9일 클리블랜드전서 5⅓이닝 3실점으로 시즌 첫 승리를 따낸데 이어 15일 볼티모어전에서는 9이닝 5안타 무실점의 완봉승으로 기세를 올렸다. 양키스에서는 현재 C.C 사바시아에 이어 2선발로 중용되고 있다. 지난해 16승에 평균자책점 3.32를 기록하며 3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에 성공한 구로다는 올해도 이같은 페이스라면 충분히 10승 이상 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해 12승11패, 평균자책점 4.02로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보낸 천웨이인도 출발이 나쁜 편은 아니다. 타선 지원받지 못해 아직 시즌 첫 승을 따내지 못했지만, 평균자책점은 4.00으로 준수한 편이다. 9일 보스턴전과 15일 양키스전에서는 각각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팬그래프스닷컴(fangraphs.com)'에 따르면 그의 직구 평균구속은 91마일로 왼손 투수로는 비교적 빠른 편.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는데 과감한 몸쪽 승부가 돋보인다는 분석이다.

이들과 함께 류현진도 당당히 선발 한 자리를 차지했다.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잭 그레인키가 부상으로 빠져 클레이튼 커쇼와 함께 원투펀치로 활약해 달라는 주문을 받은 상황이다. 안정된 제구력과 영리한 경기운영이 현지에서 호평을 얻고 있다. 류현진의 직구 평균구속은 90.2마일이며, 구사 비율은 49.3%다. 최근 체인지업과 슬라이더가 삼진을 많이 유도하고 있다.

90년대 박찬호와 노모, 2000년대 마쓰자카와 왕첸밍에 이어 2010년대 이후 이들이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리엔탈 돌풍'을 주도하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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