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전8기' NC 창단 첫승, 현장을 가보니...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3-04-11 22:08 | 최종수정 2013-04-12 06:39


1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NC와 LG의 경기가 열렸다. 4대1로 승리하며 창단 첫승을 기록한 NC 김경문 감독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4.11.

1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NC와 LG의 경기가 열렸다. 4대1로 승리하며 창단 첫승을 기록한 NC 김경문 감독이 코칭스텝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4.11.

"1승, 이렇게 소중한지 몰랐다."

11일 잠실구장 3루측 덕아웃. LG를 4대1로 꺾고 창단 후 첫 승을 거둔 NC 김경문 감독의 말이다. 추운 날씨에도 김경문 감독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선수, 코치, 팬들이 모두 힘들었을 것이다. 정말 여기가 뭉클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선수들도 환호했다. 특히 젊은 선수들의 목소리가 컸다. "우리 첫승했다"는 환호가 들렸다. 백전 노장들은 비교적 담담했다. "옷 빨리 줘. 너무 추워"라며 돌아서는 순간 '축하한다'고 하자 "지금 첫 승 축하를 받는거죠"라며 쑥스러운듯 웃었다.

천신만고 끝에 얻은 소중한 승리. 그야말로 7전8기였다. 막내구단 NC의 창단 첫 승. 결코 쉽지 않았다.

'깜짝 이변'의 기대를 품고 형님들의 리그에 기세좋게 합류했지만 현실의 벽은 간단치 않았다. 지역 라이벌 롯데와의 개막전 3연패. 상처가 컸다. 삼성전 2패를 더해 5연패 후 잠실서 LG를 만났다. 갈수록 힘들어졌다. 첫승리에 대한 부담이 게임을 치를 수록 눈덩이처럼 커졌다. 경험 없는 젊은 선수들의 마음은 한없이 위축됐다. 날씨마저 NC편이 아니었다. 주중 내내 4월답지 않은 매서운 꽃샘 추위가 잠실을 덮쳤다. 가뜩이나 부담감에 얼어붙어 경직된 근육. 넓은 잠실 그라운드의 생소함이 겹쳐 실수를 연발하며 7연패.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 초반 연패의 악순환이 가동됐다.

가장 큰 마음고생은 역시 감독 몫이었다. 3연전 첫날인 9일 LG전에 터져나온 어이 없는 미스 플레이에도 단 한마디 질책도 할 수 없었다. 김경문 감독은 "날씨도 춥고 그라운드도 생소했겠지만 프로는 변명이 없는 법이다.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 10일 5대7로 패한 뒤에는 코멘트가 달라졌다. 김 감독은 "우리팀의 좋은 점을 보았다. 분위기를 타면 연승도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개막 7연패 사령탑의 이례적인 말이었다. 경험 많은 명장 김 감독. 침체된 선수단을 위한 격려였을까. 아니면 실제 변화의 조짐을 포착한 것이었을까. 둘 다였다. "투수들의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었다. 타선도 따라붙는 등 좋아지고 있었다. 상대 로테이션과 잘 맞아 떨어지면 연승도 가능할 거라고 봤다."

실제 이날 NC는 달랐다. 1회부터 LG를 매섭게 몰아세웠다. 톱타자 김종호의 사구와 차화준의 안타로 무사 1,2루서 바로 조영훈의 적시타가 터졌다. 이호준의 3루 앞 땅볼 타구가 베이스를 맞고 굴절되면서 추가 적시타로 돌변했다. 2-0. 하지만 이어진 무사 만루 찬스가 주루미스로 무산되며 NC는 오히려 경기 내내 쫓겨야 했다. 묘하게 불안했던 초반 흐름을 선발 이재학이 잠재웠다. 6이닝 동안 과감한 몸쪽 승부와 체인지업을 앞세워 씩씩하게 던졌다. 7피안타 무실점으로 눈부신 호투. 7회 무사 1루, 좌타 라인을 맞아 마운드를 이어받은 좌완 문현정이 1⅔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살얼음판 리드를 지켰다. NC는 2-0이던 8회 차화준 조영훈의 연속안타로 만든 1사 2,3루에서 상대 유격수의 야수선택과 조평호의 내야안타로 쐐기 2점을 보탰다.

올시즌 첫 등판한 이재학은 자신의 프로 첫 선발승을 NC 역사에 길이 남을 창단 첫 승으로 바쳤다. 이재학은 "연패 중임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던졌다. 마운드에 올라가니 추운줄도 몰랐다. 프로 데뷔 첫승(2010년 6월 15일 LG전 구원승)도 LG전이었는데 선발승도 LG를 상대로 올렸다. NC 창단 첫승을 내 손으로 해내 너무 기쁘다. 오늘 날씨가 컴컴했는데 운동장에 도착하니 햇살이 비쳐 기분이 왠지 좋더라"며 환하게 웃었다.

유독 춥게 느껴졌던 시즌 초 신고식. 오랫동안 기다렸던 햇살이 NC 선수단을 비치기 시작한 날이었다.

잠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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