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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승, 이렇게 소중한지 몰랐다."
'깜짝 이변'의 기대를 품고 형님들의 리그에 기세좋게 합류했지만 현실의 벽은 간단치 않았다. 지역 라이벌 롯데와의 개막전 3연패. 상처가 컸다. 삼성전 2패를 더해 5연패 후 잠실서 LG를 만났다. 갈수록 힘들어졌다. 첫승리에 대한 부담이 게임을 치를 수록 눈덩이처럼 커졌다. 경험 없는 젊은 선수들의 마음은 한없이 위축됐다. 날씨마저 NC편이 아니었다. 주중 내내 4월답지 않은 매서운 꽃샘 추위가 잠실을 덮쳤다. 가뜩이나 부담감에 얼어붙어 경직된 근육. 넓은 잠실 그라운드의 생소함이 겹쳐 실수를 연발하며 7연패.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 초반 연패의 악순환이 가동됐다.
가장 큰 마음고생은 역시 감독 몫이었다. 3연전 첫날인 9일 LG전에 터져나온 어이 없는 미스 플레이에도 단 한마디 질책도 할 수 없었다. 김경문 감독은 "날씨도 춥고 그라운드도 생소했겠지만 프로는 변명이 없는 법이다.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 10일 5대7로 패한 뒤에는 코멘트가 달라졌다. 김 감독은 "우리팀의 좋은 점을 보았다. 분위기를 타면 연승도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개막 7연패 사령탑의 이례적인 말이었다. 경험 많은 명장 김 감독. 침체된 선수단을 위한 격려였을까. 아니면 실제 변화의 조짐을 포착한 것이었을까. 둘 다였다. "투수들의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었다. 타선도 따라붙는 등 좋아지고 있었다. 상대 로테이션과 잘 맞아 떨어지면 연승도 가능할 거라고 봤다."
올시즌 첫 등판한 이재학은 자신의 프로 첫 선발승을 NC 역사에 길이 남을 창단 첫 승으로 바쳤다. 이재학은 "연패 중임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던졌다. 마운드에 올라가니 추운줄도 몰랐다. 프로 데뷔 첫승(2010년 6월 15일 LG전 구원승)도 LG전이었는데 선발승도 LG를 상대로 올렸다. NC 창단 첫승을 내 손으로 해내 너무 기쁘다. 오늘 날씨가 컴컴했는데 운동장에 도착하니 햇살이 비쳐 기분이 왠지 좋더라"며 환하게 웃었다.
유독 춥게 느껴졌던 시즌 초 신고식. 오랫동안 기다렸던 햇살이 NC 선수단을 비치기 시작한 날이었다.
잠실=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