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스타 탈삼진 애처롭지만 희망적인 이유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3-04-11 10:08 | 최종수정 2013-04-11 10:08


한화 1선발 바티스타가 탈삼진 선두를 질주중이다. 국내 데뷔 후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로 던지게 된 바티스타는 10일 현재 3경기서 26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부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한화가 시즌초 연패에 빠지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위안거리 한 가지가 있다.

1선발 바티스타의 역투가 돋보인다. 시즌 첫 승과는 아직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세 차례 선발등판 경기에서 위력적인 투구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한층 업그레이드된 탈삼진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바티스타는 10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전에서 7이닝 동안 9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지난 4일 대전 KIA전에서는 6⅓이닝 동안 무려 13개의 삼진을 솎아내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타이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올시즌 3경기서 기록한 삼진수는 26개로 이 부문 단독 선두를 질주중이다. 18⅓이닝을 던졌으니, 9이닝 기준 탈삼진수는 12.76개다. 2위 SK 레이예스(20개)와는 6개 차이다. 시즌 초반이지만 탈삼진 타이틀에 도전해 볼만한 페이스다.

역대 탈삼진왕에 오른 한화 투수로는 정민철과 류현진 둘 뿐이다. 특히 올해 LA 다저스에 입단한 류현진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7시즌을 활약하는 동안 5번의 탈삼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선동열(현 KIA 감독)과 함께 가장 많은 탈삼진 타이틀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210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자신의 한 시즌 최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올시즌에는 바티스타가 그 바통을 이어받을 태세다. 바티스타의 주무기는 뭐니뭐니해도 최고 150㎞ 중반에 이르는 강속구다. 올해 등록 투수중 LG 리즈와 더불어 가장 빠른 공을 던진다. 바티스타의 또다른 무기는 커브다. 스피드가 130㎞ 안팎이며 떨어지는 폭이 커 삼진을 잡아낼 때 요긴하게 쓰인다. 여기에 컷패스트볼도 즐겨 사용하는 레퍼토리다. 이날 삼성전에서는 투구수 100개 가운데 컷패스트볼을 36개나 던졌다. 스피드가 최고 142㎞로 빠른데다 홈플레이트에서 살짝 떨어지는 느낌이 타자들이 배팅타이밍을 맞추기가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다. 바티스타의 컷패스트볼을 슬라이더로 보는 이들도 있는데, 횡보다는 종으로의 변화가 크다는게 특징이다. 물론 바티스타의 최대 강점은 빠른 공이다. 커브와 직구, 두 가지 구종만으로도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여기에 한층 안정된 제구력으로 투구수를 경제적으로 관리한다는 점도 탈삼진수를 돕는다.

바티스타는 2011년 국내 무대에 데뷔해 처음에는 마무리로 던졌다. 지난 시즌 전반기 마무리로 불안한 투구를 이어가자 후반기 보직을 선발로 바꿨다. 선발 변신에 성공한 바티스타는 올시즌 에이스의 중책을 맡았다. 하지만 좋은 투구 내용에도 불구,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3경기서 2패만을 당했다. 3경기서 지원받은 득점은 6점. 득점지원율이 2.95점으로 전체 평균인 4.87점의 절반 수준이다. 김응용 감독은 이날 경기후에도 "바티스타가 수고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바티스타는 지난해까지 주로 마무리로 던졌기 때문에 뛰어난 탈삼진 자질을 갖추고도 타이틀을 따낼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시즌초 가장 강력한 '닥터K'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에이스가 무너지지 않고 상대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울 때 동료들은 더욱 큰 힘을 받는다. 한화가 분위기 반전을 이룬다면 바티스타의 역할에 고마움을 표시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대구=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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