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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김진욱 감독의 극명히 갈렸던 불펜 운용법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04-07 18:12 | 최종수정 2013-04-08 06:23



'유원상-정현욱-봉중근 vs 유희관-오현택-이혜천.'

LG와 두산이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맞대결에서 7, 8, 9회 등판시킨 불펜 투수들이다. 극명히 비교가 된다. LG의 유원상-정현욱-봉중근은 말그대로 '필승조'다. LG에서 가장 믿을만한 3명의 불펜투수다. 반면, 두산의 유희관-오현택은 팀 내에서 '필승조'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투수들. 마지막에 등장한 이혜천을 비롯해 정재훈, 이재우 등이 승부처에서 더 자주 기용돼왔다.

어쨌든 이 6명의 투수는 이날 경기에서 제 역할을 다했다. LG 선발 벤자민 주키치가 6⅓이닝, 그리고 두산 선발 게릿 올슨이 6이닝을 나란히 4실점씩 하며 물러난 가운데 9회까지 상대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냈기 때문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이 양팀 감독의 경기운영 방식이다. 타자출신 LG 김기태 감독, 그리고 투수출신 두산 김진욱 감독의 영향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라 재밌다. 일단 김기태 감독의 투수기용부터 살펴보자. 연장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정규이닝 내에 최대한의 투수 전력을 쏟아붓고, 그 안에 점수를 뽑아 승리를 노리는 방식이다. 타자출신인 만큼 타선에 대한 믿음이 슬며시 드러난다. 김기태 감독의 이런 투수기용은 이날 경기 뿐이 아니었다. 지난 4일 목동 넥센전에서도 2-3으로 뒤지던 경기를 7회초 동점으로 만들자, 7회말 수비에서 곧바로 유원상을 투입했고 8회 정현욱을 등판시켰다.

김진욱 감독의 투수기용 방식은 김기태 감독과 정반대였다. 섣불리 '필승조'를 가동시키지 않고 아껴놨다 승부처나 경기 분위기가 넘어왔을 때 남은 카드들을 차례로 꺼내드는 것이다. 한 시즌, 장기 레이스를 펼치며 많은 감독들이 안정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힘을 쓸 때 쓰고, 뺄 때는 빼는 식이다.

장단점이 극명하다. 김기태 감독의 방법은 타자들이 1점만 뽑아준다면 전력 손실을 최소하하며 정규이닝 내에 경기를 끝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연장으로 흐르는 등 경기가 길어지면 경기 막판 힘을 잃게 된다. 상대적으로 약한 투수가 등판하면 상대 타자들이 자신감을 얻는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반대로, 김진욱 감독의 방식은 앞선 투수들이 위기를 맞으며 상대에게 분위기를 내줄 가능성이 있지만, 고비만 넘긴다면 경기 후반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결국 치열한 수싸움이다.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엔트리 구성, 선수 부상 등 고려해야 하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이날 경기에서는 두산이 웃었다. 7회 등판한 유희관이 위기를 맞았지만 이어 나선 오현택이 그 위기를 잘 막아냈다. 이후 이혜천이 1⅓이닝, 이재우가 2이닝을 책임졌다. LG는 필승조 3명으로 10회까지 버틴 후 11회 이상열, 이동현을 투입했다 뼈아픈 실책 2개로 1점을 내주며 패배의 쓴잔을 마시고 말았다.

이렇게 비슷한 상황 속에서 다르게 경기를 풀어가는 숨겨진 전략들을 보는 재미에 야구팬들은 흥미로워진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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