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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상-정현욱-봉중근 vs 유희관-오현택-이혜천.'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이 양팀 감독의 경기운영 방식이다. 타자출신 LG 김기태 감독, 그리고 투수출신 두산 김진욱 감독의 영향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라 재밌다. 일단 김기태 감독의 투수기용부터 살펴보자. 연장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정규이닝 내에 최대한의 투수 전력을 쏟아붓고, 그 안에 점수를 뽑아 승리를 노리는 방식이다. 타자출신인 만큼 타선에 대한 믿음이 슬며시 드러난다. 김기태 감독의 이런 투수기용은 이날 경기 뿐이 아니었다. 지난 4일 목동 넥센전에서도 2-3으로 뒤지던 경기를 7회초 동점으로 만들자, 7회말 수비에서 곧바로 유원상을 투입했고 8회 정현욱을 등판시켰다.
김진욱 감독의 투수기용 방식은 김기태 감독과 정반대였다. 섣불리 '필승조'를 가동시키지 않고 아껴놨다 승부처나 경기 분위기가 넘어왔을 때 남은 카드들을 차례로 꺼내드는 것이다. 한 시즌, 장기 레이스를 펼치며 많은 감독들이 안정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힘을 쓸 때 쓰고, 뺄 때는 빼는 식이다.
결국 치열한 수싸움이다.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엔트리 구성, 선수 부상 등 고려해야 하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이날 경기에서는 두산이 웃었다. 7회 등판한 유희관이 위기를 맞았지만 이어 나선 오현택이 그 위기를 잘 막아냈다. 이후 이혜천이 1⅓이닝, 이재우가 2이닝을 책임졌다. LG는 필승조 3명으로 10회까지 버틴 후 11회 이상열, 이동현을 투입했다 뼈아픈 실책 2개로 1점을 내주며 패배의 쓴잔을 마시고 말았다.
이렇게 비슷한 상황 속에서 다르게 경기를 풀어가는 숨겨진 전략들을 보는 재미에 야구팬들은 흥미로워진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