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통합되나 싶었던 프로야구 은퇴선수 모임이 다시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800여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일구회는 프로 경력이 없는 감독·코치 출신이 33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프로 은퇴선수 출신이다. 이를 근거로 일구회는 오로지 은퇴선수를 위한 단체가 필요하다는 은퇴선수협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일구회는 성명서를 통해 "은퇴선수협의회와의 통합으로 야구계의 대화합을 이뤘고, 은퇴선수의 권익을 더 체계적으로 보호·성장시킬 토대를 만들었다. 그러나 일부 선수들을 중심으로 은퇴선수협이 만들어지며 또다시 은퇴선수 조직이 분열되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일구회는 은퇴선수협 구성에 간여한 박충식 선수협 사무총장을 제명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선 상태다.
일구회는 그동안 은퇴선수들을 대표해 온라인·모바일 게임 회사와 초상권(퍼블리시티권) 협상에 임했다. 연간 25억원에 달하는 계약금액은 회원에게 균등 분배해왔다. 하지만 최근 은퇴선수협이 초상권 협상에 나설 의사를 밝혀 협상 창구가 양분된 상태다.
일구회에 따르면, 은퇴선수협은 일구회원을 대상으로 일구회나 은퇴선수협 어디든 가입해도 상관이 없다며 초상권에 대한 권리만 위임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직접 만나거나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초상권 위임을 권유하고 있다.
일구회 측은 은퇴선수협에 초상권을 위임한 회원이 150~2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야구계는 불경기로 인해 초상권 계약금액이 점점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협상창구가 둘로 쪼개진 탓에 받아낼 수 있는 금액이 더욱 줄어들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