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신바람의 원동력은 공포의 하위타선?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04-04 14:29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3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렸다. LG 7회초 2사 만루에서 문선재가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치고 뛰어나가고 있다.
목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4.03/

잘 키운 하위타선, 여느 구단 중심타선이 부럽지 않다?

쉽게 납득하기 힘든 문장이다. 야구에서 3-4- 5번 중심타선은 가장 잘 치는 타자들로 꾸려진다. 불변의 법칙이다. 어느 감독이든 1할대 타자를 중심타선에 배치하는 일은 없다. 때문에 경기의 승패가 갈리는 결정적인 한방은 늘 중심타자들에게서 나오고, 그들이 많은 주목을 받게 된다.

하지만 2013 시즌 개막 후 공포의 하위타선을 자랑하는 구단이 있으니, 그 주인공은 LG다. 문선재-현재윤-정주현으로 이어지는 7-8-9번 타자들의 활약이 심상치 않다. 경기를 지켜보며 "하위타선 선수들이 등장할 때 더욱 기대가 된다"는 팬들의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릴 정도다.

세 사람 모두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로 돌아가보자. 2013 시즌 LG 라인업을 예상하며 이들의 이름이 선발 라인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2009년 입단한 문선재는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친 후 이번 시즌을 앞두고 팀에 합류했다. 현재윤은 삼성과의 3대3 트레이드를 통해 LG 유니폼을 입었다. 2009년 입단한 정주현은 지난해까지 1군 경기에 고작 47차례 등장한 무명 선수였다.


2013 프로야구 SK와 LG의 개막 2연전 두번째 경기가 31일 문학 경기장에서 펼쳐 졌다. 올시즌 삼성에서 LG로 이적한 현재윤이 0대1로 뒤지던 2회 좌중월 동점 솔로 홈런을 치고 김인호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인천=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3.03.31/
하지만 이번 시즌 엄청난 기회를 잡았다. 문선재는 김기태 감독이 백업 1루수로 점찍어 놓았던 선수. 하지만 좌타 라인이 강한 LG를 맞이하는 상대팀들이 줄줄이 좌완 선발을 내보내 개막 후 줄곧 선발출전하고 있다. 삼성에서 10년 동안 백업 역할만 해오던 현재윤은 포수가 약한 LG가 기회의 땅이 됐다. 정주현 역시 이병규(9번), 이대형이 부상으로 빠져 구멍난 외야를 채울 적임자로 선택됐다.

3일까지 4경기를 치른 현재, 세 사람의 활약이 매우 쏠쏠하다. 문선재는 3일 목동 넥센전에서 혼자 3안타 3타점 2득점을 폭발시켰다. 현재윤은 3할3푼3리의 타율을 기록하는 등 타석에서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안방마님으로도 안정감 있게 투수들을 리드하고 있다. 정주현은 9타수 2안타에 그치고 있지만 볼넷을 벌써 5개나 얻어냈다는게 고무적이다. 출루율이 5할이다.

이들의 활약을 단순한 성적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이들이 LG의 야구를 끈끈하게 바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LG가 좋은 전력을 갖추고도 10년 동안 4강에 진출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 끈끈한 팀 컬러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팀 배팅이 전무했고, 타석에서 끈질기게 투수를 괴롭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도 드물었다. 하지만 새롭게 라인업에 가세한 이들이 LG 타선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야구에 대한 절박함이 타석에서 그대로 묻어난다. 끝까지 커트를 해내고, 공을 골라 출루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3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렸다. LG 정주현
목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4.03/
김기태 감독은 올시즌 상대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야구로 4강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세 사람이 감독의 의지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때문에, 올시즌 큰 이변이 없는 한 현재와 같이 LG 라인업에서 이들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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