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운 것 많은 첫 등판이었다. LA 다저스 류현진이 무난하게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류현진은 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LA의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올랐다. 6⅓이닝 동안 10개의 안타를 맞았지만, 3실점(1자책점)으로 막아내며 선발투수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팀타선이 상대 선발 매디슨 범가너의 위력적인 투구에 밀려 2안타의 빈타에 허덕이며 0대3으로 패하는 바람에 류현진은 패전을 떠안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안정된 경기운영을 펼치며 돈 매팅리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투구수 80개를 기록했고, 위기에서 3개의 병살타를 유도하며 침착하게 경기를 이끌어갔다. 삼진은 5개를 솎아냈고, 4사구는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
직구-커브-체인지업의 패턴
류현진은 직구 위주의 승부를 하면서도 고비에서는 커브와 체인지업으로 위기를 넘겼다. MLB.com 분석에 따르면 류현진은 국내에서 즐겨던지던 슬라이더를 단 한 개도 구사하지 않았다. 직구 50개, 커브 11개, 체인지업 19개였다. 3가지 구종을 골고루 섞어던지며 위기를 넘겼다. 1회 1사 1,2루에서는 샌프란시스코가 자랑하는 간판타자 버스터 포지를 볼카운트 2B1S에서 4구째 70마일짜리 각도 큰 커브로 3루수 병살타를 유도했다. 2회 무사 1,2루에서는 안드레스 토레스를 상대로 초구에 92마일짜리 빠른 직구를 몸쪽으로 붙여 역시 3루수 병살타로 잡아냈다. 0-1로 뒤진 5회 1사 1루서는 스쿠타로를 볼카운트 1B에서 2구째 81마일짜리 체인지업으로 또다시 3루수 병살타로 유도했다. 삼진 5개도 구종별로 보면 직구 3개, 체인지업 2개였다. 직구, 커브, 체인지업의 볼배합으로 상대타자들의 배팅타이밍을 효과적으로 빼앗았다는 의미. 이날 투구를 통해 류현진은 슬라이더 대신 커브와 체인지업으로도 충분히 긴 이닝을 버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 선발등판 상대로 예상되는 8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서도 이같은 투구 패턴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첫 안타는 다음 기회로
타석에서도 류현진답게 침착하게 배트를 휘둘렀다. 3회 첫 타석에서는 볼카운트 2S에서 3구째 93마일짜리 직구를 파울로 걷어낸 뒤 4구째 77마일 커브를 공략해 1루쪽으로 땅볼을 쳤다. 6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볼카운트 2S에서 3구째 87마일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3루수 땅볼을 기록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을 펼치지 않았다. 내셔널리그에서는 투수도 타석에 서지만, 아웃이 뻔한 타구를 쳤을 때는 굳이 전력질주를 할 필요가 없다는 정서가 지배적이다. 타석에서의 분위기에 좀더 적응을 한다면 메이저리그 첫 안타도 머지않아 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