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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마무리로 데뷔, NC 김진성은 누구?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3-03-21 06:14


"사실 전 투수도 아니었다니까요."

흔히 로또 당첨을 '인생역전'에 비유하곤 한다. 한순간에 인생이 뒤바뀐다. 여기 로또를 맞은 것도 아닌데 인생역전에 성공한 이가 있다. 2013시즌 1군 무대에 처음 데뷔하는 프로야구 아홉번째 구단 NC의 마무리투수 김진성(28)이다.

김진성은 어느덧 프로 9년차 투수다. 2004년 SK에 2차 6라운드 전체 42순위로 지명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올시즌이 1군 데뷔 시즌이다. 그동안 단 한차례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어느새 20대 후반이 된 이 투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김진성에게 NC는 세번째 소속팀이다. 처음 입단한 SK에서 2006시즌 뒤 방출됐고, 경찰청 입단 테스트를 준비하다 무산돼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했다. 3년간 야구를 쉰 그를 다시 받아준 곳은 넥센. 넥센에서 재도전의 기회를 잡았지만, 2011년 6월에 방출통보를 받았다. 그동안 단 한차례도 1군 기회는 없었다. 그는 전형적인 '2군 투수'였다.

넥센에서 방출되고 3주 뒤, 김진성은 신생구단 NC의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시즌 중에 유니폼을 벗었지만, 다행히 신생팀이 선수를 모집하는 시기였다. 그렇게 NC에서 세번째 기회를 잡았다.

입단 후 김진성은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최일언 투수코치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새로 가르쳤다. 김진성은 당시를 회상하며 "마치 초등학생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기초부터 다 배우지 않나. 손목과 어깨, 허리, 하체를 쓰는 법, 중심이동을 하는 법에서 변화구를 던지는 법. 그리고 투수로서의 마음가짐까지. 모두 새로 배웠다"고 했다.

처음엔 불만도 많았다. '도대체 왜 이런 걸 가르치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하루는 공을 쥔 손을 글러브에 넣는 동작을 아예 머리 위로 올려 하게 했다. 완전히 우스꽝스러운 폼으로 투구를 시킨 것이다.

지난해 퓨처스리그(2군)서 마무리투수로 활약했던 NC 김진성.
참으려 해도 불만스런 표정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결국 최 코치가 "공이 안 좋게 나오니까 그런다"며 차근차근 설명해줬다. 공을 놓는 동작에 문제가 있어 독특한 방식으로 폼을 바꾼 것이다. 김진성은 "그것도 7~8개월이 걸렸다. 난 사실 투수도 아니었다. 최일언 코치님 말씀대로 따라하니까 조금씩 '이게 투수구나'라는 게 보였다. 코치님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고교 시절, 그리고 SK 방출 후 두 차례나 팔꿈치 수술을 받았지만, 묵직한 직구는 여전했다. NC로서도 김진성이 가진 가능성을 그냥 썩혀둘 수는 없었다. 집중조련을 받은 뒤, 김진성은 퓨처스리그(2군)서 4승1패 20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2.14를 기록했다. 세이브 1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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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전히 '1군'은 실감나지 않았다. 스프링캠프를 다녀오고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 나서면서도 그저 NC 투수 중 한 명일뿐이지, 마무리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19일 김진성을 마무리로 못박았다. 정작 본인은 다음날 아침에야 기사를 보고 소식을 접했다.

김진성은 "기대도 안 했다. 근데 보는 순간 멍했다. 로또 맞은 기분이랑 비슷할까 모르겠다. 투수도 아니었는데 이제 정말 투수가 된 것 같다"며 웃었다. 인생에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고 생각하고 '진짜 열심히 하자', '진짜 잘 하자'라는 생각만 했다. 야구장에 출근하기 전 샤워하면서도 오직 그 생각 뿐이었다.

기쁘지만, 동시에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팀의 승리를 지켜야만 하는 자리다. 김진성은 "삼성하면 오승환 선배님이 생각나지 않나. 그런데 NC에 김진성이라고 하면 생소할 수밖에 없다"며 부담감을 에둘러 표현했다.

하지만 진짜 오기를 갖게 만드는 일도 있었다. 다른 팀 선수들은 "쟤가 무슨 마무리냐"고 수군댔다. 다른 팀에 있다 NC로 이적한 선배에게 들었지만, '내가 마무리투수라는 걸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만든 순간이었다.

목표를 묻자 김진성은 "세이브 상황이 아니더라도 최대한 많은 시합에 나가고 싶다"고 답했다. 소박한 목표, 하지만 '진짜 NC의 마무리투수' 김진성의 프로 무대는 이제 시작됐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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