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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SUN의 남자가 탄생할 조짐이 보인다. KIA의 좌완 임준섭이 그 주인공이다,
임준섭은 올시즌이 프로 데뷔 시즌이다. 하지만 올해 입단한 것은 아니다. 개성고와 경성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1라운드에 지명된 박지훈(2억원)에 이어 억대 계약금(1억1000만원)을 받은 기대주였다.
첫 피칭은 시즌이 끝난 뒤에야 이뤄졌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뒤 일본 오키나와에서 강도 높게 진행된 마무리캠프에서였다. 남들보다 많이 늦었지만, 곧장 선동열 감독의 눈에 들었다. 수술 후 구속이 올라오지 않았음에도 선 감독은 대번에 제자의 자질을 알아봤다. 그리고 임준섭은 스프링캠프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2군 기록 하나 없는 '신인'의 신분이었다.
1차 전훈지였던 미국 애리조나에서 선 감독은 신인투수들의 불펜피칭을 꼼꼼히 체크했다. 오키나와에선 가능성 있는 선수들의 실전 피칭을 확인했다. 가능성 있는 신인투수 중에서도 임준섭은 직접 관리했다. 여전히 "윤석민과 김진우의 자리를 메울 수 있다. 특히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KIA는 일찌감치 선발 다섯 자리를 확정지었다. 하지만 이들 중 윤석민과 김진우가 어깨 근육통으로 페이스가 늦다. 개막 로테이션에 합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도 선 감독은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 시범경기를 통해 계속해서 임준섭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준섭은 지난 12일 광주 SK전에서 공식경기 첫 데뷔전을 가졌다. 4이닝 1실점, 시범경기라 5이닝을 소화하지 못했음에도 승리투수가 됐다. 50개의 공을 던지면서 안타 3개만을 허용했다. 4사구는 하나도 없었다. 신인답지 않게 원하는 곳에 공을 넣는 배짱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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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의 새로운 좌완투수 임준섭. 사진제공=KIA타이거즈 |
경기 후 임준섭은 "지난 경기처럼 제구력 위주의 피칭을 하려고 노력했다. 볼넷을 안 주고 맞혀 잡자는 생각으로 했는데 잘 된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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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가장 맘에 들었던 공은 역시 커브. 임준섭은 직구 39개, 커브 15개, 체인지업 11개를 던졌다. 110㎞대의 커브는 홈플레이트 앞에서 급격한 변화를 보였다. 뚝 떨어질 때 속도가 붙는다. 커브에서 슬라이더의 효과를 느낄 수 있었다. 유독 '긁힌' 이 공은 이날 임준섭의 주무기였다.캠프 때 선배 서재응에게 배운 서클체인지업 역시 무기다. 그는 "오늘은 커브가 잘 들어가서 편하게 투구할 수 있었다"며 "체인지업은 서재응 선배께 조언을 구했다. 원래 체인지업이 밋밋했다. 캐치볼할 때 좋아 보여서 많이 물어봤는데 잘 먹혀서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직구 역시 무브먼트가 좋다. 수술 전 140㎞대 중반의 공을 던졌지만, 지금은 최고 구속이 140㎞에 살짝 못 미친다. 수술 후 본인도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특유의 변화가 좋다. 손가락의 영향으로 직구 자체가 살짝 컷패스트볼처럼 휘어져 들어온다. 원래부터 직구 자체가 커터성인 것이다.
임준섭은 "사실 대학 시절 최고구속이 아직 나오지는 않고 있다. 스피드를 끌어올려야 할 것 같다. 그래도 팔꿈치 통증은 없다"고 했다.
경기 후 선동열 감독은 "임준섭은 좌우 컨트롤이 매우 좋았다. 자신감을 갖고 잘 던졌다"고 짧게 평했다. 하지만 제자의 성장에 상당히 흡족한 표정이었다.
지루한 재활의 터널을 뚫고 데뷔했다. 남들은 3개월만 해도 미치겠다는 재활을 프로 입단부터 1년이나 했다. 그래도 그는 성숙했다. 임준섭은 "이제 이기는 경기에 많이 나가고 싶다. KIA 우승을 위해 최대한 많이 나가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