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감독 김상수 충격요법 쓴 이유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3-03-17 11:39 | 최종수정 2013-03-17 11:39


14일 오후 2013 프로야구 시범경기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넥센 김상수가 한화 타자들을 상대로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목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3.14.



"포기하는 배짱을 배워라."

보통 스포츠 감독들이 싫어하는 선수 유형 가운데 하나가 생각없이 플레이를 하는 경우다.

특히 조직력이 생명인 프로축구과 프로농구에서는 감독들이 선수들을 야단칠 때 자주 등장하는 말이 '머리'와 '생각'이다.

"넌 지금 무슨 생각으로 뛰고 있느냐", "머리는 뒀다가 어따 쓰게? 제발 생각 좀 하면서 패스를 해라" 등의 질타가 대표적이다.

야구에서도 '본헤드 플레이'라고 하면 선수들이 가장 싫어하는 수식어에 속한다.

한데 "머리를 비우고 생각 좀 최소화하라"며 2군행 충격요법까지 동원하는 경우도 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이 투수 김상수를 2군으로 강등시킨 이유이기도 하다.

김상수는 지난 14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한화와의 경기에서 2이닝 동안 5개의 볼넷을 허용하며 1실점을 했다.

지난 10일 NC전에서 2이닝 동안 6안타 3실점을 한데 이어 초라한 성적표였다.


염 감독은 14일 경기가 끝나자마자 김상수와 면담을 한 뒤 가차없이 2군행을 통보했다. 겉으로 보이는 성적표 때문만은 아니었다.

염 감독은 "김상수가 2군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돌아오기를 바란다. 내가 상수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깊은 애정을 갖고 있기에 2군으로 보낸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도록 면담을 했다"고 말했다.

염 감독이 김상수에 대해 갖고 있는 고민은 생각을 너무 많이 한다는 것이다.

김상수는 올해 25세로 아직 젊은 축에 속하지만 고졸 선수여서 벌써 프로 8년차의 중급 베테랑이다. 그런 그가 투구 컨트롤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투구폼이나 기량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염 감독은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이 몸을 지배한다고, 마운드에 올랐을 때 머릿속에서 쓸데 없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기 때문이라는 게 염 감독의 설명이다.

염 감독은 "일단 마운드에 오르면 머릿속에서 '잘해야 한다'느니 이런 부담을 자초하지 말고 자신만의 공을 공격적으로 던지라고 누누이 강조했건만 막상 공을 던지는 걸 보면 자꾸 피해가는 피칭을 하느라 볼을 허용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상수의 연륜이면 몸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멘탈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신인이면 이렇게 강하게 야단치지 않을텐데 김상수여서 일부러 더 야단쳤다"면서 "김상수가 야수 7명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투구하는 요령을 터득해서 돌아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염 감독은 김상수가 현재 겪고 있는 슬럼프에서 탈출할 수 있는 비법도 알려주면서 강한 애착을 표시했다.

"특별히 어려울 게 없다. 때로는 머리를 비우고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차라리 '될대로 되라'고 포기하는 심정으로 공을 던지겠다는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 된다."

고운 자식에게 매 한 번 더 든다고. 염 감독이 김상수에게 충격요법을 쓴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대구=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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