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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로 2년 연속 전경기에 나가는 4번 타자가 되겠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된 시범경기에서 박병호는 깊은 부진에 빠져있다. 15일 목동 한화전 이전까지 4경기 15타석 동안 홈런은 커녕 안타조차 한 개도 치지 못한 것이다. 볼넷 4개와 사구 1개로 다섯 차례 1루에 나간게 전부였다. 그래서 본인은 물론 이를 바라보는 코칭스태프에게도 걱정을 끼쳤다.
하지만 팀의 새 사령탑인 염경엽 감독만은 그런 박병호를 두둔했다.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박병호의 수준이 이미 일정 경지에 올랐기 때문에 시범경기 초반의 부진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있다는 신뢰였다.
하지만 박병호는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병호는 "홈런은 운이 좋아서 나온 것"이라면서 "그보다는 홈런 이후 타석에서 안타를 더 치지 못한 게 아쉽다. 아직은 감이 썩 좋지 못하다"고 밝혔다. 홈런 하나 쳤다고 만족할 수 없다는 진지함이 엿보이는 말이다.
이런 박병호에게는 올해 뚜렷한 목표가 있다. 국내 최초로 두 시즌 연속 전경기에 출전하는 4번타자가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두 시즌 연속으로 전경기에 출전했던 4번타자가 없다.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의 이대호가 롯데 시절인 2009년 시즌 전경기(133 게임)에 출전한 적이 있는데, 이듬해는 127경기에 밖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해 전경기에 출전한 박병호가 올해도 전경기에 나선다면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기록이 되는 것이다.
박병호는 "지난해를 통해 전경기 출전이 얼마나 중요하고 큰 기록인지 깨달았다. 올해도 몸상태를 잘 유지해 부상없이 전경기에 나서는 게 목표다. 그렇게되면 한국 최초 기록의 달성자가 되는 것이다. 비록 올해 시범경기에 부진하지만, 지난해에도 시범경기에서는 별로 타격감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내 최정상 4번타자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박병호가 한국 프로야구 32년 역사상 최초의 기록을 달성할 수 있을 지 기대된다.
목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