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박병호, "한국 최초 2년연속 전경기 출전 4번타자 되겠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03-15 17:11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선수들이 미국 애리조나 서프라이즈에 위치한 캔자스시티 로얄스 볼파크에 차려진 전지훈련장에서 2013년을 대비한 힘찬 담금질을 하고 있다. 히어로즈 박병호
서프라이즈(애리조나)=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2.10/

"한국 최초로 2년 연속 전경기에 나가는 4번 타자가 되겠습니다."

넥센 박병호에게 2012년은 평생 잊을 수 없는 한 해일 것이다. 늘 기대만큼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며 '미완의 대기'라는 소리만 듣다가 팀의 붙박이 4번 타자가 된 후 기량을 활짝 피워냈기 때문이다. 홈런(31개)과 타점(105개) 장타율(0.561) 등 타격 세 개 부문에서 당당히 1위에 올랐다. 공식 수상분야는 아니지만 박병호는 지난해 2루타도 34개나 치면서 리그 1위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가진 바 재능이 모두 피어난 시즌이었다.

그런 박병호에게 새로 맞이하는 2013시즌은 기대와 걱정이 공존하는 시기다. 지난해만큼의 활약을 또 보여줄 수만 있다면 명실상부한 국내 최정상 4번타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의 화려한 성적만큼 해주지 못할 경우 '반짝 스타'라는 실망감을 줄 수도 있다. 그래서 박병호는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남들 이상으로 땀을 쏟아냈다.

그런데 막상 시작된 시범경기에서 박병호는 깊은 부진에 빠져있다. 15일 목동 한화전 이전까지 4경기 15타석 동안 홈런은 커녕 안타조차 한 개도 치지 못한 것이다. 볼넷 4개와 사구 1개로 다섯 차례 1루에 나간게 전부였다. 그래서 본인은 물론 이를 바라보는 코칭스태프에게도 걱정을 끼쳤다.

하지만 팀의 새 사령탑인 염경엽 감독만은 그런 박병호를 두둔했다.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박병호의 수준이 이미 일정 경지에 올랐기 때문에 시범경기 초반의 부진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있다는 신뢰였다.

이런 염 감독의 말은 정확히 맞았다. 박병호는 이날 경기 첫 타석에서 시원한 2점 홈런을 때려내며 결승타점을 올렸다. 염 감독은 "오늘 공격에서 1회 선취점을 낸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면서 "바로 그런 게 4번타자에게 기대하는 장면"이라고 박병호의 활약을 칭찬했다.

하지만 박병호는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병호는 "홈런은 운이 좋아서 나온 것"이라면서 "그보다는 홈런 이후 타석에서 안타를 더 치지 못한 게 아쉽다. 아직은 감이 썩 좋지 못하다"고 밝혔다. 홈런 하나 쳤다고 만족할 수 없다는 진지함이 엿보이는 말이다.

이런 박병호에게는 올해 뚜렷한 목표가 있다. 국내 최초로 두 시즌 연속 전경기에 출전하는 4번타자가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두 시즌 연속으로 전경기에 출전했던 4번타자가 없다.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의 이대호가 롯데 시절인 2009년 시즌 전경기(133 게임)에 출전한 적이 있는데, 이듬해는 127경기에 밖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해 전경기에 출전한 박병호가 올해도 전경기에 나선다면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기록이 되는 것이다.


박병호는 "지난해를 통해 전경기 출전이 얼마나 중요하고 큰 기록인지 깨달았다. 올해도 몸상태를 잘 유지해 부상없이 전경기에 나서는 게 목표다. 그렇게되면 한국 최초 기록의 달성자가 되는 것이다. 비록 올해 시범경기에 부진하지만, 지난해에도 시범경기에서는 별로 타격감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내 최정상 4번타자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박병호가 한국 프로야구 32년 역사상 최초의 기록을 달성할 수 있을 지 기대된다.


목동=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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