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재곤, 깨어나라 88년생들아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3-03-14 08:39


롯데 이재곤이 2013시즌 롯데 마운드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롯데 사이드암스로 이재곤(25)은 2006년 쿠바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우승 주역이다. 당시 김광현(SK) 양현종(KIA) 임태훈(두산) 등이 같은 대표팀 멤버였다. 1988년생 동기들이다. 함께 태극마크를 달았던 이용찬(24·두산)은 빠른 1989년생으로 학년이 같았다. 지난해 암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이두환도 이재곤의 친구였다.

이재곤은 지난 2년 동안 롯데팬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져 갔다. 2010년 8승3패(평균자책점 4.14)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2007년 1차 우선 지명 이후 경찰청을 다녀왔다. 본격적으로 이재곤이 롯데 마운드의 중추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재곤은 2011년 3승5패1세이브2홀드로 부진했다. 선발 로테이션에서 이탈했다. 지난해에는 1군이 아닌 2군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다. 그는 2012년을 바보 같이 멍청하게 보낸 시간이라고 했다. "제가 부족한게 뭔지 알면서도 고치려고 하지 않았다. 누구를 탓할 필요도 없다. 제 능력이 모자랐고 자신감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재곤이 지난 2011년 커브를 새로 연마하려다 주무기인 싱커의 위력까지도 잃어버렸다고 말한다. 그는 그런 지적을 인정했다. 이재곤의 머릿속은 무척 혼란스러웠다. 1년 이상을 고민했다. 야구가 생각 대로 안 돼 힘들었다. 스트레스가 많았다. 야구 선수는 주업인 야구를 TV로 보는 시간이 길어지면 곤란하다.

이재곤(1군 기록 무승무패)은 2012년은 88년생 동기생들에게 수난의 한해였다고 했다. 자신 뿐 아니라 김광현(8승5패) 양현종(1승2패2홀드) 임태훈(4승4패3홀드) 모두 성적이 기대이하였다.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말 이두환이 세상을 떠날 무렵 한 자리에 모였다. 2013년엔 부활을 다짐했다고 한다. 그들은 이두환을 떠나보내면서 앞으로 동기생 모임을 좀더 체계적으로 끌고 가기로 했다. 회비를 모아 불우한 사람들을 돕기로 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88 모임'은 유명하다. 1988년생으로 일본 야구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다나카 마사히로(라쿠텐)와 마에다 겐타(히로시마)가 주축을 이루는 모임이다. 요미우리 선발 사와무라 히로카즈와 유격수 사카모토 하야토도 '88 모임' 멤버다. 이들은 나란히 이번 제3회 WBC에서 일본 대표팀에 뽑혔다. 그들은 지난 겨울 2년전 3.11 일본 대지진의 상처가 남아 있는 지역을 방문하기도 했다. 일본 야구계는 이 88년생들의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의 88년생들이 주춤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재곤은 올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그는 롯데의 사이판, 가고시마 전지훈련에서 가장 눈에 띄었다. 김시진 감독이 발견한 가장 큰 소득이라고 했다. 이재곤이 잃어버렸던 빠르고 힘있는 싱커를 찾았다. 이재곤의 싱커는 구속이 140㎞가 넘고 힘이 실려 묵직하다. 그는 싱커는 자신있다고 했다. 대신 체인지업을 새로 익혔다. 지난 12일 넥센과의 시범경기에선 5이닝 동안 싱커는 단 하나도 안 던졌다. 체인지업의 실전 테스트를 위해 일부러 '발톱'을 감췄다. 이성열과 이택근에서 홈런 2방을 얻어 맞았다. 슬라이더를 던진게 한가운데로 몰렸다.

달라진 이재곤은 씩씩했다. 그는 "그동안은 맞는 걸 두려워했다. 도망가는 피칭을 했다. 이제 맞으면 맞는구나. 하지만 맞기 전에 내가 먼저 공격을 한다는 생각으로 던진다"고 했다. 정민태 롯데 투수 코치를 지난해말 새로 만나고 나서 달라진 부분이다.


현재 이재곤은 선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롯데 선발 로테이션의 다섯 자리 중에서 유먼, 송승준, 그리고 외국인 선수(미정) 3자리는 정해졌다고 봐야 한다. 나머지 2곳을 놓고 이재곤 김승회 고원준 진명호 홍성민 등이 경합중이다.

이재곤은 김시진 감독이 지난해말 롯데 사령탑에 새로 부임한 후 선발 승수 계산에 없었던 선수다. 전지훈련에서 뚝 튀어나왔다. 이런 선수가 예상치 않게 선발 10승 이상을 해준다면 롯데가 생각하는 우승 도전은 힘을 받게 된다.
부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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