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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문제는 제구력과 실투였다.
지난 7일 클리블랜드전에서도 류현진은 3회까지 무실점으로 잘 던지다 4회 연속 안타로 무사 2,3루의 위기를 자초한 바 있다. 당시 구원투수들이 난조를 보이는 바람에 류현진이 내보낸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아 2실점이 됐다. 타순이 한 바퀴 돈 뒤 4회 갑자기 흔들리는 패턴이 이번에도 반복됐다.
4회 선두 고메스에게 볼 4개를 연속으로 던진 류현진은 다음 타자 4번 윅스를 맞아 볼카운트 1S에서 정면승부를 했지만, 바깥쪽으로 던진 공이 약간 가운데로 몰리면서 중견수 키를 넘어 펜스 상단에 맞는 대형 3루타를 내줬다. 윅스는 최근 3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친 중장거리 타자. 첫 타석에서는 헛스윙 삼진 처리했으나, 두 번째 타석에서는 실투가 장타로 연결됐다. 계속해서 데이비스와 랄리에게 맞은 공도 모두 한복판 실투였다.
사실 4회를 제외하면 류현진의 투구는 완벽에 가까웠다. 그러나 두 경기 연속 한 순간 급격히 난조를 보였다는 점은 선발 자리를 다투는 류현진 입장에서는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경기후 돈 매팅리 감독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류현진은 좋았다. 포수 엘리스도 끝까지 구위를 유지했다고 했다. 아직 힘을 전부 발휘하지 않고 있지만,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이같은 호평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치열한 선발 경쟁에서 한 순간 무너지는 모습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날 현재 다저스 선발진의 평균 자책점을 보면 조시 베켓 0.00, 잭 그레인키 3.60, 클레이튼 커쇼 5.54, 류현진 5.91, 채드 빌링슬리 7.04, 크리스 카푸아노와 애런 하랑이 각각 10.80이다. 아직까지 류현진의 입지는 탄탄해 보인다.
한편, 류현진은 이날 처음으로 타격 실력을 선보였다. 두 차례 타석에 들어서 삼진, 희생번트를 각각 기록했다. 0-0이던 2회 1사 만루서 상대 선발 마이크 파이어스에게 3구 삼진을 당했으나, 4회 1사 1루서는 볼카운트 1B1S에서 3구째 1루쪽으로 번트를 대 1루주자를 안전하게 2루까지 보냈다. 국내 시절 단 한 번도 타석에 들어선 적이 없는 류현진이 시범경기 데뷔 타석에서 무난한 실력을 보인 셈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