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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이번에도 한국의 발목을 낚아챘다.
한국은 이날 0-2로 뒤지던 8회말 공격 때 무사 2루에 터진 이대호의 1타점 좌전 적시타와 2사 1루에 나온 강정호의 역전 투런 홈런으로 3대2의 역전승을 거뒀다. 그러나 대만을 이기며 2승1패를 거뒀음에도 결국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과 대만, 네덜란드가 나란히 2승1패를 거뒀으나 대회 규정상 TQB(이닝당 득실점차)에서 3위로 밀려나고 말았다. 애초 대만에 6점차 이상의 스코어로 승리해야만 2라운드 진출 기회가 열리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짜릿한 역전승으로 마지막 경기를 장식했음에도 결국 한국은 고개를 떨궈야 했다.
이로써 대만은 또 다시 국제무대에서 한국에 악몽을 끼얹었다. '대만발 악몽'의 시작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출전권이 걸려있던 2003년 아시아선수권이었다. 당시 한국은 첫 경기에서 대만에 연장 10회 접전끝에 4대5로 패하는 바람에 결국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다. 또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때 역시 대만을 첫 상대로 만나 2대4로 지면서 결국 금메달의 꿈을 접어야 했다. 이번 WBC 역시 한국은 대만의 벽에 막혀 2라운드 진출의 실낱같은 희망을 날려버리고 말았다.
이 틈을 놓치지 않은 정근우는 3루까지 진루를 감행했다. 좋은 선택이었으나 2루를 돌며 잠깐 머뭇거린 것이 화근이었다. 게다가 대만 중견수 린저쉬앤이 3루 송구가 빠르고 정확했다. 결국 정근우는 3루에서 태그아웃되며 선취점 기회를 무산시키고 말았다. 이 시점부터 한국에 불운이 드리웠다.
반면 대만은 한국의 수비 실책에 편승해 손쉽게 선취점을 냈다. 0-0이던 3회초 공격 때 선두타자 양다이강이 유격수 쪽 내야안타로 출루했다. 후속 린저쉬앤과 펑정민이 각각 1루수 번트 파울플라이와 우익수 플라이로 아웃되면서 2사 1루가 된 상황. 4번 린즈셩이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단타를 쳤다. 그러나 한국 중견수 전준우가 이 타구를 옆으로 흘리는 실책을 저지르고 말았다. 그 사이 발빠른 1루 주자 양다이강이 홈을 밟았다. 대만은 4회초에도 2사후 궈옌원이 우전 2루타를 친 뒤 후속 양다이강이 한국의 바뀐 투수 노경은으로부터 볼카운트 2S에서 중전 적시타를 때려내 1점을 추가했다.
하지만 한국은 0-2로 뒤지던 8회말 역전을 일궈내며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켰다. 선두타자 이승엽이 원바운드로 좌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2루타를 터트리면서 기회를 살렸다. 이어 4번 이대호가 좌전 적시타로 1점을 뽑았다. 후속 김현수와 전준우가 각각 삼진과 2루수 직선타로 아웃됐으나 2사 1루에서 7번 강정호가 대만 투수 궈홍치의 3구째를 받아쳐 좌월 2점 홈런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3-2로 전세를 뒤집은 한국은 9회초 마지막 수비 때 무사 1루에서 '필승 마무리' 오승환을 올려 승리를 굳혔다. 오승환은 궈옌원과 양다이강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마지막 린저쉬앤마저 2루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역전승을 지켜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