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또 다시 한국의 발목 잡았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03-06 00:16


5일 오후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털 구장에서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R 대만과 한국의 경기가 열렸다. 4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이대호가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되고 있다.
타이중(대만)=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3.03.05.

대만은 이번에도 한국의 발목을 낚아챘다.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와 2006 도하 아시안게임 등 중요한 국제대회에서 간간히 한국의 허를 찔렀던 대만이 제3회 월드베이스볼크래식(WBC)에서 또 다시 한국을 좌절시켰다. 대만은 안방에서 열리는 WBC 1라운드를 그 어느 때보다 철저히 준비했다. 타깃은 역시 한국이었다. 날카로운 타격과 발빠른 투수교체 타이밍, 그리고 빈틈없는 수비에서 대만의 철저한 준비가 엿보였다. 반면, 전 대회 준우승팀으로 이번에는 우승을 노리겠다던 한국은 느슨한 플레이만 보여주며 국제무대에서 톡톡히 망신을 당하고 말았다.

지난 2일, 대회 B조 예선 첫 경기에서 복병 네덜란드에 불의의 0대5, 영봉패를 당했던 한국은 4일 호주를 6대0으로 격파하며 2라운드 진출의 희망을 되살렸었다. 마지막 관문은 5일 B조 예선 마지막 경기의 상대인 대만을 6점차 이상으로 꺾는 것.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필승의 각오를 다친 채 이날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구장에서 열린 대만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 임했다.

한국은 이날 0-2로 뒤지던 8회말 공격 때 무사 2루에 터진 이대호의 1타점 좌전 적시타와 2사 1루에 나온 강정호의 역전 투런 홈런으로 3대2의 역전승을 거뒀다. 그러나 대만을 이기며 2승1패를 거뒀음에도 결국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과 대만, 네덜란드가 나란히 2승1패를 거뒀으나 대회 규정상 TQB(이닝당 득실점차)에서 3위로 밀려나고 말았다. 애초 대만에 6점차 이상의 스코어로 승리해야만 2라운드 진출 기회가 열리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짜릿한 역전승으로 마지막 경기를 장식했음에도 결국 한국은 고개를 떨궈야 했다.

이로써 대만은 또 다시 국제무대에서 한국에 악몽을 끼얹었다. '대만발 악몽'의 시작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출전권이 걸려있던 2003년 아시아선수권이었다. 당시 한국은 첫 경기에서 대만에 연장 10회 접전끝에 4대5로 패하는 바람에 결국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다. 또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때 역시 대만을 첫 상대로 만나 2대4로 지면서 결국 금메달의 꿈을 접어야 했다. 이번 WBC 역시 한국은 대만의 벽에 막혀 2라운드 진출의 실낱같은 희망을 날려버리고 말았다.

선취점의 기회는 한국에 먼저 찾아왔다. 한국은 0-0이던 1회말 공격 때 1사 후 2번 정근우가 대만 선발 양야오쉰으로부터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내며 공격의 물꼬를 텄다. 양야오쉰의 제구력이 갑자기 흔들리며 기회가 찾아온 듯 했다. 후속 이승엽이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양야오쉰은 여전히 제구가 안정되지 못했다. 급기야 4번 이대호 타석 때 볼카운트 2B1S에서 바깥쪽으로 크게 빠지는 실투를 던졌다. 대만 포수 가오즈강이 펄쩍 뛰며 겨우 공을 잡는 사이 정근우는 재빨리 2루 도루에 성공했다. 당황한 가오즈강은 서둘러 2루로 공을 던졌으나 오히려 중견수 쪽으로 흘렀다.

이 틈을 놓치지 않은 정근우는 3루까지 진루를 감행했다. 좋은 선택이었으나 2루를 돌며 잠깐 머뭇거린 것이 화근이었다. 게다가 대만 중견수 린저쉬앤이 3루 송구가 빠르고 정확했다. 결국 정근우는 3루에서 태그아웃되며 선취점 기회를 무산시키고 말았다. 이 시점부터 한국에 불운이 드리웠다.

반면 대만은 한국의 수비 실책에 편승해 손쉽게 선취점을 냈다. 0-0이던 3회초 공격 때 선두타자 양다이강이 유격수 쪽 내야안타로 출루했다. 후속 린저쉬앤과 펑정민이 각각 1루수 번트 파울플라이와 우익수 플라이로 아웃되면서 2사 1루가 된 상황. 4번 린즈셩이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단타를 쳤다. 그러나 한국 중견수 전준우가 이 타구를 옆으로 흘리는 실책을 저지르고 말았다. 그 사이 발빠른 1루 주자 양다이강이 홈을 밟았다. 대만은 4회초에도 2사후 궈옌원이 우전 2루타를 친 뒤 후속 양다이강이 한국의 바뀐 투수 노경은으로부터 볼카운트 2S에서 중전 적시타를 때려내 1점을 추가했다.


하지만 한국은 0-2로 뒤지던 8회말 역전을 일궈내며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켰다. 선두타자 이승엽이 원바운드로 좌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2루타를 터트리면서 기회를 살렸다. 이어 4번 이대호가 좌전 적시타로 1점을 뽑았다. 후속 김현수와 전준우가 각각 삼진과 2루수 직선타로 아웃됐으나 2사 1루에서 7번 강정호가 대만 투수 궈홍치의 3구째를 받아쳐 좌월 2점 홈런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3-2로 전세를 뒤집은 한국은 9회초 마지막 수비 때 무사 1루에서 '필승 마무리' 오승환을 올려 승리를 굳혔다. 오승환은 궈옌원과 양다이강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마지막 린저쉬앤마저 2루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역전승을 지켜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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