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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대5' 한국이 못했던걸까, 네덜란드가 잘했던걸까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03-03 09:27


2일 오후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 구장에서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R 네델란드와 한국의 경기가 열렸다. 7회말 무사 1,3루서 네델란드 벨나디나에게 적시타를 허용한 차우찬이 아쉬워하고 있다.
 타이중(대만)=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3.03.02.

0대5. 전혀 예상치 못했던 충격적인 패배다. 한국 WBC 대표팀이 예선 1라운드 첫 경기에서 네덜란드에 완패했다. 일본에서 치러지는 2라운드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과연, 우리 대표팀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던걸까, 아니면 네덜란드 대표팀의 전력을 우리가 얕봤다가 큰코 다친 것일까. 아쉬움이 남는 첫 경기를 돌이켜보자.

국제대회는 역시 경험? 분위기 싸움에서 갈렸다.

1회부터 비극을 암시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먼저, 1회초 한국 대표팀의 공격. 한국은 정근우, 이용규, 김태균이 삼자범퇴로 물러났다. 세 타자가 친 타구가 모두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반대로 네덜란드 선두타자 시몬스는 한국 대표팀의 실책으로 무사 2루의 찬스를 만들었다. 누가 봐도 평범한 유격수 땅볼. 하지만 유격수 강정호가 1루수 이대호를 향해 원바운드 송구를 했고, 이대호가 이를 잡지 못해 공이 뒤로 빠졌다. 날씨가 문제라는 얘기가 나왔다. 경기 전 비가 많이 내려 그라운드가 흥건히 젖었고, 강정호가 송구를 할 때 미끌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1회초 안정적인 내야수비를 선보인 네덜란드 내야진과 비교하면 이는 핑계일 뿐이었다. 대표팀 경력이 많지 않은 강정호가 전국민의 관심이 모아진 첫 경기, 첫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느낀 부담으로 설명하는게 더 옳았다. 결국, 부담감은 베테랑 정근우에게까지 이어졌고, 정근우 역시 1사 2루의 위기 상황에서 베르나디의 평범한 2루 땅볼 때 송구 실책을 저지르며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투수 노경은의 부진도 뼈아팠다. 지난해 위력적인 구위로 12승을 올려 생애 처음 대표팀에 선발된 노경은은 연습과정에서 최고의 구위를 자랑하며 대표팀의 히든카드로 급부상했다. 네덜란드전 역시 이번 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는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0-1로 뒤지던 5회 1사 1루 상황서 윤석민을 구원등판한 노경은은 안타 2개와 볼넷 1개를 내주며 네덜란드 대표팀에 2점을 더 헌납했다. 구위는 괜찮았지만 자신감이 없어보였다. 국내 프로경기에서와는 달리 도망가는 피칭이 눈에 보였다.

노경은이 쉽게 무너져버리자 대표팀 분위기도 완전히 가라앉았다. 쫓기는 타선의 스윙은 경기가 흐를수록 더욱 커졌다. 직구구속이 빠르지는 않았지만 변화구를 섞어 방망이를 유인하는 네덜란드 투수들에게는 좋은 먹잇감이었다. 잘맞은 타구가 나와도 모두 야수 정면이었다. 운도 없었다.

야구 변방이던 네덜란드, 생갭다 강했다.

우리가 만년 약체로 분류됐던 네덜란드 대표팀의 전력을 너무 무시했던 것은 아닐까. 물론, 한국 대표팀은 네덜란드전에 에이스 윤석민을 내세웠다. 그만큼 경계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상대에 대한 준비가 부족해보였던 아쉬움은 쉽게 지울 수 없다.


네덜란드는 세계 야구의 변방이었다. 지금까지 대표팀간의 경기 전적도 우리가 압도했다. 하지만 이번 WBC에 참가한 네덜란드 대표팀은 달랐다. 단순히 운이 좋아, 한국전 당일 컨디션이 좋아 괜찮은 경기력을 뽐낸 수준이 아닌 것으로 보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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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팀의 짜임새가 돋보였다. 국제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라는 내야는 젊고 파이팅 넘치는 유망주들로 구성했고, 외야에는 경험 많은 선수들을 배치해 중심타선에서 공격을 이끌게 했다.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젊은 내야수들은 수차례 호수비로 한국 대표팀 공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특히, 마이너리그 최고 유망주로 손꼽히는 3루수 보하르츠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유격수 시몬스는 안정된 수비와 함께 1번타자로 나서 혼자 3안타를 몰아치며 밥상을 차렸다. 발렌틴, 존스가 이끄는 중심타선도 강했다. 명불허전이었다. 메이저리그 출신의 베테랑 존스는 선취점의 발판이 된 2회 2루타를 포함,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소속으로 2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한 발렌틴도 안타는 1개에 그쳤지만 5회 승기를 가져오는 적시타의 주인공이었따. 대표팀 마운드에 주는 중압감이 대단했다. 찬스에서 꼬박꼬박 타점을 올린 3번 베르나디의 집중력도 좋았다.

타선은 어느정도 강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운드도 예상 밖이었다. 선발 마르크벌은 140㎞도 되지 않는 직구 구속으로 한국 타선을 요리했다. 한국 타자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영향도 있지만 분명 홈플레이트 좌-우를 구석구석 찌르는 로케이션도 일품이었다. 이후 등장한 에인테마, 보이트도 안정적인 투구를 했다. 두 사람 역시 구위는 만만해보였다. 하지만 투구폼, 스타일이 생소해 처음 상대하는 타자들이 쉽게 공략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보통 약팀들이 국제대회에서 쉽게 무너지는 것은 투수들이 강팀을 상대로 제구를 잃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등판한 네덜란드 투수들은 약속이나 한 듯 자신있게 한가운데로 공을 뿌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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