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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가 말하는 우익수와 중견수의 차이점은?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3-02-16 16:24 | 최종수정 2013-02-18 06:20



빨간 유니폼이 영 어색해 보였다. "평소 빨간색을 좋아한다"면서도 "너무 빨개서 어색하다"며 멋쩍게 웃었다. 새로이 '레즈맨'이 된 추신수를 새 소속팀, 신시내티의 스프링캠프에서 만났다.

추신수, 새 소속팀 적응 OK! 문제는…

16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굿이어에 위치한 굿이어볼파크. 추신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현지시각으로 새벽 5시30분 야구장에 도착했다. 캠프 공식 소집일은 이날이었지만, 그는 매일 같이 캠프에 출근하며 개인훈련을 해오고 있었다.

몸상태를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새 소속팀 적응 역시 그의 과제였다. 추신수는 지난해 말 클리블랜드에서 신시내티로 트레이드됐다. 프로 생활 두번째 트레이드. 6년 반 동안 몸담으며 정상급 메이저리거로 발돋움하게 만든 클리블랜드를 떠나게 됐다.

추신수는 "운동을 시작하면서 얘기도 많이 하고, 친분도 쌓아 어색한 건 없다. 선수들도 편안하게 해줘 운동하기 좋다"며 웃었다.

아직 적응기지만, 이날 첫 공식훈련에서도 동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신체검사를 마치고 클럽하우스 미팅 전 여유시간이 생기자, 마음 맞는 동료들과 실내연습장에서 토스배팅을 소화했다. 오전 11시30분부터 시작된 공식훈련에서도 같은 배팅조에 속한 브랜든 필립스 등과 농담을 주고받는 등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류현진과 달리 추신수에겐 언어나 문화에 대한 문제가 없어, 별다른 적응시간은 필요해 보이지 않았다.

추신수가 풀어야 할 숙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중견수 전환이다. 신시내티는 추신수를 영입하면서 '1번-중견수' 역할을 맡길 것이라 천명했다. 새로이 공격 첨병 역할을 해줄 인물로 추신수를 점찍은 것이다.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의 추신수가 16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팀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헤 실전훈련에 돌입했다. 추신수가 애리조나 굿이어 볼파크에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있다.
추신수는 지난 12일 신시내티와 1년간 737만 5,000달러(한화 약 80억)에

2000년 시애틀 입단 후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해 주로 우익수로 뛰어온 그로서는 '새로운 도전'이다. 메이저리그서 통산 652경기를 뛰면서 중견수로는 고작 10경기를 뛰었다. 그마저도 2009년이 마지막이었다.

현지 언론은 연일 추신수의 중견수 전환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의 최강 신시내티의 비시즌 최대 이슈는 광속구 투수 아롤디스 채프먼의 선발 전환과 추신수의 중견수 이동이다. 마이너리그 시절에 중견수로 뛴 추신수의 수비력에 물음표를 붙이는 이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부정적인 전망, "그래? 한 번 해봐야지!"

추신수 역시 이런 평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차분하게 "30살이면 많으면 많고, 적으면 적은 나이다. 이 나이에 포지션을 이동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계속 되는 보도에 그도 오기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추신수는 "주변에서 계속 얘기가 나오니까, '그래? 한 번 해봐야지'란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이런 추신수에게 팀 동료들의 격려가 쏟아졌다. 외야수비를 지도하는 빌리 해처 1루 코치는 추신수의 걱정에 "오히려 쉬운 포지션"이라고 격려를 해줬다고 한다. 너무 생각을 많이 하지 말라는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한때 추신수에게 우익수 자리를 양보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한 제이 브루스는 "지나치게 생각을 많이 하다보면, 오히려 긴장되고 어려워진다. 편안하게 해라"고 말해줬다.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의 추신수가 16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팀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헤 실전훈련에 돌입했다. 이번시즌 중견수 보직을 받은 추신수가 애리조나 굿이어 볼파크에서 외야 수비훈련을 하고 있다.
추신수는 지난 12일 신시내티와 1년간 737만 5,000달러(한화 약 80억)에 2013년 연봉 계약을 맺었다. 추신수는 지난해 보다 무려 247만 5,000달러(약 50.5%)나 인상된 연봉을 받아 역대 한국인 메이저리거 가운데 박찬호(1,500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됐다.
굿이어(애리조나)=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2.16/
그럼 '예비 중견수' 추신수가 생각하는 중견수와 우익수의 차이는 뭘까.

그는 "보통 중견수가 쉽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 방망이에 공이 맞기 전에 예측이 된다"며 "또한 좌우 코너는 공에 스핀이 먹게 된다. 타자가 힘을 주는 것에 따라 스핀이나 드라이브가 걸린다. 하지만 중견수는 똑바로 오는 경우가 많다. 수비 범위가 넒은 것도 큰 차이다. 펜스 플레이 같은 부분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중견수는 전광판 아래 가운데 펜스부터 좌, 우중간 외야까지 커버한다. 코너 외야수에 비해 빠른 발과 뛰어난 운동신경이 요구된다. 또한 수비 도중 충돌을 막기 위해 외야수간 콜플레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추신수는 "내가 여기 온 이유를 알고 있다. 단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게 아니라, 마지막까지 가서 이기기 위해서다"라고 했다. 팀과 자신이 원하는 건 역시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벌써부터 신시내티에서 '이기는 팀의 자신감'을 느꼈다고 했다. 전 소속팀과 달리 말 한 마디, 그리고 사소한 훈련 모습 하나에도 선수들에게 여유가 보였다. 이제 추신수가 그 여유를 느낄 때다. '중견수 CHOO'의 2013시즌은 어떨까.


굿이어(미국 애리조나주)=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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