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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관중 700만명 시대를 돌파하며 프로 스포츠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현상의 하나로 자리잡은 프로야구. 팬들은 비교적 정적인 스포츠인 야구 경기를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함께하며 즐기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 팬들이 참여하는 팬서비스, 이벤트가 다양한 연령층의 팬들을 경기장으로 잡아끌고 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 일본 프로야구가 중후한 중장년기의 야구, 야구문화라면, 한국은 역동성을 갖고 있는 청년기의 야구라고 부를만 하다. 보통 야구는 어디를 가나 똑같다고 하는데, 한국 프로야구는 분명 우리만의 컬러를 만들어 가고 있다.
먼저 외국인 선수 연봉을 보자. 국내 구단들은 새 외국인 선수를 영입을 발표할 때마다 앵무새처럼 똑같은 액수를 내민다. 계약금과 연봉 합계 30만달러(약 3억2000만원). 선수의 나이, 경력, 기대치에 상관없이 항상 똑같다. KBO 규약에 따르면, 새 외국인 선수의 첫 해 보수는 30만달러를 넘을 수 없고, 2년차 이후 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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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금액으로 국내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선수를 뽑는 건 불가능하다고 한다. 국내 구단간의 영입 경쟁도 몸값을 올려놓았지만, 우리 야구 수준이 높아져 대상 선수가 메이저리그와 트리플 A급 오가는 선수급으로 격상됐다. 지난해 국내에서 뛰었던 일부 선수는 연봉이 100만달러를 넘었고, 대다수가 70만~80만달러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선수 연봉 제한 규정을 만든 취지에는 구단과의 과열 경쟁을 막고, 외화를 불필요하게 낭비하지 말자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아무도 지키지 않는 이 규정이 다른 나라 리그 사정을 손금보듯 파악하고 있는 국제화 시대, 한국 최고 스포츠로 자리잡은 프로야구에서 유효한지 의문이다. 실효성이 없다면 차라리 금액을 올리고, 투명성을 높이려면 다른 팀에 계약 내용을 공개하면 된다. 그래야 구단이 30만달러 계약이라고 발표했는데, 선수의 연고지역 언론에서 90만달러를 받고 한국에 가게 됐다는 보도가 나오는 코미디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구단이 외국인 선수 규정을 위반하면 계약은 무효가 되고 해당 선수의 등록은 5년간 말소된다. 또 당해년도에 추가로 외국인 선수를 뽑을 수 없다. 규약상 그렇다.
최근 야구팬들은 기이한 장면을 목도했다. 올해 일본 프로야구에서 복귀한 김태균과 이승엽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올해와 같은 액수에 내년 시즌 연봉 재계약을 한 것이다.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는 각각 김태균과 15억원, 이승엽과 8억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또 KIA는 이범호와 6000만원이 삭감된 4억3500만원에 계약을 마쳤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성적만큼 연봉을 받는 게 프로의 기본이다. 전년도 성적에 따라 다음 시즌 연봉이 결정되는데, 한화와 삼성은 마치 연봉협상 끝에 양측이 합의한 금액이 나온 것처럼 발표를 했다. 이를 지켜본 팬들은 김태균과 이승엽의 2012년 활약이 연봉대비 적정연봉이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승엽은 타율 3할7리 21홈런 85타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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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판에서는 이승엽 김태균 이범호가 일본에서 복귀할 때부터 다년계약을 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세 사람 모두 4년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해외 복귀파 선수들은 국내 복귀 후 4년을 뛰어야 FA 자격을 재취득할 수 있다는 규정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이들 세 사람은 복귀 당시에 FA가 아니기 때문에 정식으로 다년계약을 할 수 있는 신분이 아니다. 그런데 다년 계약을 하고도 규정 때문에 매년 우스운 과정을 되풀이 하는 것이다.
정규시즌이 끝나면 매년 벌어지는 게 각 구단들의 FA 영입 경쟁이다. 그러데 재미있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해당 선수가 FA 공시후 7일간 주어지는 전 소속팀과의 우선협상기간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팀과 계약을 발표하는 것이다.
이 때마다 등장하는 게 FA에 대한 탬퍼링((Tampering·사접접촉) 의혹이다. 우선협상기간에 선수는 소속팀이 아닌 다른 팀과 접촉을 할 수 없는데,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선협상기간과 탬퍼링 금지 규정은 선수의 이전 소속구단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를 어길 경우 선수는 정규시즌 경기의 2분1에 출전할 수 없고, 연봉의 50%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또 구단 직원은 1년간 직무가 정지된다.
그러나 FA 제도가 도입된 1999년부터 매년 탬퍼링에 대한 불만이 흘러나왔지만, 단 한번도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구단은 없었다. 증거를 제시하기 어렵고 적발된 사례도 없다. 사실 선수의 마음이 떠나 있으면 아무리 우선협상기간이라고 해도 협상이 이뤄질리 없다. 우선협상기간이 의미를 잃었는데, 계속해서 이 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 차라리 요식행위같은 7일간의 우선협상기간을 없애고, FA 공시 후 바로 모든 구단이 FA와 협상을 할 수 있게 규정을 바꾸는 게 나아 보인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