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별 FA 시장 손익계산서

이지현 기자

기사입력 2012-11-29 13:12


11월 28일 롯데 자이언츠가 FA 계약을 통해 두산 베어스와 계약을 맺은 홍성흔의 보상선수로 투수 김승회를 지명하면서 2013 시즌을 대비한 스토브리그 FA 시장이 마무리 되었다. 9구단 NC 다이노스가 FA 시장에 본격적으로 가세하면서 이번 FA 시장은 더욱 뜨겁게 달아 올랐는데, 각 구단별로 이번 FA 시장을 통한 손익계산서를 살펴본다. (2012 시즌 최종 순위 순)


1. 삼성 라이온즈

(-) 정현욱 (투수, LG트윈스로 이적)

(+) 이승우 (투수, 보상선수)

라이온즈는 2008 시즌부터 팀의 주축 계투요원으로 활약했던 정현욱과의 FA 계약에 실패하였다. 정현욱은 계약기간 4년에 LG 트윈스에 입단하였다. 팀내 주축 계투요원을 잃은 점이 아쉽지만, 올 시즌 라이온즈 불펜의 무게중심은 정현욱보다 5살이 어린 안지만으로 이동했고, 심창민이라는 신진 선수가 새로운 불펜요원으로 부상하였다. 라이온즈로서는 자연스레 불펜 세대교체를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라이온즈는 보상선수로 LG 트윈스의 좌완 이승우를 지명하였다. 즉시 전력감보다는 미래를 내다 본 선택이라 할 수 있는데, LG트윈스로서는 1년 동안 선발요원으로 육성하려던 투수를 잃게 된 부분이 아쉽지만 팀 내 최성훈과 신재웅 등 여전히 기대를 걸만한 좌완 요원들이 대기하고 있다. 이승우는 직구 스피드보다는 제구력에 승부를 거는 스타일인데 우완 투수 이우선과 비슷한 유형이라 할 수 있다. 향후 라이온즈의 좌완 이승우, 우완 이우선이라는 제구력 위주의 계투진 듀오가 탄생하는 것도 기대해 볼만 하다. 지금 당장은 라이온즈의 손해가 더 커보이지만 이승우의 성장 속도에 따라 향후 3년 이내에 손실을 만회할 가능성이 높다.


2. SK 와이번스

(-) 이호준 (지명타자, NC다이노스로 이적)

와이번스는 올 시즌 여전히 펀치력이 살아있음을 보여준 이호준에게 2년 계약을 제시하였으나 계약에 이르지는 못하였다. 이호준의 나이를 감안한 와이번스의 제안은 나름 합리적인 기준에 근거한 것이었다. 문제는 이호준이 새롭게 둥지를 튼 팀이 신생팀 NC 다이노스라는 점이다. 신생팀 NC 다이노스는 FA 보상선수를 내주지 않아도 된다. 결국 와이번스는 중심타자를 내주고 아무런 전력보강을 이루지 못하였다. 팀내에 조인성, 정상호, 이재원 등이 새로운 지명타자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지만, 홈런 18개를 쳐낸 이호준의 공백은 예상보다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왜냐하면 와이번스의 점수 내는 스타일은 내년 시즌에는 더더욱 세밀한 짜내기보다는 장타에 의존할 확률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와이번스에게는 보상선수가 필요했다. 그런 면에서 밑지는 장사를 한 셈이 되었다.



3. 두산 베어스

(+) 홍성흔 (지명타자, 전 롯데 자이언츠)

(-) 김승회 (투수, 보상선수로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킨 팀이 바로 두산 베어스이다. 4년 만에 '홍포' 홍성흔을 유턴 시켰지만 베어스 팬들의 반발은 예상 외로 거셌다. 팀내에 지명타자 요원이 넘치는 상황에서 (김동주, 윤석민, 오재일, 최준석 등) 홍성흔의 영입은 전력의 불필요한 중복만 초래하고, 이제 나이가 36세에 이른 홍성흔에게 4년 계약은 너무 과하다는 것이 가장 큰 반발의 요인이었다.

베어스 팬들은 과거 1980년대와 90년대에는 박철순이라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스타를 가장 큰 자존심이자 재산으로 여겼었다. 요즘의 베어스 팬들이 가장 애지중지하는 부분은 바로 베어스의 팜을 통해 성장하고 있는 차세대 야수요원들이다. 홍성흔의 영입에 대한 보상선수로 자이언츠에 허경민, 최주환, 김재호, 민병헌 등 유망한 자원들 중에서 한 명을 내주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에 대해 베어스 팬들은 큰 우려를 표시했다. 결국 4,5선발을 소화할 수 있는 김승회가 보상선수로 지명되었다. 베어스 팬들이 우려했던 것처럼 유망 야수의 유출은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홍성흔 영입에 대한 베어스 팬들의 앙금은 존재하고 있다.

결론은 단 하나다. 홍성흔이 베어스에서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자이언츠에서 2009년, 2010년에 보여주었던 가공할 공격력을 선보이면 된다. 한 때 베어스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홍성흔이 친정팀에 복귀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하지 않은 비난의 대상이 된 모습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도 한다.

4. 롯데 자이언츠

(-) 홍성흔 (지명타자, 두산 베어스로 이적), 김주찬 (외야수, KIA 타이거즈로 이적)

(+) 김승회 (투수, 보상선수), 홍성민 (투수, 보상선수)

1980년대 민속씨름이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당시, 화려한 뒤집기 기술로 많은 팬들을 모았던 선수가 있었다. 바로 '털보' 이승삼 장사였다. 밑에 깔릴 것처럼 보이다가도 전광석화 같은 뒤집기 기술로 자신보다 10~20kg가 더 나가는 거구들을 메다 꽂는 이승삼 장사의 뒤집기 기술은 민속씨름 기술의 백미였다. 이만기 장사와 더불어 경남지역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혔었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롯데 자이언츠가 보여준 행보는 마치 이승삼 장사의 뒤집기 기술을 연상하게 하였다. 팀내 공격력의 주축선수들인 홍성흔과 김주찬을 각각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에 내줄 때만 하더라도, 자이언츠는 당장 내년 시즌이 걱정되는 처지였다. 공교롭게도 김시진 감독이 새로 부임하자마자 팀의 핵심 선수들을 내주면서 히어로즈 감독 시절에도 주력 선수들이 대거 팔리면서 고생을 했던 김시진 감독의 박복한 처지가 다시 반복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애처로운 시선들도 쏟아졌다.

하지만 자이언츠는 보상선수 지명을 앞두고 한화 이글스로부터 장성호를 영입하는 깜짝 트레이드를 진행하더니, 보상선수로 실전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투수들(홍성민, 김승회)을 보강하는데 성공하였다. KIA 타이거즈에서 보상선수로 영입한 홍성민은 김성배, 정대현과 더불어 잠수함 계투요원으로 활약이 기대되며, 두산 베어스에서 영입한 김승회는 팀 내 부족한 선발투수 요원의 고민을 덜 수 있게 할 전망이다. 가장 손실이 클 것으로 예상되었던 자이언츠의 FA 시장 손익계산서는 순식간에 이익을 기대해볼만한 상황으로 역전되었다. 지난 해부터 자이언츠의 운영부장으로 임명된 이문한 운영부장의 '마이더스의 손'의 진가가 다시 한 번 발휘되는 느낌이다.


5. KIA 타이거즈

(+) 김주찬 (외야수, 전 롯데 자이언츠)

(-) 홍성민 (투수, 보상선수로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

올 시즌 내내 득점력 빈곤에 시달린 타선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던 KIA 타이거즈는 기동력과 중거리포를 동시에 겸비한 김주찬을 전격 영입하면서 이용규와 더불어 리그 최강의 테이블 세터진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김선빈을 9번에 배치할 수 있게 되면서 하위타선의 강화 효과도 연쇄적으로 얻게 된 것은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보상선수의 손실이 예상 외로 커보인다. 올 시즌 박지훈과 더불어 타이거즈 마운드의 대졸 신인 듀오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사이드암 홍성민을 자이언츠에 보상선수로 내준 것이다.

팀내에 워낙 쟁쟁한 선발요원들이 많고, 육성해야 할 자원들도 많은 편이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장 내년 시즌 타이거즈의 불펜진은 사이드암 요원이 부족하게 되었다. 유동훈은 2009 시즌 이후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으며, 손영민은 당장 투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군에서 제대한 전태현은 당장 실전에 투입 가능성은 반반이다. 선동열 감독이 선호하는 즉시 투입이 가능한 대졸 선수를 잃은 것은 여러모로 아쉽게 느껴진다. 상당한 이익으로 여겨지던 타이거즈의 FA 시장 손익계산서는 이익도 손해도 아닌 상황이 되고 말았다.

6. 넥센 히어로즈

넥센 히어로즈는 FA를 선언한 중간 계투요원 이정훈과 재계약에 성공하였다. 이번 스토브리그는 모처럼 조용히 보내고 있는데, 그 동안 주력 선수들을 내다 파느라 분주했던 스토브리그를 지난해부터 청산하더니 올 시즌에는 한층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용히 내실을 다질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한 것만으로도 히어로즈의 FA 시장 손익계산서는 긍정적인 +를 받을 수 있다.

7. LG 트윈스

(+) 정현욱 (투수, 전 삼성 라이온즈)

(-) 이승우 (투수, 보상선수로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

지난 시즌 종료 후 팀내 FA를 선언한 조인성, 이택근, 송신영을 모두 다른 팀으로 보냈던 트윈스는 팀 내 공격력의 핵심인 이진영과 정성훈을 붙잡는데 성공하였다. 집안 단속에 성공한 것만으로도 선방이라 여겼는데, 이번 FA 시장에서 투수들 중 가장 최대어인 정현욱을 영입하는데 성공하였다. 기존의 유원상, 이동현, 봉중근과 더불어 한층 두터운 계투진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보상선수로 올 시즌 공들여 선발요원으로 육성하려던 좌완 이승우를 내준 것은 다소 아쉽게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최성훈과 신재웅이라는 또 다른 유망 좌완 요원들이 있는 상황이라 이승우를 내준 것에 대한 아쉬움은 만회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일단 필요한 전력들을 보강하는데 성공한 것만으로도 트윈스의 손익계산서는 +로 평가받을만 하다.

8. 한화 이글스

팀 내 FA를 선언한 마일영을 붙잡는데 성공했지만, 더 이상 얻은 것이 없었다. 호시탐탐 노리던 김주찬과 정현욱 영입에 실패했는데, 에이스 류현진의 이적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280억원이라는 막대한 현금을 손에 쥐고도 고스란히 적립식 펀드에 맡겨야 되는 상황을 맞이하고 말았다. 결국 김응용 감독의 지도력에 더욱 의존해야 하고, 은퇴를 저울질해야 할 박찬호에게 여전히 전력의 상당부분을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하지만 김응용 감독의 계약기간은 고작 2년이고, 박찬호도 현역으로 뛸 수 있는 시간은 아무리 길어봐야 올해 아니면 내년까지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280억원에 붙는 이자가 늘어날수록 김응용 감독의 한숨도 더 늘어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9. NC 다이노스

(+) 이호준 (지명타자, 전 SK 와이번스), 이현곤 (내야수, 전 KIA 타이거즈)

신생팀 답지 않게 다이노스는 상당히 발빠른 행보로 출혈을 최소화 시키면서 팀에 필요한 전력을 보강하는데 성공하였다. 이호준이 가세하면서 나성범과 더불어 중심타선의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며, 이현곤은 내야진의 빠른 안정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김경문 감독은 두산 베어스 감독 시절에도 빠른 기동력과 컨택 능력을 보유한 3번타자(김현수), 한 방이 있는 4번타자(김동주), 그리고 내야진의 컨트롤 타워인 유격수 포지션(이대수, 손시헌)을 중시했는데, 이호준과 이현곤은 기존의 나성범과 더불어 김경문 감독의 전력 퍼즐 구성에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인 선수들이다.

이 두 선수의 영입을 통해 NC 다이노스는 내년 시즌 결코 만만치 않은 다크호스가 될 가능성을 높였다.

각 구단의 FA 손익계산서는 어디까지난 현재 상황에 근거한 전망일 뿐이다. 결국 선수와 팀의 궁합이 어느 정도 맞느냐에 따라 성공여부가 판가름나게 될 것이다. 과연 어느 팀이 주판알을 잘 굴린 것으로 판명될지 내년 시즌 FA 계약을 맺은 선수들과 보상 선수들의 활약여부가 더욱 궁금해진다. <양형진 객원기자, 나루세의 不老句(http://blog.naver.com/yhjmania)>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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