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미국인 타격코치 영입-김성근 구름을 걷어내나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2-11-27 18:05


SK가 파격적인 결정을 했다.

메이저리그 출신의 미국인 코치를 1군 타격코치로 영입했다. SK는 현재 플로리다 마무리캠프에서 인스트럭터로 활동중인 맥스 베너블(Max Venable)과 정식 코치 계약을 했다. 이만수 감독은 "맥스가 1군 타격 메인코치를 할 것이다"라고 했다. 이 감독이 구단에 미국인 타격코치 영입을 요청했고, 구단에서 여러 명의 후보 중 베너블 코치를 선임했다.

베너블 코치는 우투좌타의 외야수 출신이다. 지난 76년 LA 다저스에 입단해 7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으로 빅리그에 올랐다. 이후 몬트리올, 신시네티, 캘리포니아 에인절스 등에서 뛰었다. 메이저리그 통산 727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4푼1리, 18홈런, 128타점을 기록했다. 92년부터 2년 동안 일본 지바 롯데에서 뛴 경험도 있다. 94년부터 지도자로 출발했고, 트리플A팀의 타격코치를 지냈었다. 최근엔 지난 2010년 텍사스의 더블A팀인 샌안토니오 미션스에서 타격코치를 했다. 그의 아들 윌도 메이저리거인 야구 집안이다. 윌 베너블은 현재 샌디에이고에서 외야수로 활약하고 있다.

김성근 지우기, 이만수 색깔 입히기 완성

미국인 타격코치의 영입은 이 감독의 색깔을 확실히 내기 위한 조치로 보여진다. 이 감독이 지난해부터 감독대행을 맡아 1년이 넘었지만 SK 야구는 전임 김성근 감독의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야구계의 중론. 아직 이 감독의 야구관이 팀에 녹아들지 않았다는 평가다. 메이저리그와 한국야구의 융합을 꿈꾸는 이 감독으로선 자신의 스타일을 선수들에게 알려줄 코치가 필요했다.

바로 공격적인 타격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다. 이 감독은 "시범경기 때는 공격적인 타격이 이뤄졌는데 정작 시즌 때는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이 감독은 "내가 공격적으로 하라는 것에 대해 선수들이나 주위에서 많이 오해를 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초구부터 치라는 이 감독의 공격적인 지시는 주자가 2루나 3루, 2,3루일 때에 한하는 것이라고 했다. "주자가 없을 때나 1루에 있을 때는 선수들이 아무렇게나 해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찬스에서는 공격적으로 쳐야 한다"고 했다. 상대 투수가 초구나 2구에 스트라이크를 던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노리고 쳐야 한다는 것.

이 감독은 "당장 내년도 중요하지만 SK의 미래를 위해서 결정했다. 이제 우리 야구도 세계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어린 선수들이 중-고등학교나 대학교 때 잘못된 스윙을 배워서 프로에 온다. 아무래도 성적을 위해 갖다 맞히는 타격을 많이 한다"는 이 감독은 "어릴 때 밴 습관은 고치기 힘들다. 어린 선수들을 계속 가르치다보면 나중에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외국인 코치 일본에서 미국으로?

국내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코치는 이제 어느정도 활성화됐다. 예전 메이저리그와 교류를 하면서 인스트럭터를 초빙하기도 했지만 최근엔 일본쪽과 더 많은 교류를 하고 있다. 일본인 인스트럭터를 초빙하기도 하고 일본인 코치들이 1군 메인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분야도 다양하다. 주로 투수 쪽에 많았는데 지금은 타격, 주루, 포수 등에도 일본인 코치가 있다. 선수들의 몸상태를 관리하는 컨디셔닝 코치도 일본인이 꽤 있다.

올해 KBO에 등록된 감독 및 코치들 총 155명 중 외국인은 11명이다. 이중 알바레즈 코치만이 미국인이고 나머지 10명은 모두 일본인.

미국인 코치는 생소하다. 지난 90년 삼성이 마틴 디메리트 투수코치가 국내에 들어온 최초의 미국인 코치로 들어왔고, 최근 한국에서 활약한 미국인 코치는 롯데 로이스터 감독과 함께 했던 페르난도 아로요 투수코치(2008∼2009년)와 올해 SK 조 알바레즈 주루코치 정도다. 특히 타격은 미국인에게 문을 열지 않았다. 유일한 외국인 감독이었던 롯데 로이스터 감독 시절에도 타격은 김무관 코치에게 맡겼다.

한국의 야구 스타일이 힘에 의존하는 미국보다는 세밀한 일본야구와 더 가깝다는 것이 일본인 코치가 많아지는 이유다. 그나마 투수나 주루의 경우는 미국의 스타일이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타격의 경우는 한국과 미국의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이 문제였다. 로이스터 감독이 2008년 부임해 3년간 새바람을 일으켰지만 한국야구와 융화되지 않고 미국식의 강공정책으로 큰 경기에 약점을 보인 것은 한국과 미국의 야구 스타일이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 사건일 뿐이다.

베너블 코치가 한국에서 SK 선수들을 어떻게 변신시키느냐에 따라 한국 야구가 미국에도 눈을 돌릴 가능성이 생긴다. 이래저래 내년시즌에도 SK의 이만수 스타일이 야구팬의 관심을 끌 것 같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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