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호 거취결정이 장기화되는 이유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2-11-26 10:02


25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제15회 꿈나무 야구장학생 장학금 전달식이 열렸다. 장학금 전달식에서 박찬호가 초등학교 선수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2.11.25.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바뀐다."

1개월여만에 공개 석상에 모습을 나타낸 박찬호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예상했던대로였다. 박찬호는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장학금 전달식을 개최한 뒤 향후 거취에 대해 언급했다.

결론은 은퇴와 현역 연장 사이에서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화 구단이 2013시즌 보류선수 명단에 박찬호를 일찌감치 포함시켰기 때문에 박찬호가 거취결정을 당장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진작부터 있어왔다.

박찬호는 2012시즌 마지막 등판을 했던 지난달 3일부터 은퇴 여부를 고민하겠다고 했으니 무려 50여일째 심사숙고만 하고 있는 셈이다. 평생 야구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온 인생이 걸린 문제이니 그럴 만도 하다.

이같은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심사숙고 기간이 다소 긴 것은 사실이다. 박찬호가 좀처럼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야구를 하고 싶은 의지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한화 구단과 박찬호의 지인들에 따르면 박찬호는 현역 생활을 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그렇게 하고 싶은 의지는 분명히 갖고있다 한다.

향후 진로를 고민하고, 조언을 듣기 위해서 미국을 방문해서도 개인훈련을 했다는 사실이 그런 의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했다.


박찬호는 25일 장학금 전달식을 마친 뒤 "미국에 있는 기간에 날씨가 좋아서 훈련을 많이 했다. 미국에 있는 동안 운동이 매우 잘 됐다"며 훈련에 집중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주변에서는 당초 박찬호가 미국으로 떠날 때 지인들을 만나 향후 진로와 관련해 여러가지 조언과 정보를 구하면서 머리도 식힐 겸 여행삼아 다녀올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박찬호는 진로를 고민하면서도 훈련복을 놓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도 LA 다저스 전성기 시절처럼 러닝머신 환경설정의 강도를 높이면서까지다.

체력운동이 습관화됐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가볍게 덮어버리기엔 박찬호의 의지를 강하게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은퇴쪽으로 마음이 기운 상태에서 미국을 방문했다면 그런 훈련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게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다.

박찬호의 한 지인은 "사실 박찬호는 은퇴를 해야 한다는 부정적인 조건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선수생활을 더 하고 싶다는 의지를 덮어버릴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찬호의 의지를 헷갈리게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우선 허리가 문제다. 박찬호는 지난 7월 올스타전 때 허리통증으로 인해 갑자기 불참한 것을 시작으로 허리때문에 몇차례 등판 차질을 빚은 적이 있다.

딱히 부상을 당한 것은 아니다. 젊었을 때부터 갖고 있던 선수들의 고질병이다. 전력피칭을 하는 박찬호는 허리에 더 많은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당시 허리부상때 박찬호는 "그동안 허리를 사용할 만큼 사용했고 이제 나이가 들다보니 허리가 다 닳았빠졌나보다. 이젠 물러날 때가 된 모양"이라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체념하기도 했다.

여기에 새로 부임한 김응용 감독과의 궁합도 내심 걱정이다. 김 감독은 삼성 사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4년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당시 텍사스 소속으로 부진을 겪고 있던 박찬호에 대해 "딴 짓하지 말고 야구만 열심히 하라"고 쓴소리를 한 적이 있다.

김 감독은 최근 서산 마무리 훈련을 지휘하는 동안에도 거취 결정이 늦어지고 있는 박찬호 때문에 마운드 구상이 혼란스러워진 상황을 설명하면서 "선수에게 거취 결정을 맡기는 것은 전례없는 특별대우다"며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박찬호도 메이저리그 출신으로서 자부심과 자기 주장이 강한 스타일이다. 그런 박찬호가 개성 강하고, 할 말을 하는 김 감독과 융화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야구를 하고 싶은 의지가 너무 강하다. 그래서 박찬호의 고민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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