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흔의 '친정' 두산 행을 끝으로 FA 시장이 마감됐다.
FA 선수들은 약속이나 한듯 너도 나도 권리 행사에 나섰다. 예년 분위기였다면 살짝 고민했을 선수들조차 NC 덕(?)에 큰 고민없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각 구단 별 1명씩 NC의 특별지명에 대한 20인 보호선수 탓. FA 신청자가 제외된다는 규정 덕분이었다. NC가 FA를 영입할 경우 선수 보상을 면제해준 특별 규정도 한 몫했다. FA계약으로 NC에 새로 둥지를 튼 이호준과 이현곤은 선수 보상이 있었다면 이적이 쉽지만은 않았을 케이스였다. 향후 FA 제도 개선의 방향을 제시한 사례.
FA 시장의 과열? 서막에 불과하다. 10구단 창단과 특별 지원이 논의될 내년 시즌. 상상을 초월할 메가톤급 FA 시장이 기다리고 있다. SK 정근우, KIA 이용규, 윤석민. 김상현, 삼성 오승환, 장원삼, 롯데 강민호, 두산 이종욱 등 국가 대표급 선수들이다. 이름만 봐도 올시즌 최대어 김주찬 이상이다. 이들은 적어도 김주찬의 실제 계약금액을 출발점 삼아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이다. 해당 구단 입장에서는 암담하기까지 하다. 자칫 상상을 초월하는 거액의 출혈이 예상되는 상황.
FA 이적에 대해 일괄적 선수 보상 규정으로 보통 선수의 권리행사를 막았다. 선수 등급별 차등 보상제도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지 오래지만 차일피일 제도 수정을 미뤘다. 두터운 선수층으로 인해 2군에서 유망주로 썩어가는 선수들에 대한 구제책도 외면했다. 이른바 메이저리그식 '룰5 드래프트 제도'같은 제도 도입에 대해 망설였다. 유망주 동맥경화를 방치했다. 실력있는 선수가 방치되는 건 결국 프로야구 판 전체의 손해로 이어졌다.
구단도 딜레마에 빠졌다. 이동 경로가 꽉 막히다보니 꼭 필요한 전력보강 방법이 사실상 없어졌다. 신인의 즉시 전력화는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 수년간 중고 신인왕이 배출된 점이 이를 입증한다. 트레이드도 쉽지 않다. 국내 프로야구에는 리빌딩 개념과 양대 리그가 없다. 30개 팀이 10개 자리를 놓고 경합하는 메이저리그와 달리 '절반의 확률'로 인해 각 구단의 최소 목표는 매년 4강이다. 리빌딩을 할 여유가 없다. 단일 리그제라 상대팀 전력에도 지나치게 민감하다. 우리 팀 전력보강도 중요하지만, 상대팀 전력 업그레이드를 막는 것도 전략이 된다. 이래저래 실질적 전력보강인 빅 딜이 이뤄지기 힘든 구조다.
결국 눈 돌릴데는 FA 시장 뿐이다. 선수 가치에 비해 합리적이지 않은 천문학적 액수를 울며 겨자먹기로 쓸 수 밖에 없다. FA를 영입함으로써 자기 팀 전력을 상승시키는 것 못지 않게 원 소속팀 전력을 약화시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으니 불합리한 거액이라도 기회가 오면 베팅하고 본다. 김주찬을 총액 50억원(구단 발표)에 영입한 KIA는 원 소속팀 롯데와 4강을 놓고 다투는 라이벌이다.
'죄수의 딜레마'가 심화되고 있는 FA 시장. 과도한 '돈 지르기'는 구단이나 선수 모두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한정된 구단 예산 속에서 과도한 FA지출은 기존 선수들의 파이를 줄이는 '제로 섬 게임'을 낳을 뿐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다른 선수 돈을 한 선수에게 몰아주는 셈. 협력이 중요한 단체 운동 야구에서 팀워크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부의 쏠림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FA 등급별 차등보상제'와 '룰5 드래프트'같은 합리적 제도 도입을 통해 동맥 경화에 빠진 선수 이동을 활성화해야 한다. 그 길만이 갈수록 심화되는 선수 간 '부익부 빈익빈'의 기형아 구조를 막을 수 있다. 얼핏 손해같지만 장기적으로 구단과 보다 많은 선수에게 윈-윈이 될 수 있는 대승적 결단이다. 혈관이 막히면 괴사한다.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국민 스포츠가 더 이상 극소수 스타만이 잘먹고 잘사는 리그가 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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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